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2005.03.08

수요일 ‘명사와의 데이트’ 떴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간담회’ 굵직굵직한 인물들 초청, 민감한 발언으로 ‘관심 집중’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3-03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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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 ‘명사와의 데이트’ 떴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 열리는 ‘수요정책간담회’ 모습.

    “현재 한나라당의 성격과 구성으로는 다음 대선에서 집권을 기대하기 어렵다. 썩은 포도주통에 새 술을 집어넣어선 안 된다.”(손학규 경기도지사, 2004년 12월1일)

    “집단소송제에 있어 분식회계 소급 적용에 대한 기업의 불안감을 털어주어야 한다.”(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2004년 12월8일)

    민감한 시기, 민감한 사안의 중심에 선 인사들이 한 ‘민감한’ 발언들이다. 손학규 지사와 윤증현 위원장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상의 발언을 한 자리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사장 강경식·NSI)의 수요정책간담회(이하 수요간담회). 매주 수요일 오전 7~9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수요간담회에서는 이렇듯 종종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미 있는 발언들이 튀어나온다. 때문에 눈썰미 있는 기자들에게는 쏠쏠한 기삿거리를 건질 수 있는 ‘중요 포스트’로 인식되고 있다.

    수요간담회의 주체인 NSI는 1991년 9월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으로, 당시만 해도 정부나 정치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국가 정책’ 결정과정에 민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객관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재계 유명인사들 이사진에 포진



    초기에는 강경식 이사장이 전면에 나서 이끌다, 95년 1대 원장으로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에 이어 동력자원부 장관을 지낸 진념씨가 취임했다. 그러나 취임 4개월 만에 진씨가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외환은행장, 보험감독원장 등을 지낸 황창기 수원대 석좌교수(경영학)가 2대 원장이 됐다. 99년 김인호 전 대통령 경제수석이 3대, 2000년에는 한이헌 전 대통령 경제수석이 4대 원장에 취임했다. 2002년 취임한 현 김태준 원장은 특허청장, 수출보험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사장과 전·현직 원장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 NSI를 이끄는 멤버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이사진만 해도 이들 외에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변규칠 전 LG그룹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손병두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신복영 콤텍시스템 회장,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상윤 ㈜농심 사장 등이 포진해 있다. NSI가 민간연구기관임에도 15년간 활발한 활동을 통해 탄탄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후광과 사회적 영향력이 큰 몫을 했다 하겠다.

    수요일 ‘명사와의 데이트’ 떴다

    1대 진념 전 경제부총리, 2대 황창기 전 보험감독원장, 3대 김인호 전 대통령 경제수석, 4대 한이현 전 대통령 겅제수석, 김태준 현 원장(왼쪽부터)

    수요간담회는 NSI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진행해온 프로젝트. 92년 6월3일 강봉균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보가 연사로 등장한 것이 처음이다. 매년 2월 중순~12월 중순까지 매주 수요일 빠짐없이 열려 2월23일 현재 472회차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간담회는 연사 선택이 뛰어나기로 이름이 높다. 민경식 실장은 “당시의 쟁점문제를 주제로 삼거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초청해, 시사적이면서도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는 토론을 이끌어내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초기 연사들은 대개 각 부처의 실·국장급들이었다. 정부-민간 간 교류가 저조한 때이던 만큼, 정책 실무자들에게서 국가 현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고 토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던 것이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방향 전환이 이루어졌다. 급격한 경제 개방과 함께 관료들의 영향력이 낮아지면서, 연사들도 경영 환경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업·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시민단체 관계자, 경영·경제학 교수 등으로 그 폭이 확대됐다. 외국인 연사들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수요간담회 연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 주제나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음을 알 수 있다. 최근 2년간만 살펴봐도 박노해 시인이나 원영만 당시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역사학),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일본대사, 김혁규 당시 경남도지사,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경제학),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 황우석 서울대 교수(수의학)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2월23일에는 뉴라이트 운동의 핵심인사인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가 등장했고, 3월2일에는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3월9일에는 크리스토프 힐 주한미국대사가 연사로 나선다. NSI 측은 “2004년 연사를 분석해보면 현직 장관이 7명, 전·현직 관료가 7명, 교수가 13명, 경영인이 6명, 연구계가 3명 등이다. 정치인은 1명(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뿐으로 비중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수요간담회에 대한 회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미국계 헤드헌팅기업인 콘/페리 인터네셔널 이성훈(44) 부사장은 “쉽게 접하기 힘든 명사들에게서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며 “다양한 분야의 시사적 주제들을 핵심만 꼭 집어 섭렵할 수 있어 시야를 넓히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밝혔다. 열린회계법인 송덕호(47) 공인회계사는 “연사뿐 아니라 청중의 수준도 높아 평소 생각지 못한 질문과 답이 오가는 등 토론이 활발하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신화전자 김옥경(59) 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관계·학계·재계 등 연사들 소속 다양

    연사로 나섰던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회원 대부분이 만만치 않은 무게와 경륜을 지닌 분들이라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깊은 고민 없이 나섰다가는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외무부 장관을 지낸 유종하 서강대 교수 또한 “날카로운 질문이 많아 쉽지 않은 강연이었다”며 “만족도가 컸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보유 세제 운용방향’을 주제로 강연한 재경부 이종규 세제실장은 “오히려 그분들 앞에서 내가 강연할 자격이 있나 고민스러웠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대한 청중의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요일 ‘명사와의 데이트’ 떴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운영하는 민간외교클럽 '아린' 회원들.

    수요간담회 참석 자격이 주어지는 NSI 회원이 되려면 법인의 경우 연간 300만원(3명 출석 가능), 개인은 연 120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매주 참석할 게 아니라면 50만원의 가입비와 매회 3만원의 참가비를 내는 방법도 있다. 민영서 실장은 “그러나 회비와 기부금만으로는 내실 있는 운영이 어려워 ‘CEO Strategy’라는 동영상 콘텐츠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수요간담회 동영상을 요약 가공해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 유료로 제공하는 것. 이미 시험판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NSI는 수요간담회 외에도 국가경영전략포럼(대표 양수길)을 중심으로 방송·신문사 등과 손잡고 다양한 정책연구·공론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1월에는 2004년 5월부터 진행한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와 토론회 결과를 5회에 걸쳐 중앙일보에 게재했다. 2003년 12월에는 동아일보와 손잡고 ‘정치 개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외 ‘미국차세대정치지도자협의회’ ‘중국국제교류협회’ 등과 함께 차세대정치지도자 양성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의 국제적 청소년 경제교육단체인 JA(Junior Achievement)와 손잡고 사단법인 ‘JA Korea’를 발족, 초·중·고생 대상의 무료 경제교육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활동은 ‘아린(我隣)클럽’ 운영이다. 70여명의 주한 외교관 및 외신기자들이 회원인 아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간외교클럽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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