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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고려대 100년 세계로 미래로

지원은 최대한 간섭은 최소한

고려중앙학원, 고려대 발전 이끌고 밀고 … 하드웨어 확충 이어 소프트웨어 대대적 지원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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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 김성수 선생의 동상.

고려대가 자랑하는 1000여대 분의 주차장과 1100석의 열람실을 갖춘 초현대식 지하공간인 중앙광장. 2년간의 공사 끝에 2002년 완공돼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차 없는 캠퍼스’를 이루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이 시설은 다른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 시설이 정작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시설은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이 총 공사비 200억원 전액을 출연해 완공했다. 재단 관계자는 “인촌 김성수 선생이 그랬듯 학교 발전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게 고려중앙학원의 전통이어서 굳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가 최근 추진해온 ‘글로벌 혁명’의 성과 역시 고려중앙학원이 수행해온 그림자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이는 1999년 현 김병관(71) 이사장 취임 이후 재단이 고려대에 투자한 굵직한 신축 사업만 살펴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5월5일 고려대 100주년 기념일에 개관하는 ‘백주년기념관’도 김 이사장이 모금을 주도해 마련한 400억원으로 완공했다.

고려중앙학원은 녹지캠퍼스 노천극장 자리에 들어서는 지하 3층 지상 3층의 대규모 종합체육관 공사에도 26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스탠드와 바닥을 포함 8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체육관이다. 중앙광장과 백주년기념관, 종합체육관은 김병관 이사장의 취임 공약이었다. 이밖에 고려대의료원에 대한 끊임없는 시설 투자도 고려중앙학원 몫이다. 이 때문에 “김 이사장이 고려대의 캠퍼스 지도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 없는 캠퍼스, 백주년기념관 건립 등 끊임없는 시설 투자



고려중앙학원의 이런 태도는 ‘인촌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인촌 김성수 선생은 초기의 막대한 재원 소요를 ‘교육 구국’이란 신념 하나로 묵묵하게 감내했다. 인촌의 심모원려함은 손수 공사 감독을 하면서 세웠던 고려대 본관 건물이나 개교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중앙도서관 건물에서 진면목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사적으로 지정된 이 건물들은 한국 근대교육 100년을 넘어서 1000년을 바라보는 고려대 정신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촌 선생이 고려대 본관 건물 설계와 시공을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건축가(박동진)에게 맡겼던 사실과 당시 빠듯한 재정 상태에서도 조선총독부와 대등한 수준으로 ‘호화롭게’ 설계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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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중앙학원이 2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중앙광장 지하시설.

“인촌의 근검절약은 세상이 다 아는 바다. 그 인촌이 지독한 일정 압제 아래에서 왜 이렇게 호사스러운 교사를 지었을까? 그곳에는 무언의 깊은 뜻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것은 오기요, 반항이요, 겨레에 대한 스스로의 분발이었던 것이다.”(유진오 ‘양호기’ 1971년)

이 같은 전통은 후손인 일민 김상만 선생이나 현 김병관 이사장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의 조경 상태에서부터 건물의 이상 유무를 살피기 위해 교내를 거니는 재단 최고경영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한다. 안문석 교무부총장은 이를 “1932년 민립대학의 꿈을 안고 보성전문을 인수하여 안암동의 50만평에 달하는 대지를 매입, 손수 터를 다지고 잔디와 나무를 돌봤던 인촌 선생의 웅대한 꿈과 이를 이어온 가풍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물을 신축할 때 인촌 선생이 틀을 잡아놓은 위엄 넘치는 고딕 양식과 어울리게 설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것도 재단의 이런 ‘고집’ 때문이었다는 후문.

김병관 이사장 “내실 있는 학교 발전 도모할 계획”

고려중앙학원이 재단 산하 중·고등학교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 역시 인촌 정신을 이어받는 차원이다. 고려중앙학원은 중앙중학교에 6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첨단 교사를 새로 지었고, 2008년 중앙고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0억원을 들여 체육관, 정보관을 건설 중이다. 앞으로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다. 대부분의 서울 강북 소재 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옮겨간 상황에도 중앙중·고는 꿋꿋이 남아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의 관심은 이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었다고 한다. 고려대에 대한 시설 투자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교수 연구활동 지원과 장학사업 확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에 발전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고대신문’ 인터뷰에서 “발전위에서 중장기 발전 계획과 장학금 지급, 교수 연구 지원 및 평가 방안을 마련해 내실 있는 학교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촌 정신은 고려중앙학원의 학교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인촌 선생은 학교가 정상 궤도에 오른 이후에도 ‘지원은 최대로 하되, 대학의 일은 총장에게’라는 사학재단과 대학의 이상적인 관계를 실천해냄으로써 고려대를 민족사학의 대표로 키워낼 수 있었다. 김 이사장도 “학교재단이 학교나 학사운영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언한다.

이렇게 보면 인촌 선생의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이 그 후손들에게도 이어져 호남의 농지를 기반으로 했던 근대 민족자본 집안이 암울한 현대사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한국적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해왔는지를 오늘의 고려대 발전상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2005.05.03 483호 (p22~2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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