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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프리즘

유구한 역사 ‘피어싱’ … 식지 않는 유행

유구한 역사 ‘피어싱’ … 식지 않는 유행

유구한 역사 ‘피어싱’ … 식지 않는 유행

피어싱은 이제 다양한 민족, 성, 국가와 인체 부위에 보편화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의 2004년 수상작 제목이 ‘뱀에게 피어싱’이다. 이 작품은 2003년도 스바루 문학상도 받았다. 패션의 일부로 화장과 장신구까지 다루고 있는 나로서는 흥미를 갖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피어싱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떠오르며 대단한 흡인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곳곳에 피어싱 전문점들이 등장하면서 감염의 우려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행의 한 아이템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사실 신체 피어싱은 역사가 오래되었다. 기원전 1500년경의 멕시코 올멕 동굴벽화에는 옥으로 된 코걸이를 한 신의 모습이 등장한다. 또한 일부 민족에게는 그 과정에서의 고통을 참는 행위가 고귀한 행동으로 여겨져, 전쟁에서 적을 한 명 죽일 때마다 얼굴에 구멍을 뚫는 의식을 했다.

그러다 서구에서 이것이 야만 행위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1920년대에 나사 조임 방식의 귀고리가 유행했다. 그러나 이것은 무거운 귀고리를 지탱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클립 방식의 귀고리가 등장하여 40년 동안 패션을 주도해왔다. 그리고 70년대에 피어싱이 다시 나타나면서 야만성이 오히려 이국적인 매력으로 작용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할 무렵, 아랍계 아이들이 피어싱한 귀에 금 귀고리를 한 모습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우리나라에서도 귀고리를 하기 위해 한 곳 정도 피어싱을 하는 것은 젊은 여성들에게 거의 통과의례처럼 되어서, 요즘엔 액세서리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클립 이어링은 찾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런데 90년대 세기말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피어싱의 범위가 매우 넓어지면서 보디 피어싱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뱀에게 피어싱’에 묘사된 ‘스플릿 텅’은 다름 아닌 갈라진 혓바닥이다. 등장인물들은 이것을 ‘신체 개조’라고 부르고 있다. 혀에 피어싱을 하고 구멍을 점점 확장시킨 뒤 남은 혀 부분을 자르는 과정과 그동안의 심리적 변화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기괴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사실상 몸에 대한 장식 욕구에서 시작된 수많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습속이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몸에 대한 집착과 과시욕,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보다 자기 자신 속으로만 탐닉하려는 경향과 결합한 모습을 너무나도 잘 그려내고 있다.

오로지 아름다움을 위해 고통을 견디는 행위에는 일종의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고, 피어싱을 한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제 우리 주위에서 한쪽 귀에만 귀고리를 한 남성을 동성애자로 간주하는 시선은 매우 ‘무리한’ 것이 되었다. 오히려 피어싱을 한 대중문화 스타들을 보고 열광하면서, 어디에 몇 개를 얼마나 아름답게 장식했는지, 그리고 어떤 보석을 사용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 될 정도다. ‘내 몸 갖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몸에 대한 장식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인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복식에서, 앞으로 그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 학자들에게 남겨진 숙제이기도 하다.
유구한 역사 ‘피어싱’ … 식지 않는 유행
최현숙/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



주간동아 2005.02.01 471호 (p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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