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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고려대 100년 세계로 미래로

“캠퍼스야, 호텔 라운지야”

세계 수준 최첨단 건물 잇따라 완공 … 유비쿼터스 인재 배출 ‘글로벌 고대’ 디딤돌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캠퍼스야, 호텔 라운지야”

“캠퍼스야, 호텔 라운지야”

지난해 리모델링한 중앙도서관 로비.

화강석의 육중한 교문을 들어서면 1934년 9월 준공된 본관(옛 보성전문학교)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축가 박동진(1899∼1981)이 설계한 맞배지붕의 석탑(石塔)은 개화기 건축물 가운데서도 특히 조형미가 빼어나다. 사적 제285호인 고색창연한 본관이 고려대의 과거를 켜켜이 끌어안고 있다면, 근래에 새로 올라선 최첨단 건물들은 고려대의 미래를 웅변한다.

“호사스럽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미국 MBA 유학 준비를 위해 모교 도서관을 찾은 94학번 장도성(31·국민은행 근무) 씨는 10년 새 이뤄진 ‘하드웨어’의 변화에 혀가 내둘러진다고 했다. ‘막걸리 대학’답게 촌스럽고, 낡은 강의실에서 수업 듣고, ‘깔깔이’(90년대 초 고려대 화장실에 비치돼 있던 거무튀튀한 색의 재생 두루마리 화장지)를 ‘화장지’로 바꿔달라고 하소연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는 뜻이다.

10년 새 미국 명문대 버금가는 교육 환경

고려대의 변화는 하드웨어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최근 10년 새 미국 명문대학에 버금가는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이 꾸려졌다. 오랜만에 고려대를 찾은 사람이라면 ‘혁명적으로’ 변해버린 캠퍼스 풍경에 화들짝 놀라게 마련이다. 하루게 다르게 캠퍼스 지도를 바꾸며 새롭게 똬리 튼, 혹은 리모델링된 건물은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는, 고풍스러우면서도 포스트모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돌집만 짓겠다는 재단(고려중앙학원)의 고집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갖게 됐다.”(어윤대 총장)

2002년 대운동장을 들어내고 만든 ‘고려대의 명물’ 중앙광장에선 솜털이 보송보송한 신입생들이 소란스럽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잔디밭에서 한가한 오후를 즐기던 05학번 정나라(20·경영학과) 양은 “고려대에 입학한 건 인프라 때문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를 놓고 고민했는데 촌스러운 연세대의 시설과 세련된 고려대 교정이 너무 대조돼 고려대를 선택했다”며 웃었다.

학교 재단이 만들어 대학에 헌정했다는 점에서도 다른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중앙광장 지하엔 1100여 석의 열람실과 인터넷 카페, 한식·양식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등이 들어섰고 지하 2·3층엔 9000평 규모의 주차장이 마련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협소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중앙광장으로 고려대가 대학의 첨단화와 고급화 바람을 주도했다”고 자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들이 앞다퉈 조성 중인 ‘지하 캠퍼스’와 ‘차 없는 캠퍼스’는 고려대에서 비롯한 것이다.

중앙광장 지하는 고려대생들에게 ‘고엑스(서울 강남의 코엑스몰에 빗댄 표현)’ 혹은 ‘벙커’로 불린다. 상아탑에 ‘자본주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스타벅스 커피숍을 비롯해 PC게임방과 햄버거 가게가 들어섰다는 것은, 고루하다는 평을 들어온 ‘고대 문화’의 변화를 엿보게 한다. 고려대 이공계 캠퍼스에도 ‘애기능 광장’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중앙광장과 마찬가지로 8500평 규모의 대형 광장을 만들어 지하에 각종 편의시설을 입주시킬 요량이다. ‘애기능’은 이공계 캠퍼스에 위치한 작은 언덕을 일컫는 말이다.

“캠퍼스야, 호텔 라운지야”

다른 대학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중앙광장,5월5일 문 여는 백주년기념관(위부터).

5월5일엔 중앙광장 오른쪽에 고려대 100년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인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려중앙학원이 출연해 지은 백주년기념관은 유럽의 고딕 양식과 초현대식 아트리움이 어우러져 고려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듯하다. 백주년기념관엔 메가 스피드 시대의 유비쿼터스 인재를 배출할 디지털라이브러리(전자도서관)가 들어선다. 대학 관계자들은 “개관일에 맞춰 한창 내부 공사 중이어서 첨단 설비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고려대에 새로 들어선 굵직굵직한 건물(리모델링 포함)은 생명과학관(200억원), 우당교양관(170억원) 등 10여 곳에 이른다. 시설에서만큼은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것이다. 녹지캠퍼스에 들어서는 종합체육관도 차범근, 선동열, 박주영 등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를 배출한 고려대의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체육관은 외부 경기 유치는 물론이고 교직원과 학생이 한데 어울리는 대동단결(大同團結)의 전당으로 꾸릴 예정이다.

중앙광장 타 대학서 벤치마킹 … 신입생 대만족

중앙광장 오른쪽에 터를 잡은 LG포스코경영관(학생들은 ‘엘포관’으로 줄여 부른다)은 고려대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물이다. 호텔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공간 배치가 인상적인 엘포관은 미국의 명문 비즈니스 스쿨을 떠올리게 할 만큼 호사스럽게 지어졌다. 99학번 이나라(27·법학과) 씨는 “처음엔 대리석 바닥이 하도 반짝반짝해 여학생들은 속살이 비칠까 걱정돼 치마를 입고 등교하지 못했다”면서 “다른 단과대 학생들은 들어서자마자 입이 좍 벌어지는 엘포관을 시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270억원의 예산으로 지은 엘포관 강의실은 국제기구의 회의실을 뺨친다. 안내표지판에서 한글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국제화한 공간이다. 각 강의실의 문엔 건축 기금을 기부한 동문의 이름을 적은 푯말이 붙어 있다. ‘김승유(하나은행 이사회 의장) 강의실’ ‘유상옥(코리아나화장품 회장) 강의실’ ‘이명박(서울시장) 라운지’ ‘박현주(미래에셋 회장) 라운지’ 하는 식이다. 사범대학으로 입학해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박현주 회장은 사범대생들의 원성을 듣기도 한다. 경영대에는 화려한 라운지를 만들어주고 사범대는 ‘나 몰라라 한다’는 후배들의 아쉬움 때문이다.

“캠퍼스야, 호텔 라운지야”

종합체육관 기공식.

물론 겉모습이 화려해졌다고 해서 저절로 속이 알차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쿨(cool)한 인프라(infra)는 아쉬움 모르고 자란 신세대를 신입생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꼭 필요한 요소다. 고려대의 과거 100년이 ‘민족’을 매개로 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세계’를 겨냥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한 단계 개선된 캠퍼스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운동장에서 어깨를 겯고 ‘독재 타도’를 외치던 ‘올드 보이’들에겐 어색할지도 모르겠으나, ‘민족 고대’가 ‘글로벌 고대’로 비상하는 디딤돌이다.



주간동아 2005.05.03 483호 (p24~25)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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