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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브라질 “아마존 불법 벌목 꼼짝마”

‘아마존의 성녀’ 스탕 수녀 피살 계기 … 한평생 농민인권·환경보호 애쓰다 총탄 맞아

  • 멕시코시티=한동엽 통신원 boracap@hanmail.net

브라질 “아마존 불법 벌목 꼼짝마”

2월15일 브라질 북부의 파라 주(州)는 한 미국인 수녀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겼다. 아나푸시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에는 ‘진정한’ 브라질인을 추모하는 브라질 국기가 운구 행렬을 이끄는 가운데 7000여명의 조문객이 운집했다.

‘아마존의 성녀’ ‘아마존의 상징’으로 불리던 스탕 수녀가 2월12일 무장괴한에게 피살됐다. 미국인이었던 스탕 수녀는 국적까지 바꾸며 지난 40여년간 아마존 보호와 가난한 농민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인물이다. 그는 “아마존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발전 계획을 수립하라”고 주장해왔으며, 농장주와 벌목업자들에게서 위협받고 있는 가난한 농민들을 보호하는 데 물러섬이 없었다.

브라질 전역 ‘슬픔과 분노’에 빠져

살해되기 전날 밤, 암살범 중 한 명이 그의 동료들을 찾아가 “스탕 수녀가 법정에 설 경우 그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음에도 스탕 수녀는 이튿날 아나푸시 법원에 출석해 “벌목업자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네 명의 농민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증언을 마친 뒤 스탕 수녀는 아나푸시에서 50km가량 떨어진 농장지대에서 두 남자가 쏜 총탄 세 발을 맞고 쓰러졌다.

스탕 수녀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브라질은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그가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와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농민들은 “물 없는 강, 나무 없는 공원과 같은 심정”이라면서 부모를 잃은 양 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이에 조제 지르세우 정무장관은 “두 명의 암살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이들의 배후세력을 추궁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들에게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덧붙여 “용의자들의 범법행위는 환경보존을 위한 모든 노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배후세력을 찾아내는 데 연방정부와 파라 주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마존 보호에 목숨을 바친 인물은 스탕 수녀가 처음은 아니다. 1988년 12월 암살될 때까지 아마존 아크레에서 활동했던 치코 멘데스와 그가 이끌었던 세링구에로스(Seringueiros·‘고무를 채집하는 사람들’이란 뜻)는 아마존의 전설로 남아 있다. 나무에 몸을 쇠사슬로 묶어가며 불법 벌목업자와 그들의 전기톱에 맞서 싸웠던 그들의 투쟁은 당시 전 세계 언론의 국제면을 장식했다.

치코 멘데스와 스탕 수녀는 아마존 보호를 위해 싸웠던 ‘다른 시대, 같은 인물’이다. 다만 스탕 수녀가 원주민과 빈농의 권익보호, 빈농 자활운동에 좀더 많은 비중을 두고 활동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

브라질 고등노동법원장 프란시스코 파우스토는 “2만5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대규모 농장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단지 음식을 얻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게 일한다”며 노동착취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스탕 수녀가 활동했던 파라 주 또한 정부의 통제 밖에 놓인 곳으로 농민들에 대한 착취와 살인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여기서 그는 땅과 아마존,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 몰린 농민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지난해 브라질변호사협회는 그의 공로를 인정하며 인권상을 수여한 바 있다. 세링구에로스의 일원이었던 현 환경부 장관 마리아 실바는 “스탕 수녀는 아마존 농민들에게 성녀와 같은 존재이며, 인권운동의 상징이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농장주와 벌목업자에게는 스탕 수녀가 ‘사탄’ 같은 존재였다. 99년 아마존 토지 소유권자들과 정부 토지를 불법 점거해 벌목하고 있는 이들이 만든 목록에는 그의 이름이 ‘반드시 추방되거나 없어져야 할 인물’에 올라 있었다. 스탕 수녀가 지난해 남긴 글에는 ‘암살범들은 활개를 치고 있으나, 경찰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적혀 있다. 치안 부재, 그리고 자신을 향한 살해 협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그는 경찰에 어떠한 신변보호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죽이려는 것은 알지만 내가 있을 자리는 억압받는 농민들이 있는 바로 이곳”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마존에선 농민 살해사건 빈발

브라질 국토의 44%를 차지하는 아마존 지역은 불법 벌목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더불어 빈번한 살인사건으로 목숨까지 위협받는 곳이다. 가톨릭교회 통계에 따르면 85년부터 96년까지 900여명의 농민이 살해됐다. 그린피스는 “85년부터 2001년까지 아마존 지역 농촌에서 1237명이 살해됐는데, 이중 40%는 파라 주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2004년 한 해만 해도 161명이 살해됐는데, 이중 파라 주에서만 40명이 희생됐다. 브라질 농촌보호위원회는 “85년부터 2004년까지 1379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이중 법정까지 간 사건은 고작 75건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무성의한 대책을 비난했다. 스탕 수녀는 수차례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오가며 불법 벌목업자들과 폭력단체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때 법무장관 마르시오 토마스 마스토스에게서 ‘연방경찰 지부 설립’을 약속받았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브라질 정부는 스탕 수녀의 죽음을 계기로 벌목을 위해 국가의 토지를 점거한 이들에게서 땅을 되찾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아마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벌목, 약탈, 살인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하면서 “아마존 환경보호를 위한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스탕 수녀 죽음에 뒤이어 2월12일과 15일 파라 주에서 발생한 3명의 농민지도자 피살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긴급위원회를 구성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2000여명의 군 병력도 파라 주에 파견했다.

그러나 ‘농민의 권리와 농지개혁을 위한 변호사회’의 길베르토 포르테스는 “2000명의 병력이 파라 주에 체류하는 일주일 동안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아마존 지역에 연방경찰 지부를 설립하고, 안전보장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환경 감시를 위해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사실 그간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의 환경보호와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수많은 약속을 해왔다. 그러나 ‘힘과 협박’으로 맞서는 벌목업자와 농장주에게 정부의 의지가 번번이 꺾여왔다.

아마존 지역 농민들은 스탕 수녀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또다시 정부의 의지가 흔들리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3의 치코 멘데스, 제2의 스탕 수녀가 밀림 속에서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마존을 지켜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주간동아 2005.03.08 475호 (p52~53)

멕시코시티=한동엽 통신원 boraca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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