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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변방에서 날아온 진짜 록, 압도적 펑크

‘디지 브레인스’ 내한공연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

변방에서 날아온 진짜 록, 압도적 펑크

변방에서 날아온 진짜 록, 압도적 펑크

잔다리페스타에서 공연한 마다가스카르 출신의 록 밴드 ‘디지 브레인스’. [사진 제공 · 김작가]

10월 1일부터 사흘간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 10여 곳에서 동시에 열린 잔다리페스타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밴드가 참가했다.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않는, 원석 그대로인 팀이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중 눈이 번쩍 뜨인 팀이 있었으니, 마다가스카르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디지 브레인스(The Dizzy Brains)’였다. 잘하는 팀은 많았으나 이만큼 원초적인 팀은 없었다. 그들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총 세 번 공연했고, 나는 10월 2일 홍대 앞 무브홀에서 열린 첫 공연을 봤다.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프렌치 나이트’ 행사였다.

프랑스대사관의 지원을 받은 덕에 자국에서도 꽤 인기 있는 6개 팀이 한국을 찾았고, 디지 브레인스는 12시 50분쯤 다섯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먼저 공연했던 팀들도 충분히 훌륭했다. 하지만 디지 브레인스의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선 팀들의 공연은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압도적이었다. 실력 문제가 아니라 원초적 에너지의 격이 달랐다. 보컬 에디, 그의 동생이자 베이스인 마헤파, 기타 뿐, 드럼 미라나로 구성된 이 마다가스카르의 네 남자는 왜 우리가 그토록 록에 열광했는가를 잊고 지낸 데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암수를 떠난 원초성과 악마성을 쏟아부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어떤 저항도 없이 100% 객석으로 전해졌다. 특히 에디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었는데, 프린스와 데이비드 보위를 연상케 하는 관능이 있으면서도 시드 비셔스 같은 자기파괴의 미학을 발휘했다. 함께 공연을 본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은 그에 대해 “이미 로큰롤을 하고 있는데 로큰롤을 더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다”고 평했다. 이에 나는 “섹스를 하고 있는데 섹스를 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 정도였다. 마다가스카르라는, 한국에서 보면 변방의 나라에서 온 팀을 통해 어느 순간 사라진 록의 원초성을 발견한 것이다.

디지 브레인스는 2011년 마다가스카르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결성됐다. 에디와 마헤파 형제가 동네 작은 바에서 공연하면서 시작됐고, 후일 뿐과 미라나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에디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는 나라가 펑크 그 자체다. 무정부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각자 ‘제멋’에 사는 나라다. 2008년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 내전에 가까운 혼란을 겪었고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 돈으로 800원이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니 경제상황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펑크를 택한 것도 이해가 간다. 재즈와 전통음악이 지배적인 환경에서 언더그라운드라 칭할 수 있는 밴드 신에서 활동하는 팀은 10개 남짓. 말하자면 1990년대 중반 홍대 앞 같은 분위기일 것이다. 그들 중에서도 해외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디지 브레인스는, 한국으로 치자면 ‘크라잉넛’이나 ‘노브레인’ 급의 밴드일 것이다.

영어와 프랑스어로 노래하는 그들은 마다가스카르의 현실을 다룬다. 가난과 부패, 정치인의 모순 등등. 에디는 말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쿠데타 같은 혼란 속에서 살았다.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는 걸 보며 자랐다. 그런 것들을 노래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197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이한 영국에서 펑크는 태동했다.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노동자 계급 청년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모든 기득권을 부정했다. 코드 세 개로 그들의 분노를 표현했다.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바꿨다. 디지 브레인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록이란 태도다. 분노와 저항이 기본이다. 문제는 그 분노와 저항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지금 서구의 록은 그저 마케팅일 뿐 1960~70년대 록의 태도를 잃어버렸다.” 역시 에디의 말이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 우리가 가진 문제의 답을 변방에서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록계가 지지부진하다고 느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이 날것의 청년들에게서 그 이유를 찾았다. 대안을 만났다. 다시 한 번 디지 브레인스의 공연을 한국에서 꼭 보고 싶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보고 싶다.






주간동아 2016.10.12 1058호 (p77~77)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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