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0

2005.01.25

예술은 곧 ‘몸, 참사랑하기’ … 그리고 타인 사랑으로

  • 김경미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5-01-20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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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곧 ‘몸, 참사랑하기’ … 그리고 타인 사랑으로
    중학교 1학년 혹은 2학년 때의 일로 기억된다. 영어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지목해 교과서를 읽고 해석하라고 했다. 분명 제대로 읽고 해석한 것 같은데-어쩌면 좀 더듬거렸을까?-나는 출석부로 머리를 맞고 말았다. 앞뒤 정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머리를 맞은 그 순간만큼은 여전히 생생하다.

    옛날 출석부는 직사각형 모양에 표지가 초록색이었고 아주 딱딱한 데다 두꺼웠다. 그것으로 갑자기 머리를 맞았으니, 아마 많이 아프기도 했으리라. 하지만 그때 내게 중요한 것은 아픔보다 자존심이었다. 나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울었는데, 참 서럽게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 대학 때는 전공이 아닌 데도 영어학과의 수업을 들었고 A+ 학점을 받았다. 지금 난 영어를 잘 못하지만, 좋아한다. 그때 그 선생님의 꾸중이 없었더라면, 내가 영어학원에 바친 돈이 조금은 줄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는 선배들 중에 많은 이들이 이민을 갔거나 현재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같이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이다. 여전히 전근대적인 우리 교육에 대한 실망, 특히 ‘예술 교육’에 대한 절망 때문이다.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 예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겨울방학을 겨냥해 아이들의 창의력 계발, 사고력 증대 등을 내세운 전시회·공연·애니메이션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잇따라 기획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봐도 진일보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이 과연 지속적인 경험으로 이어질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규 교육에 예술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입시를 향해 무려 12년을 돌진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위해서는 또 다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참으로 희한한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예술 교육이 존재할 리 없다.

    예술 교육은 ‘몸, 참사랑하기’다. 예술은 음악이건 미술이건 춤이건 연극이건 일차적으로 자신의 몸을 거쳐서 나온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캔버스에 무엇을 그리는 행위에는 최소한의 매개체가 필요하지만, 춤이나 연극은 오로지 우리 몸의 움직임만을 통해 창조된다. 몸을 이용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몸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몸에 대한 인식이 증폭돼 호기심은 관심으로, 관심은 다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관심과 사랑은 타인을 향해서도 자연스레 열려나간다. 우리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예술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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