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5

2016.09.14

경제

무더위와 추석 물가의 함수관계

폭염에 여름 물가 급상승, 추석 상차림 비용도 휘청…축산물 가격 잡을 대안 마련해야

  •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dm100@hri.co.kr

    입력2016-09-09 17: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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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긴 여름이 가고 어느덧 가을 문턱에 접어들었다. 올여름은 유례없는 폭염으로 모두가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기상청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를 ‘폭염’으로 정의하고, 폭염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 하루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그런데 올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9월 5일 기준으로 22.4일이다. 이는 1994년 31.1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평균 기온은 94년보다 오히려 1.74도 더 높았다. 7월 23일~8월 21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33.3도로 기상청이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히는 시간이었다.

    이 같은 무더위는 경제적으로도 국민에게 상당한 타격을 안긴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구매하는 비용이 발생하고, 대형마트나 영화관 등 시원한 장소로 외출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외식비도 증가한다. 1970년대 초반 도입된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해 유례없는 논란이 일었던 것도 결국 폭염으로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추석 앞두고 쇠고기 값 급등, 이유는 폭염

    또한 폭염 현상은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폭염과 물가의 연관성을 알아보고자 과거 폭염 자료와 물가 데이터를 비교해본 결과 1990~2015년 가운데 전국 평균 폭염 일수 상위 5개 연도(폭염 장기화 연도)는 1990, 1994, 1996, 2004, 201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폭염 장기화 연도와 이외 연도의 물가를 비교해 폭염 연도의 물가 특징을 파악해보니, 폭염 장기화 연도의 7~8월 여름철 평균 물가상승률은 5.6%로 이외 연도의 평균인 3.5%보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과거 평균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1970년대 15.2%, 80년대 8.4%, 90년대 5.7%, 2000년대 3.1%, 2010년대 1.9%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폭염 장기화 연도를 보면 90년대 고물가 시기가 다수 포함돼 해당 연도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연도별 7~8월 평균 물가상승률이 그해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얼마나 높은지 혹은 낮은지를 계산한 후(7~8월 평균 물가상승률-연평균 물가상승률), 폭염 장기화 연도와 이외 연도로 분류해 평균을 계산했다. 그 결과 폭염 장기화 연도의 7~8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약 0.6%p 높고, 이외 연도는 오히려 약 0.2%p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그래프1 참조). 즉 폭염이 있던 해의 여름철 물가는 절대적으로, 또 상대적으로도 높았다.



    또한 폭염 장기화 연도의 9~10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4.9%로, 이외 연도 평균인 3.6%보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폭염은 추석 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안긴다. 축산물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염 장기화 연도의 축산물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2.5%p 높았다(그래프2 참조). 농산물과 수산물은 날씨가 좋아지면 바로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축산물은 사육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폭염으로 출하물 체중이 감소하거나 폐사할 경우 공급 부족에 대처하기 어렵다. 또한 폭염으로 축산물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전반적으로 축산물 물가상승률을 높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류는 추석 상차림 품목 가운데 가격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올 추석 가계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실시한 ‘2016년 8월 추석 차례상 비용 조사’에 따르면 총 28개 품목 가운데 축산물 구매비는 대형유통업체 기준 약 11만5000원, 전통시장 기준 약 8만5000원이다. 이는 전체 추석 상차림 비용 31만6800원(전통시장 22만3000원)에서 약 36.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경우에는 38.1%로 더 올라간다. 이처럼 추석 상차림 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축산물 물가는 폭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축산물 도축·비축 물량 조절 필요

    가뜩이나 여름철 무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서민에게 추석 물가상승은 결코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추석 상차림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는 것만으로도 서민이 느끼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결국 폭염 후 서민의 가계 지출 부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축산물 물가 급등과 관련해서는 축산물의 도축 및 비축 물량 공급을 늘리고, 직거래장터·특판장 운영을 통한 할인 판매 등을 시행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농축수산물의 저온·저장시설을 확대 보급해 물량 비축 역량을 늘려 폭염 같은 이상기후가 야기할 수 있는 가격 상승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농축수산물의 수급 예측 기능을 강화하고 농업재해보험 가입 대상 및 보장 범위를 확대해 이상기후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기상재해에 강한 농축수산물을 개발하고, 해외 공급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공급량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추석 물가를 제외한 전반적인 가을 물가는 폭염과 그리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고려한 상대적인 물가 수준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폭염 장기화 연도의 9~10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약 0.1%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봐도 폭염 장기화에 따른 물가상승률 격차가 대부분 ±0.2%p 내외로 분석돼 폭염이 가을철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농수산물은 폭염 장기화 연도의 9~10월 평균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0.8%p 낮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농수산물 중에서도 농산물과 수산물의 9~10월 평균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각각 1.8%p, 2.5%p 낮았다. 즉 폭염 장기화 연도에 농수산물 물가는 여름철에 급등하지만, 가을철에는 빠르게 하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폭염에 따른 물가상승은 정부가 나서 동향을 파악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올해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위기관리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폭염뿐 아니라 태풍, 가뭄, 폭설 등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정확한 기상예측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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