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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근혜 대표, 전략도 리더십도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기득권 버리고 빅4가 공정한 경쟁 해야 … 행정도시 이전 합의는 잘못”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박근혜 대표, 전략도 리더십도 없다”

“박근혜 대표, 전략도 리더십도 없다”
여야의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합의와 관련 비주류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해 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된 홍준표 의원이 직격탄을 날렸다. 홍 위원장은 2월23일 ‘주간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당권을 잡은 지난 1년간 무전략과 무능, 지도력 부재 등에 시달렸다”고 지적하고, 특히 “무정쟁 선언은 정쟁과 야당의 고유기능인 건전한 비판을 구분하지 못한 대표적인 지도력 부재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평소 당내 비주류로 박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그이지만 혁신위원장직을 맡은 상태에서 정면으로 박 대표를 비판해 파문이 예상된다. 홍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과 관련 “박 대표를 밀어주기 위해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당헌당규를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박 대표의 기득권 제거 의지를 피력했다. 홍 위원장은 박 대표에게 “기득권을 버리고 원형경기장으로 내려와 빅4(박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강재섭 의원)와 공정한 경쟁을 벌이라”고 촉구했다.

홍 위원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여야 행정수도 합의안과 관련 “헌법 개정에 준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결정도 재적의원 3분의 2 정도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며 의총 재소집을 요구했다.

“박 대표 출범 후 한나라당 더 무력해져”

-박 대표가 비주류인 홍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직을 맡긴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지난 1년 동안 계속 변화를 도모했던 현 지도부가 더는 방법을 찾지 못하자 비주류에게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반(反)박근혜 라인으로 알려진 홍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것도 화제다.

“내가 혁신위원장직을 맡은 이유는 당을 위한 것이다.”

-박 대표가 당을 맡은 지 1년이 돼간다. 공과를 따진다면.

“박 대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총선 후 뉴 한나라당 운동을 벌였고, 당명 개정에도 집착했다. 또 비주류 포용책도 폈고, 민심을 얻기 위한 행보도 가속화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전략이 없고, 능력이 없었다. 무엇보다 리더십 부재가 큰 문제다.”

“박근혜 대표, 전략도 리더십도 없다”

2003년 10월9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나선 홍준표 의원.

-박 대표 리더십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총선 때 박 대표는 감성으로 국민들에게 호소, 제1 야당의 터전을 만들었다. 그 공적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 하나로 계속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 지도자는 상황에 따라 계속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당을 추스려야 한다. 이것이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런 점이 부족했다. 야당의 첫째가는 기능은 감시와 비판이다. 그동안 야당은 여당의 실정을 비판했을 뿐 의도적으로 정쟁을 유발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박 대표는 이를 정쟁으로 착각하고 무정쟁을 선언했다. ‘정쟁과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도부는 곤란하다. 이런 판단 착오가 있으니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은 정부에 제1 야당이 ‘파이팅 대통령론’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까운 홍 의원이 혁신을 명분으로 박 대표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가 박 대표와 늘 각을 세우는 비주류인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혁신한답시고 박 대표 손발을 묶으면 국민과 여론이 뭐라 그러겠는가. 국민 정서상 할 수 없는 일이다. 혁신은 상식선에서 제도 혁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

-제도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은.

“경제·북한 핵 문제 등 야당이 여당을 질타하고 따져도 모자라는데,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30% 전후의 지지를 받는 정부의 총리(이해찬)에게 설교를 듣고 있다.

왜 그런가. 야당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 출범 후 한나라당은 더 무능해졌고 더 무력화됐다. 한나라당은 강해져야 한다. 한나라당이 강해지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당을 감싸고 있는 부패, 특권, 무능, 친(親)재벌 등의 이미지를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고 총리에게 설교도 듣지 않는다. 힘 있는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혁신이 필요하다.”

-제도 혁신만으로 수구와 특권, 무능, 친재벌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가.

“수구 이미지를 벗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대북정책이다. 특권 이미지를 벗는 데 중요한 것은 친재벌 정책 버리기 등 경제정책의 변화다. 이런 점을 혁신위가 광범위하게 연구할 것이다. 영국 의 노동당은 18년간 집권에 실패했다. 조합주의, 파괴주의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피터 만델슨 등 노동당 삼총사가 노동당의 좌파 이미지를 걷어냈고, 제3의 길을 제창했다. 그 결과 집권에 성공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수구, 보수, 무능, 특권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 털어내야 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열 개의 일을 하고도 한 개만 평가받았다.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의 한 축은 홍보 기능에 대한 점검 작업이 될 것이다. 당헌당규도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당헌당규의 어떤 점을 혁신하나.

“현재의 당헌당규는 사실상 박 대표 체제를 밀어주기 위한 기형적 구조 성격이 짙다. 당 대표를 뽑는 데 여론조사와 인터넷 투표를 했다. 국민 대표가 아닌 당 대표를 뽑는 데 왜 여론조사를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도체제 및 당헌당규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당헌당규의 개정 방향은.

“공정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 박 대표도 기득권을 버리고 원형경기장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빅4가 국민적 관심 속에 공정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당권을 가진 사람이 전횡을 일삼으면 다른 사람들은 불공정 시비를 일으킨다. 사전에 제도적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고, 그 시기도 당헌에 명시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끝이다.”

-박 대표가 반발하지 않겠나.

“국민적 명분을 갖고 혁신하는 것이다. 나는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박 대표에게서 받아낸 약속이 있다. 혁신위에서 논의된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박 대표는 혁신위 결정 사항을 연필로 가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의 주도세력에 대한 변화 없이 제도와 문패만 바꾼다고 당이 혁신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인적 혁신 방안은 미묘한 문제다.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출발 단계에서 얘기하기는 곤란하다. 제도 혁신에 우선 치중해야 한다.”

-국민들은 박정희 속에서 박 대표를 찾고, 그 속에서 한나라당을 유추한다.

“차단해야 한다. 과거는 박정희 몫이다. 한나라당이 박정희 향수로 집권하려 한다면 난센스다.”

-한나라당이 12부4처2청의 충남 연기-공주 행정중심 도시 이전에 합의했다.

“잘못됐다. 지난번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중추 기능이 있는 곳을 ‘수도’라고 정의했다. 총리실 이하 12개 정부부처가 가면 중추기능이 옮겨가는 것이다. 이런 개념과 형태의 행정도시 이전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피하기 위한 술수로밖에 볼 수 없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안대로 정부부처를 옮기려면 개헌해야 한다. 지금의 법률로는 불가능하다.”

-의원총회에서 동의한 사안인데.

“정월 대보름을 맞아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 의원들이 많았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120명 중 80명이 투표에 참여, 이중 46명만이 찬성했다. 헌법 개정, 수도이전 등과 같은 중요한 당론 결정은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적어도 80명 이상의 의원들이 찬성해야 한다.”

-이번 결정을 놓고 비주류들이 지도부 사퇴론을 제기한다.

“박 대표의 지도력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혁신위가 개헌에 대해서도 연구하는가.

“제도 문제인데…. 3월 초를 전후해 17명의 혁신위원들이 확정된다. 혁신위원들이 정해지면 브레인스토밍을 할 것이다. 이때 개헌도 혁신 어젠다로 논의되지 않겠나.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당내에 재창당 및 정계 개편론이 많다.

“…그러자면 야3당이 연합해야 한다. 4월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야3당이 연합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이 선거에서 한두 석 더 가진들 별 의미가 없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야3당이 연합공천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민련과 민주당의 파이를 키워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간동아 2005.03.08 475호 (p32~33)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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