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9

2003.11.13

한나라당 저격수 3인방, 표적은 무엇일까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11-05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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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저격수 3인방, 표적은 무엇일까
    ‘저격수들이 돌아왔다.’ 새로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은 이재오 의원과 홍준표 의원, 그리고 김문수 의원의 당직 복귀를 두고 하는 말이다.

    10월28일 한나라당은 당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들 저격수를 전면배치하는 당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의원은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장, 홍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 김의원은 대외인사영입위원장에 각각 임명됐다. 저돌적인 재선 3인방의 일선 복귀에 대해서는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대체적 반응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재선 3인방의 복귀가 최병렬 대표 체제 강화를 위한 일종의 ‘친위쿠데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대표는 지금의 위기를 자신의 리더십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다. 저격수 3인방을 다시 전면에 배치한 것은 SK 비자금 정국을 맞아 노무현 정권과 일전을 벌이겠다는 뜻도 있지만, 이 싸움을 통해 한편으로 당을 명실상부한 최대표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표에 이어 당내 서열 2위인 홍사덕 원내총무가 비대위에서 배제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10월28일 비대위를 띄우면서 세 사람이 부상한 듯하지만 그 훨씬 오래 전부터 최대표가 세 사람을 따로 불러 정국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SK 비자금 정국이 전개된 뒤로 최대표와 세 사람이 주위의 눈을 피해 평일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최대표의 자택 등에서 은밀하게 정국 대책회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 탓에 최근까지도 세 사람의 일선 복귀는 시기가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외견상 당 위기 돌파와 최대표 체제 강화를 위한 ‘청부업자’로 당 일선에 복귀했지만 3인방 나름의 정치적 노림수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최대표는 원희룡 의원이 맡아왔던 기획위원장에 원외인 진영 용산지구당위원장을 임명했다. 기획위원장 시절 원의원은 강도 높게 당 개혁을 주장했지만 그의 주장은 중진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3인방을 중심으로 한 재선그룹도 은근히 불만을 품어왔다.



    당 관계자는 “재선그룹의 평균연령은 50대다. 그런데 30~40대의 초선그룹이 최대표 체제 출범 초기 요직을 맡으며 부상하자 재선그룹 내부에서는 자신들을 건너뛰고 초선그룹 위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50대의 진영 용산지구당위원장이 기획위원장을 맡은 배경에는 재선그룹의 반발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원의원 외에 요즘 ‘뜨고 있는’ 박진 대변인도 재선그룹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재선 3인방이 일선에 복귀하면서 ‘박진 대변인의 논평이 공격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는데 이를 두고 박대변인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저격수 3인방의 복귀는 그들의 파괴력을 입증하듯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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