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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과반수 지키기 ‘발등의 불’

기소된 의원들에게 법률 지원 등 전전긍긍 … DJ 끌어안기·민주당과 합당론은 붕괴 이후 대비책(?)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우리당, 과반수 지키기 ‘발등의 불’

우리당, 과반수 지키기 ‘발등의 불’

5월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열린우리당 오시덕(가운데) 의원이 공주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는 모습.

힘들어도 기운 내십시오.”

11월 초,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개원 후 처음으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의원들을 위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이 의장은 의원들을 위로하면서 “특별히 도와줄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의장도 11월5일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검찰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구형받았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2005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재기를 노리던 이 의장으로선 칼날 위에 선 형국.

11월18일 이 의장은 기소된 의원들과 다시 저녁 모임을 했다. 이번엔 J·W 의원 등 율사 출신 의원들도 참석했다. 이 의장과 의원들은 ‘동병상련(同病相憐)’. 이 의장은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여러분들 심정을 다 안다.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과반수 붕괴가 가시화하자 우리당이 갑자기 ‘부산’을 떨고 있다. 점잔 빼던 태도를 버리고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당 지도부는 그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원들에게 “사법부에 오해를 줄 수 있는 일은 할 수 없다”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기소된 의원들에게 당내 율사 출신 의원을 1명씩 붙여주는 등 법률 지원에 나섰다.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량을 받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단독 처리 실패 ‘1석의 소중함’



과반 의석 붕괴는 우리당의 원내 주도권 상실로 이어진다. 우리당은 벌써부터 1석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의원 수 부족으로 단독 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과반 의석이 무너지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의 입지는 지금보다 강화된다. 우리당과 한나라당 누구도 과반수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것이다.

12월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우리당은 이날 한나라당이 반대해온 담뱃값 500원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 처리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우리당 의원(10명)들은 오전부터 “늦지 마시라” “꼭 참석해야 한다”는 등 출석 체크에 시달려야 했다. 불참자가 생기고 민주당(1명) 민노당(1명)을 포함한 10명의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면 상임위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

보건복지위 소속 우리당 L의원은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재판이 연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L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 보건복지위에서 우리당 과반수는 무너진다. 선거법 재판에 따라 보건복지위 같은 상임위가 늘 수 있는 게 우리당의 고민이다. 12월2일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인 150석을 채우지 못해 공정거래법 처리가 불발되자 우리당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내년 모습이 떠오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당, 과반수 지키기 ‘발등의 불’

이부영, 김맹곤, 유시민, 김기석, 신계륜, 이철우, 이상락, 복기왕. (왼쪽 위부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반수 붕괴 이후를 대비한 포석도 벌써부터 감지된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DJ) 끌어안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동교동은 요즘 우리당 인사들의 예방으로 분주하다. 호남 지지층의 재결집을 위해선 DJ의 측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당의 판단이다. 4월 재·보궐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분당 과정에서 흩어졌던 지지세력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DJ 치켜세우기에 열심이다. 노 대통령은 영국 방문 중 한 동포간담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푸는 데 큰 방향을 잡은 게 세계 지도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며 “덕분에 내가 다니며 대접을 잘 받는다”고 ‘후광론’을 피력했다.

당선 무효 해당 형량 의원 8명

과반수 재확보를 위해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4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 출마가 유력한 문희상 의원은 공공연히 통합론을 흘린다. 길게는 2006년 지방선거와 개헌 논의 등에서도 민주당의 우군화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는 전언이다.

우리당 기획위원장 민병두 의원은 분당 이후 민주당 부담으로 남겨졌던 당사 임대료와 대선 홍보비를 변제해주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쳤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2002년 4월부터 2003년 9월 분당 때까지 진 빚 40억원을 갚으라고 우리당에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당 핵심당직자는 “우리당은 빚을 갚을 능력도, 의사도 전혀 없다”면서 “갚았다가는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셈이 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의 발언은 구애를 위한 일종의 레토릭(rhetoric)인 셈이다.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 원내 과반수(150석)를 넘겼던 우리당은 김원기 국회의장의 탈당으로 151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은 우리당 의원은 신계륜 강성종 오시덕 이상락 이철우 김기석 복기왕 김맹곤 의원 등 8명이다. 특히 이상락 오시덕 신계륜 의원은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이 넘는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박탈 위기에 놓여 있다. 또 당내 개혁당 그룹의 리더격인 유시민 의원도 재판을 받고 있다.

우리당이 4대 입법의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는 이유도 과반수 의석 붕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0여개로 예상되는 재선거 지역구 중 우리당이 내심 승리를 기대하는 곳은 경기 성남 중원, 충남 공주 연기, 서울 성북을 정도. 경기 성남 중원은 조성준 전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서울 성북을은 이철 전 의원 출마설과 설훈 전 의원 영입설이 나돈다. 충남 공주 연기는 행정수도이전 범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인 박수현씨가 후보로 거론된다.



주간동아 2004.12.16 464호 (p34~35)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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