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3

2005.05.03

살 빼는 풍선 ‘위장 속으로’

고도비만 환자에게 시술결과 체중 감량 효과 … 기존 수술법 비해 간편하고 안전성 높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4-28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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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 빼는 풍선 ‘위장 속으로’

    내시경관 끝에 연결된 실리콘 풍선(오른쪽의 흰색 부분)을 위장에 삽입한 뒤 생리식염수를 채워주면 구형체(오른쪽 사진) 모습이 된다.

    고도비만 환자에게 위장에 실리콘으로 된 풍선 장치를 삽입해 비만을 치료하는 새로운 시술법이 국내에 도입됐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소장 유창달)는 “최근 7명의 환자에게 ‘위장 내 풍선 삽입술’을 시술한 결과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보았다”고 밝혔다. 체질량지수(BMI·Tips 참조) 28의 중증도비만 상태로 3월25일 처음 이 시술을 받은 안옥경(가명·여·47) 씨는 시술 전 67kg에서 한 달 정도 지난 4월20일 현재 4.5kg이 줄어들었다. 안 씨는 시술 전 한방 치료, 비만클리닉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아왔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해 결국 이 시술을 받았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10만여 건이 시행된 ‘위장 내 풍선 삽입술’은 유럽과 중남미에서 보통 6개월 정도의 삽입 기간에 15~20kg의 감량 효과를 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시술은 수면내시경으로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 풍선을 식도를 통해 위장 내에 삽입하고 400~500cc의 생리식염수를 채워넣는 것으로, 시술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풍선이 위장 안에 자리잡게 되면 그 부피만큼 위장 용적을 줄여 식사량을 제한하고 지속적으로 포만감을 유지함으로써 몸무게가 줄게 하는 원리. 위장에 풍선이 들어 있는 동안 환자는 음식량을 줄여야 하므로 과식·폭식 등 잘못된 식습관을 개선할 수 있고, 조금 먹어도 공복감을 느끼지 않으므로 짧은 기간에 새로운 생활습관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식이요법과 운동이 가미되면 금상첨화.

    ‘위장 내 풍선 삽입술’은 고도비만 환자들이 주로 받는 위 절제술이나 밴드 삽입술(위를 묶는 수술) 등의 수술요법과는 달리 칼을 대지 않고,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장점이 있다. 즉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 또 최장 6개월간만 풍선 장치를 하고 있으면 되고, 감량 목표에 도달하면 언제라도 제거할 수 있는 데다 필요하다면 다시 시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술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병원 측의 주장이다. 비용도 위 절제술의 3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위 절제술에 비해 비용 70% 정도 저렴



    환자는 치료 기간에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의사, 영양사, 의료진의 관리와 영양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풍선 장치를 제거할 때도 수면내시경을 이용한다. 내시경을 통해 풍선에 구멍을 내고 생리식염수를 뽑아낸 다음 작은 집게를 이용해서 집어내므로 역시 시술 시간은 30분 이내.

    제일정형외과병원 유창달 소장은 “시술 후 처음 3일 동안은 구역질과 구토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약물로 조절할 수 있고 3일이 지나면 대부분 괜찮아진다”며 “풍선에 의한 압박이나 위산분비 증가로 위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어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소장은 또 “드물게 풍선 내 생리식염수가 샐 수도 있으나 인체에는 무해하며, 풍선은 내시경으로 제거하면 된다”며 “식염수에 파란 색소를 첨가해 누출될 경우 본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의 없는 일이지만 드물게는 내용물이 누출되는 줄 모르고 지낼 경우 풍선이 장으로 밀려 이동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대부분 풍선은 3~4일 안에 대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복부수술이나 부인과 수술 병력이 있는 경우 ‘장유착(장이 달라붙는 현상)’이 남아 있으면 풍선이 배출되지 않고 ‘장폐색(장이 막히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장폐색이 발생하면 먼저 수술을 통해 풍선을 제거해야 한다.

    살 빼는 풍선 ‘위장 속으로’

    위장에 풍선 장치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알기 쉽게 표현한 모식도.

    유 소장은 “BMI 26 이상의 비만환자로 기존의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통해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나 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로 수술을 앞두고 빠른 시간 내에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 고도비만 환자로 비만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이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며 “수술을 통해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위 절제술이나 위를 묶는 밴드 삽입술 등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위장에 손상을 주지 않고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으며 언제라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치명적인 사고 위험이 적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연구팀 시술결과 부작용 사례 경미

    한편 프랑스 잔다트 클리닉 사빙 로망 박사팀은 3년간 176명을 대상으로 이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실험한 결과를 2004년 미국 비만학회의 ‘비만수술’지(Obesity Surgery·2004년)에 상세히 보고했다. 이 논문에서 로망 박사는 “극히 일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신장 이상이나 복부통증, 그리고 구토와 더불어 위식도 역류 등 경미한 부작용 사례는 있으나 장폐색으로 인해 제거한 경우는 한 건에 그쳐 다른 시술보다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

    비만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조절과 적당한 운동이다. 약물이나 수술, 기계를 사용하는 치료법들은 보조적 요법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영구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일시적으로 적절한 체중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의 교정 없이는 다시 살이 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습관의 변화까지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체질량지수(BMI)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BMI 25(kg/m2) 이상이면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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