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4

2004.12.16

바다 비아그라 ‘식탁의 누드쇼’

  • chjparis@hanmail.net

    입력2004-12-10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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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비아그라 ‘식탁의 누드쇼’

    붉은 보쌈김치 위에 놓인 우윳빛 굴은 시각적으로도 훌륭할 뿐 아니라 돼지고기와 시원한 김치 맛이 어우러져 맛 또한 일품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떠오르는 정경 중 하나가 통영 바닷가에서 채취한 굴을 까고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이다. 먼발치에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해하며 바라보다 다가섰을 때 인심 좋은 아주머니한테서 굴 껍데기째로 얻어 후루룩 삼킨 굴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짭짤한 바닷물과 상큼하면서도 독특한 굴 향기가 입 안 가득 고이는데 마치 겨울 바다의 눈부신 푸르름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다. 그래서 굴만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기는 식품도 없다. 초기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개무덤에서 굴 껍데기가 발견되었듯, 굴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식품으로 이용돼왔다. 고대 로마 황제들도 굴요리를 즐겼다 하고, 중국과 한국에서는 훌륭한 강장식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굴은 남성에게는 스태미나를, 여성에게는 뽀얀 피부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굳이 바닷가를 찾지 않고도 서울에서 맛있는 굴요리를 맛볼 수 있는 집 몇 곳을 소개해보겠다.

    서울 종로3가 ‘삼해집’은 굴보쌈으로 유명하다. 저녁때 이 집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손님상에서 보쌈김치 위에 싱싱한 굴이 넉넉히 놓여 있는 굴보쌈을 발견할 수 있다. 붉은 보쌈김치와 우윳빛 굴이 시각적으로 어우러져 먹기 전부터 군침을 돌게 한다. 강한 향의 재료를 쓰지 않고 된장과 생강 등 기본 재료만 넣어 삶은 돼기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맛이 부드럽다. 이 집 보쌈김치는 절인 배추 위에 김치 양념을 덮어 낸다. 절인 배추에 고기 한 점 놓고 양념과 굴을 얹어 입에 넣으면 맵지 않은 보쌈김치와 향긋한 굴 맛이 두툼한 고기를 씹는 틈으로 배어나온다.

    이 집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푸짐한 양과 푸근한 선술집 분위기다. 굴보쌈 중(中)자(2만원)를 시켜 둘이 술잔을 기울이며 먹다보면 배가 불러 남기기 일쑤다. 처음 이곳을 찾은 이들은 굴보쌈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 먼저 나오는 감자탕에 “어, 감자탕은 시키지 않았는데요”라는 말을 하게 마련이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인지는 모르고 말이다. 이 집의 시원한 굴보쌈과 따뜻한 감자탕 국물은 겨울밤을 포근하게 한다.

    바다 비아그라 ‘식탁의 누드쇼’

    ‘삼해집’은 맛뿐 아니라, 뒷골목에 있는 식당답게 푸근한 선술집 분위기와 주인의 넉넉한 인심으로도 유명한 곳.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줄을 잇는 서울 서소문동 ‘정원순두부’에서는 굴순두부(6000원)가 인기다. 뚝배기에 팔팔 끓는 굴순두부찌개와 돌솥밥이 나오고 콩나물과 김, 고추장이 담긴 대접이 곁들여 나온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굴순두부찌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맨밥과 함께 찌개를 떠먹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먹다 남은 밥을 대접에 붓고 찌개를 넣어 싹싹 비벼 먹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반찬으로 나온 깻잎장아찌를 비빔밥에 곁들여 먹으면 이 집 굴순두부찌개 맛의 완결이라고 할까, 완성 같은 걸 느낄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달걀과 조그만 플라스틱 바구니가 쌓여 있는데, 순두부에 달걀을 넣고자 하는 이들은 하나에 200원 하는 달걀을 바구니에 담아 오면 된다.



    최근엔 굴국밥집이 눈에 많이 띈다. ‘김명자 굴국밥’은 본점이 울산 달동에 있는데 김명자씨 부부가 오래 전부터 개발해 유명해진 굴국밥(5000원)을 프랜차이즈화한 곳이다. 뚝배기에 맑은 국물을 넣고 밥을 끓이다 굴과 미역, 그리고 두부와 부추, 달걀 등을 넣어 내오는 굴국밥은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여럿이 갈 때는 굴전(1만원)을 먼저 시켜 전채요리 삼아 먹어도 좋다. 굴 하나하나를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혀 지져 내는 굴전을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해물파전보다 진한 바다 맛을 느낄 수 있다. 매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굴찜, 굴숙회, 굴파전 등과 같은 메뉴도 갖추고 있다.

    굳이 굴요리 전문점을 찾지 않더라도 김장철인 요즘 가족이 함께 김장을 담그고 나서 굴보쌈을 만들어보자. 기름이 적당한 돼지고기를 삶아 넉넉한 굴과 김치양념을 절인 배추에 싸서 먹으며, 익으면 더욱 맛이 날 김장김치를 함께 맛보는 모습이 생각만 해도 정겹지 않은가.

    ‘삼해집’(02-2273-0266)은 지하철 종로3가역 14번 출구로 나와 서울극장 방향으로 직진하다 오른쪽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다. ‘정원순두부’(02-755-7139)는 시청역 9번 출구로 나와 바로 만나는 왼쪽 길로 들어서면 유원빌딩 주차장 뒤편에 있다. ‘김명자 굴국밥’의 매장 위치와 연락처는 홈페이지(www. kmjgool.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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