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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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때에도 대중목욕탕이 있었을까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4-11-19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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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때에도 대중목욕탕이 있었을까

    김경훈 지음/ 오늘의 책 펴냄/ 328쪽/ 1만원

    책 제목이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잡아끈다. ‘한국사면 한국사지, 뜻밖의 한국사는 뭐야?’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뜻밖’이란 표현을 썼을까? 제목에 ‘조선왕조실록에서 챙기지 못한’이란 부연설명이 달려 있다. 정사(正史)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래서 더 흥미를 끄는지 모른다. 제목의 의도야 어쨌든 이 책의 내용은 비교적 제목에 충실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뜻밖’의 역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 기획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김경훈씨는 우리 역사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으로 되짚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장이 사랑을 빼앗긴 아내들의 잔혹한 복수극이고 2장에서 6장까지는 △성군인 성종도 밤새워 취했던 경신수야(庚申守夜) △우리 선조들의 입맛은? △당나라의 멸망이 기독교를 부추겼다 △정승들은 왜 잇달아 자살했나 △조선시대에도 그린벨트가 있었다로 이뤄져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역사라는 너무 거창한 이름에 짓눌려서 스스로 숨어버린 우리네 생활 속의 자부심을 찾아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사대부나 고관대작들의 이야기보다 우리 민중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 있다. 옛날 사람들의 성(性), 풍속, 그리고 생활 속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 방식은 시종일관 비슷하다. 먼저 제목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그 다음 답하는 식이다.

    사례 1. 신라시대엔 대중목욕탕이 있었다? 물론이다. 그런데 대중목욕탕이 동네 곳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곳에만 있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특정한 장소란 바로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원래 청결을 중요시했던 신라인들은 불교가 들어오면서 목욕재계를 중시하는 불교 풍습을 받아들였다. 목욕은 몸을 씻는 행위뿐 아니라 마음의 죄를 씻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절간에 목욕탕이 생겼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목욕재계를 해야 했기 때문에 공중목욕탕 시설을 갖추게 된 것이다.



    사례 2. 조선시대 머슴들에겐 휴일이 있었을까? 설, 한식, 추석 같은 명절에도 머슴은 쉬지 못했다. 양반이나 일반 양민들이 모두 하루를 쉬며 즐겁게 먹고 놀아도 그들은 쉬지 못했다. 그러나 1년 중 꼭 하루 쉬는 날이 있었다. 바로 음력 2월1일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머슴의 날’ 정도가 됐을까. 이날을 삭일(朔日)이라 했는데 한 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미리 그들의 수고를 위로해주는 날이었다고 한다. 이날 주인은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해 노비들을 배불리 먹이고 술을 듬뿍 내어 취하도록 마시게 했다.

    또한 이 책에는 엽기적인 사건들이 많이 담겨 있다. 투기에 눈이 먼 조선시대 선비의 아내들이 저지른 사건들이다.

    “세종 때 좌찬성을 지낸 이맹균의 아내 이씨는 나이 일흔이 가까웠는데도 질투가 심했다. 이맹균이 집안의 계집종을 가까이하자 그것을 질투하여 학대했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움 속에 가두어 굶겨 죽였다. 또 중종 때 장현현감 홍전의 첩, 첩의 딸, 노비 두 명이 모두 독살됐는데 홍전의 부인이 질투하여 저지른 일이었다.”

    당시 투기는 칠거지악 중의 하나일 정도로 여인에게 큰 죄였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을 뒤집어보면 투기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을 내렸던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총 68가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김밥은 전래식품일까 △옛날에는 이자를 얼마나 받았을까 △삼족을 멸하라의 삼족은 누구일까 △상투 속 더위를 이겨낸 선비들의 묘수 △서당 학동들이 끼고 다닌 교과서는 무엇이었을까 △이순신은 정말 불패의 장군인가 등등이다. 어떤 이는 이 책을 읽고 단지 흥밋거리 이야기들로 치부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바람처럼 역사가 너무 무겁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 이해했더라도 읽는 이들에겐 충분한 소득이 될 것이다.

    Tips

    경신수야 고려 때부터 조선 후기까지 이어졌던 일종의 축제. 60일에 한 번씩 경신일(庚申日)에 해당하는 날 온 백성이 밤을 꼬박 새우며 놀았다고 한다. 당시 도교에서는 아무런 형체도 없이 사람 몸에서 기생하는 삼시충(三尸蟲)이라는 놈이 이날 사람이 잠든 틈을 타 외출해 옥황상제에게 주인의 죄를 고해 바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날 삼시충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밤새워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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