주간동아 486

2005.05.24

미안하다, 반 집으로 끝냈다

최철한 9단(흑) : 박영훈 9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5-20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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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다, 반 집으로 끝냈다
    반 집에 울고 웃고… 바둑 승부에서 한 집 차이는 땅을 보고, 반 집 차이는 하늘을 본다 했다. 반 집 승부는 그만큼 실력보다 운이 좌우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끝내기 수법이 슈퍼컴퓨터처럼 정교해지면서 반 집 차이가 이제 실력의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

    2패 뒤 2연승. 기성 최철한 9단이 도전자 박영훈 9단에게 2패를 당해 막판에 몰렸다가 2연승으로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보통 이런 흐름이라면 쫓는 자가 칼자루를 쥔 형국이어서 2패 뒤 3연승의 대역전극이 연출되기 십상이다. 운명의 최종국. 바둑판을 떠나서는 둘도 없는 동갑내기 친구지만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맞섰다. 내용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야말로 ‘눈 터지는 반 집 승부’. 그렇지만 에서 보듯 웬만한 경계선이 다 그어진 상황인지라 처럼 마무리된다고 볼 때 이곳에 흑이 6집(×)을 내면서 아슬아슬하게 반 집 남기는 형세였다.

    반 집 차이로 최철한 9단이 타이틀을 방어하는가 싶은 순간에 백2 건너붙임이 작렬했다. 이 수가 ‘수렁에서 건진 반 집’이었고 루비콘 강을 반쯤 건넌 승부를 되돌린 굿바이 묘수였다. 의 백△에 흑1로 응수하다가는 백2·4로 다음 5와 6 양쪽에 끊어지는 약점이 드러나 그야말로 ‘벼락 총소리’가 난다. 흑은 5에 잇고(6의 곳에 잇는 것은 백5로 간단하게 빅) 백6으로 끊을 때 흑A에 먹여친 다음 백B< 흑C, 백D 때 흑A로 패를 내는 것이 최선인데, 이것은 백의 꽃놀이패.

    할 수 없이 흑은 3·5로 둘 수밖에 없었고 이후 백A, 흑B로 교환되고 보니 다음 C의 곳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의 곳이 흑집이 될 수도 있고 공배가 될 수도 있는, 반 집의 가치로 줄어듦으로써 바로 이곳에서 박영훈 9단이 반 집을 건지며 승부를 뒤집었다. 196수 끝, 백 반 집 승.

    미안하다, 반 집으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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