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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파업 ‘찻잔 속의 태풍’

정부 초강경 대응 이탈자 속출 … 국민들도 등돌려 퇴로 찾기 쉽지 않을 듯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전공노 파업 ‘찻잔 속의 태풍’

전공노 파업 ‘찻잔 속의 태풍’

민주노총 주최로 11월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노동자 대회’에 참가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과 정부 사이의 극한 대치로 ‘공무원 무더기 해직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월15일 공무원노조는 예고했던 대로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정부의 파업 원천 봉쇄와 지도부 전원 구속 및 참가자 전원 입건이란 초강경 대응에 파업 참가자 수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당초 우려했던 대규모 파업사태와 민원 행정 공백은 발생하지 않은 것.

행정자치부는 11월15일 오전 9시까지 전국적으로 3300명의 공무원노조 소속 노조원이 출근을 거부하고 파업에 참여했으나 이중 1069명은 오전중에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파업 참가자는 모두 공직에서 추방한다는 방침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 1069명을 포함해 파업에 참가한 3300명 전원에 대해 파면이나 해임 등의 징계를 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가 새로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우려했던 행정 공백은 없어

대검찰청 공안부는 이날 단순 파업 참가자도 원칙적으로 입건하고 지자체의 고발 등이 접수된 공무원이나 집회장소 등에서 체포된 공무원은 모두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이날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7개 지부 4만5000여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며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결사항전의 정신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총파업’이라는 극단의 상황이 발생한 까닭은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의 대화 단절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정부는 10월28일 공무원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미 정부의 법안 마련은 끝난 상태”라며 “공무원노조 측과는 더 이상 대화할 ‘거리’가 남아 있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민주적 절차의 형식 논리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부에 대한 마지막 압박 카드로 ‘총파업’을 들고 나선 것.

공무원이 파업할 권리를 갖는 것은 정당한가. 반대여론을 무릅쓴 무리한 총파업, 주체사상 강의 논란, 총파업 핵심 주도자 강력 처벌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 가운데 가장 핵심 사항은 바로 이런 원론적 질문에 있다. 이번 정부 법안으로 공무원노조가 ‘합법단체’로 인정받게 되는 데 대해 정부와 공무원노조 모두 이견이 없지만, 단체행동권 부여 문제에 관하여는 주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공무원노조는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의 전면 보장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익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파업 등으로 업무 수행을 중단할 경우 국가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불가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11월11일 “사용주인 국가는 직장폐쇄권이 없기 때문에 쟁의 또는 파업에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며 공무원노조에 쟁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음을 강조한 바 있다.

전공노 파업 ‘찻잔 속의 태풍’

11월10일 파업 참여 공무원을 공직에서 추방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발표하고 있는 권오룡 행정자치부 차관(왼쪽). 10일 예정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

또한 양측은 정부 법안의 동일 조항을 놓고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그밖의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1조 쟁의행위의 금지) 조항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은 파업권이므로 사실상 모든 단체행동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노조는 정부 대표와 교섭하거나 여론에 호소하는 등 파업 이외의 각종 단체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밖에도 이번 정부 법안이 과거 정부 법안보다 후퇴한 측면이 많다는 게 공무원노조의 주장이다. 5급 이상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는 직책에 있는 공무원을 가입 대상에서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유니온숍 불인정, 노조전임자 무임금 원칙, 교섭단일화 원칙 등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 자체가 노동조합의 자율성 침해이자 공무원노조를 제한·감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것.

총파업에 돌입한 공무원노조가 맞닥뜨린 가장 큰 어려움은 국민의 눈총이다. 많은 국민들은 일반기업 종사자와 달리 공무원이 신분과 정년을 보장받는 ‘특권층’인데도 근무조건 향상을 위해 파업에 나섰다는 것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아이디가 yih1인 한 네티즌은 “국가기관이 너무나 좋은, 안정적인 직장이라서 공무원들이 더 오래 누려보고 싶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안정운씨는 “기본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총파업이란 방법론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며 “책임 있는 태도로 노조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악화일로에 있는 국민 여론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공무원노조 정용해 대변인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에 저항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부득불 총파업에 나선 것”이라며 “총파업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의 주장을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누리는 공무원은 기본권이 없어도 된다는 여론은 노동자의 권리를 ‘하향평준화’하자는 뜻”이라며 “총파업으로 다소 불편하더라도 공무원의 기본권 수호 차원인 만큼 양해하고 배려해달라”고 말했다.

대량 해직 사태 벌어질 가능성

과연 정부와 공무원노조는 정면충돌 외의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지대 김인재 교수(법학과)는 “노동3권이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권리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하면서 “다만 공공영역에 종사하는 공무원 특수성을 감안해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한경수 변호사는 “민변에서는 일반 노조법에서 공무원의 노조 설립을 제한한 조항을 삭제한 다음, 단체행동권을 일부 제한하는 식으로 합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변호사는 또한 제한 방법에 대해 “직권중재 조항을 마련하고 특별법을 통해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에도 일부 제한을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04.11.25 461호 (p46~47)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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