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2005.03.08

담배·술 광고 … KTX 월간기내지 상업성 논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3-03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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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술 광고 … KTX 월간기내지 상업성 논란

    최근 잦은 지연 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고속열차.

    철도청의 후신인 한국철도공사(사장 신광순)가 발행하는 고속철도(KTX) 기내 월간잡지 ‘KTX’가 상업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상업성 시비의 출발은 KTX 잡지에 들어간 광고의 양과 질.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최고급 육상운송 수단인 KTX의 기내 잡지 내용 중 25~30%가 광고인 데다 광고 내용 일부가 공공성과 거리가 먼 것이 이유다.

    실제 KTX 2월호의 경우 정부가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흡연 인구 감소를 위해 담뱃값 인상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데도 담배 광고(양담배 포함)가 3면이나 차지하고 있는 데다 잡다한 부동산 광고와 술 광고까지 실려 있다. 심지어 다리를 훤히 드러내놓고 앉은 여성의 다리 중앙 부위에 사진의 초점을 맞춘 카메라 광고도 실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이맛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 KTX는 심지어 정부기관에 속해 있었던 지난해에도 이 같은 광고를 게재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철도공사가 발행하는 잡지에 담배 광고가 실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정부기관 또는 정부 투자기관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자신들이 발행하는 잡지에 실었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KTX 잡지에 대한 이런 비판은 새마을호에 비치된 기내지 ‘레일로드’를 읽어온 사람들에겐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레일로드’의 경우 국가기간망인 철도의 공공성을 감안, 총 발행면수 120면 중에 광고 수도 10면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KTX 잡지는 비록 발행인이 철도공사 사장으로 되어 있지만 기획과 제작 광고는 제작 대행사가 결정한다”며 “사실 금연 광고 등 일부 광고는 문제가 많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광고면 수는 계약 당시부터 철도공사가 제시한 것”이라며 “요즘 광고시장의 경색으로 양질의 광고를 게재하는 데 문제가 많다”고 이해를 구했다.

    담배·술 광고 … KTX 월간기내지 상업성 논란

    고속 열차 기내 잡지 ‘KTX’.

    이 잡지의 제작사 측은 “계약 당시보다 광고 사정이 좋지 않아 금연 광고를 실을 수밖에 없지만, 광고 사정이 좋아지면 언제든지 빼낼 것”이라며 “광고면 수는 철도청과의 계약을 충실히 이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잡지의 내용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KTX 잡지에는 전 철도청장 출신이자 와인 관련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이 잡지 제작 대행사의 대표가 쓴 글이 고정적으로 2면씩 게재되고 있는데, 글의 성격도 와인 관련 내용이며, 기사에는 그가 경영하는 업체의 이름이 그대로 소개되어 있다. 그밖에도 이 잡지에는 와인 관련 고정기사가 2면 더 있고, 책 곳곳에 와인 사진과 관련 기사가 나온다.

    이에 대해 KTX 잡지 제작사 대표는 “와인 전문가로서 내 잡지에 내가 글을 쓰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잡지에 대한 평가는 독자가 해야 하는 것으로 와인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고, 설문조사 결과 KTX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아주 좋게 나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KTX 잡지가 불특정다수에게 제공되는 대국민 홍보지 성격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내용은 역시 불만이다. 새마을호 기내지 ‘레일로드’의 경우 소년소녀가장 돕기 관련 기사인 ‘사람과 사람’ 코너와 ‘미아 찾아주기’, ‘승객 인터뷰’ 코너 등 최소한의 공공성을 띤 기사 덕분에 ‘디자인은 촌스럽지만 정이 있고 따뜻한 잡지’라는 이야기를 들어오고 있는 게 사실. 특히 ‘사람과 사람’ 코너는 1994년 7월에 시작해 매달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소년소녀가장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표현해왔으며 지금껏 9억7000여만원을 모금해 2232명(중복 수혜자 포함)의 소년소녀가장이 혜택을 누렸다.

    KTX 제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레일로드는 사보 성격이 강해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며 “계약 당시 너무 저가에 낙찰된 데다 광고시장이 좋지 않아 계속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잡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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