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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 땜에 수사 못해 먹겠다?

검찰 내부 비호설 ‘오랜 의혹’ … 조직 특성상 부당한 지시도 거부 힘들어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상관 땜에 수사 못해 먹겠다?

8월21일, 검찰 안팎의 관심은 온통 대검찰청(대검) 감찰부 내사 결과에 쏠렸다. 전날 밤 김도훈 전 청주지검 검사가 양길승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 촬영을 지시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긴급체포됐기 때문. 따라서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실소유주 이원호씨(구속)가 청주지검 모 부장검사의 비호를 받아왔다는 김 전 검사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그러나 감찰 결과는 김 전 검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쪽이었다. 유성수 대검 감찰부장과 신종대 감찰1과장은 “지난 5일간의 감찰조사 결과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청주지검 K부장검사가 이 사건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수사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가 K부장검사를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원호라는 인물이 청주지검에서 기피 인물이기 때문에 K부장검사가 이씨를 피해 다녔고,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에까지 선을 댄 지역 최대의 돈줄이 과연 그 지역에서 1년이나 근무한 부장검사를 피해 갔을까” 하며 감찰부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잖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퇴임한 검사장 출신의 K변호사가 이씨의 변호를 맡았다는 점도 의혹을 부채질했다. K변호사와 문제의 K부장검사는 동향 선후배 사이. K변호사는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고 7월1일 청주지검을 방문, “왜 이씨만 문제삼느냐”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검사 변호인단은 “청주지검 윗선의 수사 방해 의혹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검 감찰부의 감찰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는 이에 대해 “그 자료에 대해서는 이미 검토했으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김 전 검사측의 주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검찰 내 비호세력’이 검찰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돼 있기 때문.

의혹 많아도 처벌 드물어 … ‘이용호 게이트’ 때가 유일



최근 한 지방검찰청의 점심시간 풍경. 오전 11시50분이 되면 일선 검사들은 모든 일을 중단하고 부장검사실에 집결한다. 마치 학교에서 종례를 하듯 부장검사는 중요 보고를 받은 뒤 훈시를 하고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부서 회식에 개인적인 일로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 사실상 수사에 관해서는 단독 관청에 해당하는 검사일지라도, 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직속상관과의 관계 설정이다. 아무리 핵심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의혹을 확인했다 해도 상관에게 수사 의지가 없으면 더 이상 검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 결국 윗선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것이 수사검사로서 입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일선 검사들이 이처럼 윗선과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는 것은 ‘검사 동일체’ 원칙 때문이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는 상관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문제는 그 지시가 부당한 것인지 정당한 지휘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김 전 검사 사건 이후 부장검사들이 정당한 수사 지휘를 하려고 해도 검사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상사의 지시는 대체로 ‘부당한 압력’인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정현준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지검 수사팀 간부 A씨는 수사팀 관계자들로부터 ‘방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임검사가 당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수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확보하고 이 고위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려고 하자 A씨가 “관련자료를 넘기라”고 지시한 후 이를 ‘깔아뭉갰기’ 때문. 이후 수사팀 관계자들이 “수사를 계속할 수 있게 관련자료를 넘겨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의 로비를 받은 검찰 고위 관계자들이 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의혹은 어디까지나 의혹으로 그칠 뿐 제대로 처벌받은 경우가 드물다. 가령 지난해 경기 성남시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파크뷰 분양을 맡은 에이치원개발 홍원표 회장의 골프연습장에 자주 드나들던 모 부장검사도 홍회장 비호 의혹이 제기됐지만 옷을 벗는 선에서 무마됐다. 수많은 의혹 가운데 제대로 처벌된 예는 김대중 정권 말기 차정일 특별검사가 수사한 ‘이용호 게이트’에서 밝혀진 검찰 내부 비호세력이 거의 유일하다. 이 사건으로 당시 검찰 고위 간부들이 기소됐으나 이들은 지금까지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호 의혹 제기는 무능력 검사의 불만”

검찰 내부 비호세력이 거론될 때마다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브로커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 용산 ‘박오다리 사건’에도 브로커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오다리’와 전화 통화를 한 검사에 대해 내부감찰을 실시했지만 징계를 받은 검사에 대한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비호 의혹 제기는 단지 능력 없는 검사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평도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특수부 검사는 항상 사표를 가지고 다니면서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는 단호히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고검장의 충고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번 외압에 흔들리면 그 다음부터는 수사하기 힘들다. 외압이라는 건 수사검사가 흔들릴 때나 해당하는 말이다. 부담을 느끼긴 해도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외압이란 건 있을 수 없다.”





주간동아 2003.09.04 400호 (p30~31)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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