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2005.03.08

“주문식 교육으로 産-學 공생 추구”

동서울대 유광섭 학장 … “대학도 시대 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혁신해야 생존”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5-03-03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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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식 교육으로 産-學 공생 추구”

    동서울대.

    “근엄한 교수의 틀을 깨고 활동적인 최고경영인(CEO)이 되려 했습니다. 그러자 크고 작은 변화가 시작되더군요.”

    경기 성남시 동서울대 유광섭 학장(50)은 자신을 ‘동서울대 CEO’라고 소개한다. 체크무늬 셔츠와 노란색 넥타이가 멋지게 어울리는 그의 외모도 ‘학장’보다는 CEO라는 수식어에 더 걸맞아 보였다.

    유 학장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CEO 마인드’가 동서울대를 ‘실용 명문’ 반열에 올려놓았기 때문. 2004년 이 대학이 신설한 시계주얼리과는 2005학년도 전문대 입시에서 3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2003년 문을 연 실버복지과와 뷰티코디네이션과 졸업생들은 현재 90% 이상 취업에 성공하며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고 있다. 각종 데이터들에 비춰보면 동서울대는 최근 전문대들이 직면해 있는 신입생 유치난과 졸업생 취업난의 이중고를 성공적으로 돌파한 모범사례인 셈이다.

    CEO 마인드 ‘실용 명문’으로 우뚝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무역회사 대표, 경제학과 교수 등을 거쳐 1997년 이 대학 학장으로 취임한 유 학장은 이에 대해 “대학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혁신을 강조했다. 교수, 학생, 교직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온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기쁠 뿐”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사실 유 학장이 처음 동서울대에 취임한 97년은 아직 대학가에 본격적인 위기가 닥쳐오기 전. 어느 대학에나 지원자가 넘쳐났고, 학교는 사회와 격리된 채 변화와 혁신의 사각지대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일반 기업 CEO를 역임한 유 학장은 이미 그때부터 곧 닥쳐올 위기의 징후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학내 구성원들에게 자신을 CEO로 여기도록 했고, 개혁의 고삐를 쥐었다.

    “주문식 교육으로 産-學 공생 추구”

    \'동서울대 CEO\' 유광섭 학장.

    “우선 대학 이름을 대유공업전문대에서 동서울대로 바꿨어요. 77년 개교한 이래 20여년간 사용해온 이름을 유지하는 게 지명도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죠. 하지만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다양한 학과 신설과 정보화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한 투자도 시작했습니다.”

    유 학장은 교직원들로 구성된 ‘국제화 태스크포스팀’을 해외 명문 대학에 보내 대학 체질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어오게 하고, 스스로 경기도 내 기업인들을 찾아다니며 바람직한 산학협동 모델을 구축하는 등 동서울대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주문식 교육으로 産-學 공생 추구”

    디지털정보전자과 학생의 실습 모습.

    “왜 그렇게 앞서 나가느냐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남보다 앞서 나가는 ‘선도성’, 다른 대학들과 확실히 구별되는 ‘차별화 전략’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설득하니 결국에는 모두 저를 따라오더군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결과 가운데 유 학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이 대학만의 독특한 산학연계 시스템이다. ‘주문식 교육’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은 기업과 학교의 ‘윈-윈’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

    예를 들면 ‘디지털전자과’는 LG전자와 결연해 학과에 LG전자가 의뢰하는 과목을 개설한다. 그러면 LG전자는 그 수업을 들은 학생 가운데 희망자를 전원 채용하는 것이다. 2003년의 경우 ‘이동통신 기기 실무’와 ‘가전기기 실무’가 이런 방식으로 개설됐는데, LG전자는 이 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모두 채용했다. 기업은 꼭 필요한 인재를 뽑을 수 있어서 좋고, 대학으로서는 학생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니 이 이상 좋을 수 없는 방식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동서울대에만 있는 ‘시계주얼리과’는 아예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이하 시계조합)의 의뢰를 받아 학과를 개설한 사례다. 시계 디자인, 시계 제조, 명품시계 수리 등에 필요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계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2004년 만들어진 이 학과의 졸업생들은 이미 전원이 시계조합 회원사 취업을 보장받은 상태. 시계조합은 이 학과에 매년 8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시계조합 회원사는 140개에 달하고, 영세한 회사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시계 업체가 250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역을 전문적으로 배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요. 대학이 앞장서면 경제도 살리고, 취업도 늘릴 수 있는 영역인 셈이죠. 아마 이런 분야가 이외에도 적지 않을 겁니다. 우리 대학은 그 틈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 학장은 지금도 기업체와의 연계 아래 3개 정도의 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전공들이 2007년 입시에서 또 한번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은 극비’라며 말을 아꼈다.

    사실 동서울대에는 지금도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이색 학과들이 적지 않다. 이 대학의 ‘실버복지과’는 노령화 사회에 발맞춰 노인 건강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학과. 노인스포츠, 노인복지론, 노인건강마사지, 실버간호학 등 일반 대학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특화된 전공을 개설해두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복지법규나 행정 등 사회복지학도 동시에 익히도록 해 졸업 뒤 실버산업에서 중심적인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특색이다.

    “주문식 교육으로 産-學 공생 추구”

    시계주얼리과 학생들이 디자인한 고급 시계.

    “실무+전문성 교육 계속 노력”

    ‘뷰티코디네이션과’도 최근의 트렌드에 발맞춘 개성 만점의 학과. 메이크업, 헤어, 패션 등 지금까지는 사설 학원에서 배워야 했던 분야를 대학의 틀 안에 끌어들인 것이 이색적이다. 이 학과를 졸업하면 21세기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뷰티 스타일리스트 등의 분야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상당하다고 한다. ‘뷰티 캐드’ 등의 과목을 통해 컴퓨터 가상공간에서 의뢰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법을 찾는 기술을 가르치는 등, 다른 기관과 차별화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이 대학 ‘뷰티코디네이션과’의 자랑이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문대 졸업자에 대해 ‘실용성만 강하지 전문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외국에서는 전문대 졸업자가 오히려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런 ‘실무 엘리트’의 수요는 더욱 높아지게 되지요. 그때에 대비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전공들을 다양하게 개설하고, 실무와 전문성을 결합한 교육 방식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실용 중심 ‘CEO 학장’으로서 유 학장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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