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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울릉도 공항’ 있었으면 좋겠다

애국 관광 특수 창출·동해 안보 크게 기여 … “사동항 방파제 확대 활용” 주장 설득력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울릉도 공항’ 있었으면 좋겠다

‘울릉도 공항’ 있었으면 좋겠다

울릉도 가두봉에서 출발하는 방파제를 확대하면 100인승 여객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사동항에 해상 공항이 들어서면 하루 만에 독도를 일주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쪽 먼 심해선 밖 한 점 섬’ 울릉도에 가보고 싶을 것이다. ‘국토의 막내’인 독도에도 가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에 사는 사람이 울릉도 여행에 나섰다고 생각해보자.

울릉도행 배는 포항과 후포·동해·속초항에서 출항한다. 이중에서 가장 요금이 싼 것은 묵호항 출발 배로 일반석 편도 요금이 3만4000원이다. 서울에서 묵호(동해시)까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데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동해행 시외버스의 요금(일반석, 주중)은 1만2500원이다.

시외버스로 동해까지 가는 데는 3시간30분, 동해항에서 배 타고 울릉도 도동항까지 가는 데는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여기에 버스와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더하면 7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먹지 않을 수 없으니 먹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보태면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도 뱃멀미로 파김치가 돼 도동항에 도착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제주도로 여행 갈 경우를 생각해보자. 김포공항에서 7만1900원(일반석, 주중)을 내고 여객기에 탑승하면 1시간 후 제주공항에 도착한다. 기다리는 시간을 더해 출발한 지 2시간 후면 충분히 제주도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그러니 제주도로는 쉬 달려가도 울릉도에는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울릉도와 독도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려면 울릉도에 공항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고정관념 중 하나는 ‘울릉도에는 공항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울릉도는 동해 밑바닥에서부터 가파른 삼각뿔 모양으로 솟아 있는 화산섬이라 일주도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도로가 산비탈로 치달을 정도로 평지가 적다.



2km 방파제 해상 활주로 가능

‘울릉도 공항’ 있었으면 좋겠다
울릉도에도 딱 한 군데 공항을 지을 만한 평지가 있는데 바로 분화구가 변해서 된 ‘나리분지’다. 그러나 나리분지 일대는 말 그대로 ‘자연의 보고(寶庫)’라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닌 이상 이를 파괴해가며 공항을 지을 필요는 없다. 육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을 때는 바다에서 찾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항구와 해양구조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한아엔지니어링의 정공일(61) 대표는 오랫동안 울릉도 해상공항 건설안을 생각해온 사람이다. 해양구조물 설계회사 직원이던 1986년, 항만청(지금의 해양수산부)에서 발주한 울릉도 사동항 건설 기본계획에 참여한 그는 사동항의 방파제를 확대해 활주로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사동항 예정지 옆에 툭 튀어나와 있는 ‘돌산’ 가두봉이다. 100인승 규모의 소형 여객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려면 1500m 길이의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사동 부근의 바다를 조사한 그는 가두봉을 깎아 평지를 만들고 여기서 나온 돌로 길이 1800m, 폭 150m의 직선 방파제를 만든 후 그 위에 길이 1500m, 폭 30m의 활주로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울릉도 공항’ 있었으면 좋겠다

해군의 링스 헬기가 초계비행하고 있는 독도(왼쪽). 울릉도에 공항이 세워지면 P-3C를 이용한 잠수함 추적이 용이해진다(오른쪽).

사동을 ‘sea port(항)’와 ‘air port(공항)’ 양쪽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착안한 것인데, 그는 ‘가두봉에서 시작되는 방파제가 장차 활주로로 확대될 수 있도록 1800m 이상 직선으로 뻗어나가게 만들자’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사동항 설계는 세일엔지니어링(이하 세일)에서 맡았는데 세일측은 가두봉에서 시작되는 방파제가 2000m 정도 직선으로 뻗어나간 후 꺾어지도록 설계했다.

1997년 해양수산부는 이 설계에 따라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사동항 방파제 공사에 들어갔다. 정대표는 “이 방파제는 언제든지 활주로로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와 경북도, 울릉군에게 울릉도를 제2의 제주도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느냐다. 울릉도 공항 건설은 관광과 안보라는 두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이 생긴다면 울릉도는 오징어·호박엿 외에도 또 하나의 관광자원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국토의 막내’인 독도 일주가 바로 그것. 현재 제주도에서는 국토의 남단인 마라도를 찾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울릉도에도 공항이 완공돼 서울에 사는 사람이 출발 당일 독도를 돌아볼 수 있는 해상관광이 가능해진다면 울릉도는 ‘애국(愛國) 관광’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나리분지와 성인봉은 또 다른 관점에서 ‘막강한’ 관광상품이다. 이상적인 관광상품 중 하나는 나리분지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환경친화적으로 건설해 ‘화산섬 분화구에서 독도를 향해 샷을 날린다’고 광고한다면 적잖은 프로골퍼들이 울릉도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성인봉은 한라산에 버금가는 이국적인 트레킹 코스가 될 수 있다.

울릉도 공항은 안보 면에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동해가 유럽의 북해와 더불어 잠수함의 천국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잠수함이 활동하기 좋은데 주변에 한국 해군의 진해항, 북한 동해함대의 퇴조항,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블라디보스토크항, 미 7함대 기지인 일본의 요코스카항, 일본 해상자위대의 사세보항 등 잠수함 기지가 즐비해, 여러 나라의 잠수함이 복잡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따라서 동해에서의 대잠작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한국 해군의 대잠초계기인 P-3C는 포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P-3C는 체공시간이 길어 포항에서 발진해도 동해 전반을 초계할 수 있지만 포항에서 215km 정도 떨어진 울릉도에서 출격한다면 훨씬 더 넓은 곳을 초계할 수가 있다. 전문가들은 “독도를 지키고 북한 잠수함의 이동로를 추적하는 데 울릉도만큼 좋은 대잠기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울릉도에서 발굴된 가장 오래된 유물은 김해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빗살무늬토기로 이는 1세기 이전부터 울릉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선조 시절 울릉도는 오랫동안 ‘무인도’로 남아 있었다. 울릉도에 사람이 살면 왜구가 쳐들어와 차지하고는 조선의 해안마을을 노략질하는 통에, 조선 정부는 틈만 나면 울릉도에 나가 사는 조선인을 붙잡아왔다.

그러자 왜인들이 울릉도를 제 섬처럼 여겨 ‘다케시마’로 부르며 나무를 베어가고 고기를 잡아갔다. 이에 의분을 품은 동래 어부 안용복은 울릉도와 우산도의 ‘감세관(監稅官)’을 자청, 지금 일본의 시마네현에 있는 번주(藩主)에게 “왜 왜인들이 조선 땅을 침범하느냐”고 항의해 사과를 받고 돌아왔다(1693년과 1696년). 그 후 일본 막부는 쓰시마 도주(島主)를 통해 ‘울릉도·독도 쪽으로 출어를 금지하겠다’고 통보해옴으로써 두 섬은 확실히 조선 영토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울릉도에 울릉도 공항을 지으면 이름을 ‘안용복 공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김포공항과 부산의 김해공항 등에서 여객기를 타고 울릉도 안용복 공항에 내린 뒤 태극기가 펄럭이는 쾌속선으로 갈아타고 독도를 돌아볼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주간동아 2003.09.04 400호 (p16~18)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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