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4

2004.12.16

백내장 수술해도 돋보기 안 써요!

새 인공수정체 ‘크리스타 렌즈’ 개발로 수술 후유증 ‘老眼’극복 길 열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2-10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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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내장 수술해도 돋보기 안 써요!

    11월30일 국내 최초로 인공수정체인 크리스타 렌즈 삽입 수술을 하고 있는 ALC안과 최철명 원장(왼쪽)과 렌즈 개발자인 미국의 커밍 박사.

    아토피성 피부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 직장인 김명진씨(23·여)는 얼마 전부터 눈앞이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 안과를 찾았다가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백내장은 사진기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50, 60대 노인층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렌즈가 더러워지면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지듯이 백내장 초기에는 눈앞이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정도의 시력장애를 일으키지만, 그대로 두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시력을 잃고 병원을 찾는 국내 환자의 30% 정도가 백내장 환자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

    백내장 중 가장 흔한 것이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서서히 투명성을 잃고 혼탁해지는 노인성 백내장이지만, 김씨의 경우는 극심한 아토피성 피부염이 백내장을 불러온 경우다. 예전엔 일주일씩 입원해야 했던 백내장 수술은 최근 초음파 소절개(小切開) 수술이 도입되면서 입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다. 혼탁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이하 인공체)로 교체하면서 가까운 곳을 잘 볼 수 없게 돼 백내장 수술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돋보기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즉 먼 곳이 잘 보이지는 않는 근시에는 교정 효과를 보이는 반면, 오히려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 않는 노안(老眼)과 같은 증상을 발생시킨다. 김씨의 경우는 시야가 흐려진 것을 제거하기 위한 백내장 수술을 받고 나면 20대의 나이인데도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할 때 돋보기를 써야 한다. 김씨처럼 합병증으로 인해 백내장에 걸리는 20~40대가 많아지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백내장 수술이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백내장 수술을 해도 노안 증상이 생기지 않고, 노안 증상이 있는 노인이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오히려 노안 증상이 교정되는 인공체(크리스타 렌즈)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노안 있던 노인은 노안 교정되는 효과

    국내에선 처음으로 11월30일, 크리스타 렌즈 개발자인 미국의 커밍 박사와 공동으로 김씨의 수술을 집도한 안과 전문의 최철명 박사(ALC안과 원장)는 “기존의 백내장 수술에 사용된 인공수정체는 투명해서 먼 곳은 잘 보이는 대신, 초점이 한곳에 고정되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볼 때는 돋보기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며 “크리스타 렌즈가 개발돼 이제 돋보기를 낄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노안은 수정체가 탄력성을 잃고 모양체의 수축력이 약해짐으로써 눈의 초점을 제대로 이동시키지 못해 가까운 곳을 볼 때 돋보기를 써야 하는 현상.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쳐다보는 방향에 따라 초점이 변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사용되었으나 한계가 있어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

    반면 크리스타 렌즈는 정상의 수정체처럼 원거리나 근거리를 볼 때 초점을 알아서 조절하는 자동초점 인공수정체로, 이러한 수정체 가운데 최초로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다. 자동초점 인공수정체의 경우 2002년 독일에서 개발된 1CU렌즈가 국내에 처음 시술됐지만 근거리 시력(30cm 거리)이 돋보기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시력인 0.7에 못 미치는 0.4~0.5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수술 후 환자의 절반 정도가 돋보기를 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수술 후 환자의 80% 이상이 돋보기를 껴야 했던 기존의 인공체들에 비교하면 진일보한 것이지만 임상실험 결과 근거리 시력이 0.8인 크리스타 렌즈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백내장 수술해도 돋보기 안 써요!
    수술 방법도 눈에 안약을 넣어 마취한 뒤 흰자와 검은자의 경계 부분을 2~3mm 절개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데, 수술시간은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등 기존의 백내장 수술과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백내장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시술받는 것이 환자에게는 이익이다.

    FDA 승인으로 효과 인정 … 시력 나쁜 이들에게도 ‘희소식’



    최철명 박사는 “크리스타 렌즈의 부작용으로는 기존 백내장 수술에서 나타날 수 있는 후발성 백내장이나 염증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으나, 지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수술 후 2개월 정도면 안정된 시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1세대 자동초점 인공수정체인 1CU 수술 경험이 많은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안과 홍영재 교수는 “FDA 승인을 받은 크리스타 렌즈가 단일 초점인 기존 인공수정체의 단점을 보완해서 백내장 수술에 새 장을 열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한편 안과학계에서는 자동초점 인공수정체가 노안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노안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두된 수술법은 미국 의사인 샤카 박사에 의해 개발된 링 삽입술과 실리콘 플러그를 이용한 공막 확장술, 라식 수술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홀미움 레이저를 이용한 각막성형술(LTK)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 수술법은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눈부심 현상, 부적절한 교정 효과로 인한 어지러움, 두통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최 박사는 “자동초점 인공수정체의 조절력이 3디옵터 정도로 향상되면 한 번의 수술로 노안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개발된 자동초점 인공수정체의 조절력은 1~1.5디옵터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게 최 박사의 전망이다.

    안과 전문의들은 13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를 해결할 수 있는 알티산 렌즈와 더불어 이번에 소개된 크리스타 렌즈가 시력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 희망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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