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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곽정환 시대 ‘활짝’

가정연합 회장직 맡아 명실상부한 2인자 굳혀 … 언론·정치·스포츠계에서도 동분서주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통일교 곽정환 시대 ‘활짝’

통일교 곽정환 시대 ‘활짝’

통일교 새 회장이 된 곽정환 씨.

보통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통일교는 매우 특이한 집단임이 틀림없다. 일반적인 종교의 영역을 넘어 정치는 물론이고 언론과 기업, 스포츠 영역까지도 거침없이 파고들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교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합동결혼식도 계속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는 항상 ‘이단 시비’가 따라붙었다.

1996년 통일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3월3일 소리 소문 없이 곽정환(69) 씨가 가정연합의 신임 회장이 되었다. 곽 회장은 일화프로축구단 구단주, 지난해 통일교도를 중심으로 창당한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이하 가정당) 총재, 그리고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UPI통신의 CEO(최고경영자)를 겸해왔는데, 이번에 문선명 총재 다음으로 중책이라는 가정연합 회장직을 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곽 회장은 1월11일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에 오름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 사회의 파워맨이 되었다.

7월 피스컵 축구대회 개최 … “축구 통한 평화 실현 목적”

곽 회장의 사무실에는 그가 가운데에 있고 좌우로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와 체니 부통령 부부가 서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부시 대통령의 2기 취임식 하루 전날인 2월19일, 부시 대통령이 가깝게 지내온 70여 쌍의 부부만 불러 치른 연회 때 찍은 사진이라는데, 곽 회장은 “내가 미국 정·부통령을 데리고 찍었어” 하며 껄껄 웃었다. 그에 따르면 이 행사에 초청된 동양인은 그와 주동문 ‘워싱턴타임스’ 사장, 대만의 한 재벌 등 단 세 사람뿐이었다고 한다.

어떤 연유로 그는 이 행사에 초대받았을까. 곽 회장은 “부시 대통령이 문선명 총재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하기 위해 나를 부른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난제가 무엇인가. 막강한 군사력으로 억누르고, 화려한 경제력으로 유혹해도 굴하지 않고 대드는 무슬림 원리주의 아닌가. 모든 종교는 사랑과 평화를 주장하지만, 종교 갈등으로 비화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종교이기도 하다. 그래서 종교단체 간의 화해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세계 각국의 종교지도자를 미국으로 불러들여 종교 간 이해를 넓히는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회의를 열어왔다. 미국 정부가 부르면 이렇게 많은 종단의 대표가 오지 않는데 우리가 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 행사를 열 때마다 미 국무부와 상·하원 외교·국제위원회는 이들에게 미국의 견해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니까 부시 대통령이 문 총재를 대신해 나를 초청한 것 아니겠느냐.”

통일교 곽정환 시대 ‘활짝’

2003년 1회 피스컵 대회 우승 팀인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200만 달러를 전달하는 통일교 문선명 총재(위 가운데).

7월15일부터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전국의 여섯 개 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 6회 우승팀인 성남 일화와 박지성·이영표 선수가 활약하는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등 8개 팀이 참가한 ‘2005 피스컵 코리아’ 대회가 열린다. 2003년 첫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 대회는 이제 막 조 추첨(4월21일)이 치러졌음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이 대회를 주최한 곳이 통일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곽 회장은 통일교가 스포츠에 진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랑과 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우리의 뜻인데, 단순한 방법으로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입체적인 방법을 통해야 쉽게 이뤄질 수 있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찾아낸 것이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축구다.

축구를 통해 평화를 실현하자는 생각에서 우리는 이 대회를 피스컵으로 명명했다. 이 대회를 통해 평화를 선전하고, 이 대회에서 번 수익금을 극빈 국가의 유소년 축구 발전기금으로 지원함으로써 기쁨을 확산하자는 것이 이 대회를 연 근본 취지이다.”

곽 회장은 응원하는 팀이 지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져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잠깐이다.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 축구다. 그래서 문 총재는 모든 스포츠는 평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통일교가 일찌감치 일화 축구단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라고 답했다.

통일교는 철저한 반공노선을 유지하면서도 대북사업에 매우 열심인 것이 특징이다. 공산주의는 잘못된 사상이자 제도지만 잘못을 깨닫게 하려면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이 통일교 측의 오랜 설명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세간의 화제는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면 중국이 북한에 개입해 친중 정권을 세우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통일교는 어떠한 전략으로 북한을 바라보는가.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면 탈북자가 대량으로 밀려들 것으로 염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김정일 정권이 유고를 맞았다는 것은 북한 수뇌부가 위기를 맞은 것이지 북한 주민들이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면 가족을 솔가(率家)해 북한을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살던 곳에 남아 있을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상황을 놓고 걱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통일교 곽정환 시대 ‘활짝’

2기 부시 행정부 출범 전날 연회에서 부시 대통령 부부(왼쪽), 체니 부통령 부부(오른쪽)와 기념 촬영한 곽정환 회장.

“김정일 정권 붕괴 … 北 주민 잘살았으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휴전선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고 북한 주민들이 잘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공산주의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북한 난민이 휴전선을 넘어올 것이라는 허황된 걱정보다는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아두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북한보다 인구가 두 배 정도 많으니 두 집이 한 집을 돕는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그러한 지원을 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일본은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은 누가 뭐래도 동족이 사는 곳이므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우리는 주관을 갖고 소신껏 개입해야 한다. 그러한 때를 대비해 통일교는 지금 대북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정면으로 대처하면 이웃 국가가 북한에 정권을 세워 한반도 분단을 이어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곽 회장은 구체적으로 강조하진 않았지만 도처에서 통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세계 각 종단 대표를 모아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은 종교 간의 통일이고, 축구를 통해 평화를 전파하는 것은 스포츠를 통한 통일이며, 남북통일은 두말할 것도 없는 통일이다.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교회는 결국 학교 아닌가. 학교에서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지식을 배우듯이, 교회와 성당은 사랑과 평화를 실천할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만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고 교회 밖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하나님이 교회 안에서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교회 안에서만 평화를 이뤄야 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고자 한다. 사랑과 평화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그 방법을 배우러 교회에 가야 한다.

일상생활에서의 평화와 사랑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므로 우리는 가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굳건히 갈 것이다.”

곽 회장은 종교가 분쟁의 동인이 되는 세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교회와 성당에 갇혀 있는 종교를 그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당을 만들어 정치 세계에도 진출한 통일교가 곽정환 시대를 맞아 어떤 사회운동을 펼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간동아 2005.05.03 483호 (p56~57)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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