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3

2005.05.03

삶이 춤이고, 춤이 곧 삶 … 고로 ‘몸짓=춤’

  •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5-04-28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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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춤이고, 춤이 곧 삶 … 고로  ‘몸짓=춤’
    어디부터가 춤이고 어디까지가 몸짓인가? 부등호로 나타내면 몸짓>춤이 아닐까? 몸짓의 범위가 더 넓으니 몸짓이 춤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춤의 기원은 인간이 사냥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당시 사냥은 먹을 것을 조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이것은 삶과 죽음의 문제였으므로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초월하는 주술을 고안하여 의식을 행했다. 물론 이 수준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보다는 사냥할 동물들과의 직접적인 관계였을 것이다. 사냥감을 흉내내고, 획득하는 과정을 몸짓으로 동작으로 표현했다. 다시 말하면 당시 그들의 일상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상대를 견주고 싸우고 환호하고 사랑을 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그것을 기억하고…. 그렇다면 춤>몸짓일까?

    4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 공연들은 모두 우리의 삶이,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묻어 있는 춤 공연이었다. 4월2일 LG아트센터 무대에는 아주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하는 영국을 대표하는 춤집단인 DV8 피지컬 씨어터의 ‘JUST FOR SHOW’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안무자 겸 단체를 대표하고 있는 로이드 뉴슨은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명확하고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라고. 그녀는 그저 아름다운 동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의 신체이기에 가능한 모든 표현 방법을 이용해 개인의 삶과 관계, 우리를 둘러싼 현실과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능한 모든 표현 방법을 동원함에 있어 이번 작품에서는 홀로그램을 사용, 관객은 무용수가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마치 그들의 그림자를 선명하게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관객은 그들의 실제와 허상을 동시에 본 것이다.

    그리고 2주 후 이어진 벨기에 로사스무용단의 ‘비치스 부루와 타코마협교’. 이 작품은 즉흥과 치밀한 구성이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1시간 반 동안 관객의 긴장된 호흡이 이어졌지만, 무대 위 무용수들은 그들의 몸짓을 즐겼고, 춤을 추었으며, 극장을 메우고 있는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혼자서 춤을 추는 듯했으나 어느 순간엔 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었고, 그러다가 관객의 눈을 독차지하는 무용수가 있는가 하면…. 이 두 그룹의 작품은 유학 시절 비디오로 접했다. DV8의 ‘Dead Dreams of Monochrome Men’은 인간의 움직임의 한계를 넘어선 위험을 감수한 동작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는데, 이는 우리들이 접한 감정의 위험의 깊이를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로사스무용단의 ‘Rosas danst Rosas’는 4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온몸을 바닥에 던지고 구르고 뛰며 무대 전체 공간을 여성이 뿜어낼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로 메웠다.



    그렇다. 두 공연 모두 아름다운, 혹은 형식과 틀에 짜여진 몸짓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몸짓으로, 그리고 거기에 리듬을 가미하여 춤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 몸짓=춤인 것이다. 그러기에 춤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본능인 것이다. 그래서 춤 공연은 어려운 공연, 이해하기 힘든 공연이 아니라 삶이 드리워진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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