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1

2004.11.25

예비 새색시의 눈물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1-19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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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 새색시의 눈물
    유일한 세계여자프로선수권대회인 정관장배가 한·중·일 국가대항 단체전으로 방식을 바꿔 중국에서 개막전을 열었다. 농심신라면배처럼 각 5명씩 대표선수가 나와 한 사람이 질 때까지 싸우는 연승전제로 우승을 가린다. 농심신라면배가 남자 월드컵이라면, 정관장배는 여자 월드컵인 셈. 관심을 끄는 것은 이창호 9단도 쩔쩔매고 있는 세계 최강의 무서운 아줌마 루이 나이웨이(芮乃偉) 9단의 활약. 루이가 중국팀으로 뛰게 돼 가뜩이나 열세인 한국으로서는 우승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근래 조혜연 5단이나 박지은 4단 등 태극 낭자들이 곧잘 루이 9단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 11월10일 베이징에서 뚜껑을 연 결과 일단 중국이 2승(1패)을 올리며, 1승(1패)씩을 거둔 한국 일본에 한 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한국팀 두 번째 주자로 나선 현미진 3단은 12월 말 김영삼 7단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국내 1호 부부 기사다. 일본과 중국에는 부부 기사가 제법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단 한 쌍도 없었다. 그러다 9월 이상훈 8단과 하호정 2단이 내년 3월 결혼을 발표해 첫 바둑인 커플 기록을 세우는가 싶었는데, 김영삼-현미진 커플이 새치기(?)를 하고 나서면서 한꺼번에 두 쌍의 부부 기사가 탄생하게 됐다.

    정관장배의 우승 상금은 7500만원. 분배하면 일인당 1500만원씩 돌아간다. 혼수 장만에 여념이 없을 새색시에게는 한밑천 마련할 수 있는 기회. 신랑 김영삼 7단도 중국까지 날아와 곁에서 노골적인 응원을 펼쳤으나 예쿠이(葉桂) 5단의 2연승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흑1이 오발탄. 잘못 잡은 공격 방향이었다. 백2 이하 6으로 움직이니 흑1 한 점이 오히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꼴이다. 흑1로 공격나팔을 불어야 했다. 흑7까지 리듬을 탔으면 백쫔 한 점이 고스란히 쌈 싸 먹히는 형국이 아닌가. 298수 끝, 백 6집 반 승.
    예비 새색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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