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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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비디오 보며 영어 익혀…”

컬럼비아대 장학생 된 부산과학영재학교16살 오창현 군 수기… “스스로 목표 세우고 실천하라”

  • 입력2005-04-28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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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비디오 보며 영어 익혀…”

    2월24일 유학전문 어학원 프린스턴 리뷰가 주는 장학증서를 받은 뒤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한 오창현 군.

    얼마 전 캘리포니아공대, 카네기멜런대학, 컬럼비아대학 등으로부터 합격을 통보받고 여간 기쁘지 않았다. 특히 캘리포니아공대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KAIST(한국과학기술원) 같은 곳으로 내가 꼭 진학하고 싶었던 대학이다. 그럼에도 컬럼비아대학을 선택한 까닭은 이 대학 이공계 학생 1%만이 선발되는 ‘라비 장학금’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라비 장학생은 학교로부터 학비와 체재비 지원은 물론 담당교수와 일대일 대면학습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남들은 내가 일찍부터 미국 대학의 진학을 위해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미국 대학 입학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루하루 그저 남들처럼 학교 공부에 충실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학교 공부하랴, SAT 공부하랴 ‘녹초’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2003년 여름방학 때였다. 그때 학교에서 단체로 미국 퍼듀대학에 2주간 위탁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또래의 미국 학생들과 함께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미국 학생들과 만나 얘기도 하고 함께 공부도 하면서 한 가지 의아했던 것은 이들의 과학 분야 성취도가 한국 학생들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점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중학교 때 배우는 인수분해조차 미국 학생들은 어려워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은 학생 때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쓰는 한국 학생들이 왜 성인이 된 후에는 국제적인 연구 실적에서 오히려 미국 학자들에게 뒤질까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은 이랬다.



    ‘한국 학생과 미국 학생의 수준이 뒤바뀌는 것은 대학 때다.’

    미국 대학은 한국 대학에 비해 면학 분위기나 교수진 등의 환경이 좋기 때문에 미국 학생들이 대학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미국 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유학을 결심하긴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내가 다니던 부산과학영재학교는 2·3학년 때에 과학과목 심화 과정을 이수하게 하는데, 마침 유학 준비를 시작한 게 2학년 2학기 때여서 학교 공부하랴, 미국 대학 수학능력시험(SAT) 공부하랴, 입학원서 쓰랴 시쳇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학교 공부도 버거운데 미국 대입을 위한 SAT 문제와 씨름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만화 비디오 보며 영어 익혀…”

    부산과학영재학교 컴퓨터 활용 수업 시간중. 2002년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대 영재센터 1년 과정을 수료하고 급우들 및 지도교수와 함께 찍은 사진. 2004년 호주 가족 여행중(위부터).

    그런데 그렇게 공부를 했는데도 SAT 점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SAT I을 세 번이나 봐야 했으니까. 솔직히 이때 미국 유학을 포기할까도 몇 번 고민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부모님과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이 즈음 어머니가 방학 때 서울로 올라오면 SAT 준비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이 있다고 추천했다. SAT와 미국 유학 준비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프린스턴리뷰였다. 이곳에서 SAT I과 SAT II, 그리고 에세이를 준비했고 SAT 시험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의 또래 학생들을 사귀면서 SAT 준비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유학 간다니까 영어 공부를 유난히 열심히 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나는 영어를 특별히 공부한 기억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 비디오 등을 통해 가까이 접했기 때문에 영어를 익히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꾸준히 영어와 친숙해지다 보니 어느새 또래 아이들에 비해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 결국 영어 공부는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유학 원한다면 미리미리 서둘러라”

    나의 미국 유학 준비 경험에 비춰보면 SAT 공부는 일단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또 SAT I의 Critical Reading Section 같은 경우는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 문학 작품 등을 많이 읽어서 독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공부와 유학 준비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도 잘 해야 한다.

    나는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무엇보다 일찍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경우 유학 준비를 위한 시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아 학교 공부와 유학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고, AP 시험 가산점도 많이 받지 못했다. 일찍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고 유학 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공부만 아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 대학에서는 이런 사람은 선호하지 않는다. 공부는 기본이고, 과외활동도 열심히 하는 학생을 선호하기 때문에 특별활동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악기나 운동 등에서 재능을 개발한다면 취미활동도 되고 유학 원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학을 준비하는 자녀들을 둔 부모님이라면 자녀의 성향과 적성을 정확히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자녀에게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려줄 수 있고 진호 선택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목표로 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열여섯 살, 내 또래 친구들은 중 3인데 나는 이제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게 됐다. 사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공부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환경도 무척 낯설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랬듯이 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가다 보면 이런 것은 자연스레 극복될 것이라 여겨진다.

    아직 내가 장래에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지는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내게 꼭 맞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봐도 이것이다 하는 게 아직 없다. 다만 적성에 맞는 과학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바람있다. 앞서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결실이 인류 발전에 공헌했듯이 나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내 나라 한국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다.

    내가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녔기 때문에 서울에 사시는 어머니는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주었다고 내내 마음 아파하셨다. 그런데 또다시 미국으로 먼 길을 떠난다고 하니 합격의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시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항상 큰 걸음으로 자신 있게 생활해나가겠습니다.”

    나는 미국에서 펼쳐질 새로운 세계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창현 군 프로필

    - 1989년 아버지 오병호씨와 어머니 정수옥씨의 1남1녀중 장남으로 태어남. 서울 잠원동 신동초등학교, 신동중학교 졸업. 부산과학영재학교 3학년 재학중. 2005년 3월 대통령 과학장학금 수상(전국에서 6명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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