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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지방귀족 ‘그들만의 천국’

“수사 강할수록 로비도 뜨겁다”

조폭 수사의 대가 조승식 검사장 “비호세력은 매우 구체적 … 권력 찾는 행태 바뀌어야”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수사 강할수록 로비도 뜨겁다”

“수사 강할수록 로비도 뜨겁다”

조승식 대검 강력부장.

”깡패수사는 집요하게 달라붙어야 성공할 수 있다. 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잡아넣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주먹’ 잡는 조승식 검사장(50·사시 19회)은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로부터 ‘해방 이후 최고의 악질검사’라는 평을 받았다. ‘호남주먹’의 대부 이육래, 김태촌과 부산 칠성파 이강환을 감옥으로 보내며 강골검사의 기개를 떨쳤다. 그러나 주임검사로서 조폭을 수사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세력화한 지방 토호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음해와 투서가 한동안 그의 발목을 붙잡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그는 우리나라 조폭 관련 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강력부장으로 자리잡았다. 그를 만나 최근 청주지검 파문과 바람직한 검찰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8월22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가 인상적이다.

“이제 옛날처럼 잘나가는 검사만 승승장구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아마도 검찰에 신세 진 게 없는 장관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력부 출신 검사들이 검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 있는데….



“글쎄, 강력부만의 공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강력부 식으로 수사한다는 비난도 있다고 들었다. 강력부 스타일이란 끈질기게 열심히 수사하는 거지, 다른 특수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청주지검의 이원호씨 비호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지방 토호세력이 검찰과 불미스럽게 연관된 사건으로, 지방 검사들이 권력화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실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라 언급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잠시 지방에 근무하는 검사에게 ‘유착’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단지 개인적인 특수관계로 보고 있다.”

-토호세력들의 검사를 향한 구애가 뜨겁다. 검사는 각종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데….

“맞다. 수사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검찰의 수사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그렇다.”

-검사들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하지만 개인차가 크다. 나 역시 24년 간 19곳의 지검 및 고검을 옮겨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때에 따라 달랐다. 대부분 검사들은 누가 봐도 당당하게 만나서 수사에 대한 도움을 받고 지역 사정도 파악한다.

-검사장께서는 과거 일선 검사 시절 수사 관련 압력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곤 했다. 수사 방해는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가.

“부장과 주임검사 간에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나 역시 일선에 있을 당시 ‘현지 사정과 실정에 맞춰 수사권을 사용해야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는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비호세력이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한번은 내 친구가 ‘검찰은 왜 배경과 연줄에 약하냐?’고 물어 나를 당황케 한 적이 있다. 그 역시 급할 땐 나를 찾았던 사람이다. 이같이 문제가 생기면 권력을 찾는 국민들의 행태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고 본다.”

-최근 감찰부의 활약이 커 보인다.

“검사의 모든 행동을 감찰할 수는 없다. 수사를 위한 만남인지 다른 속내가 있는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개 검사를 만나려는 사람은 도움을 받기 위해서고, 검사 역시 이들에게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이같이 서로 요구가 엇갈리면서 수사가 진행된다. 결국 외부감찰보다는 검사 개인과 검찰 내부의 자정 기능이 중요하다.”

-조폭과 토호세력 수사는 특히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자신이 조폭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먹고살기 위해서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합법적인 틀거리 안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결국 경제범죄로 진화하고 있어 고도의 수사력이 요구된다.”

조검사장은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 몇 년 전에 별세한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단 한 장 남아 있을 정도. 가족과의 단란한 생활을 포기해가며 수사에 몰입해온 것이다.

-그간 음해를 피하기 위해 술자리를 피해가며 검사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간관계의 본질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 술접대를 받고 남는 게 무엇인가. 끈끈한 인간관계? 그런 것이라면 포장마차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면서도 가능하다. 결국은 폼잡고 대접받으려는 욕심 때문인데, 이는 아무에게도 이롭지 않다.”



주간동아 2003.09.04 400호 (p32~32)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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