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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레저 기행 | 선상(船上) 바다낚시

초보도 ‘짜릿한 손맛’ 기막혀!

  • 허시명 / 여행작가 storyf@yahoo.co.kr

초보도 ‘짜릿한 손맛’ 기막혀!

초보도  ‘짜릿한 손맛’ 기막혀!

통영 미륵도 앞바다에서 손맛을 보고 있는 낚시꾼들.운 좋으면 이 정도 크기의 우럭을 대여섯 마리는 잡을 수 있다(작은사진).

바다낚시는 크게 갯바위 낚시와 선상(船上) 낚시로 나뉜다.

갯바위 낚시는 많은 장비를 갖춰야 하고, 낚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낚시다. 갯바위에 붙어 낚시하다 자칫 파도에 휩쓸리거나 미끄러지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나절 잠깐 해서는 갯바위 낚시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되도록 멀리 나가서 많은 시간을 들여 낚시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갯바위 낚시를 골프처럼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비하면 선상 낚시는 트레킹이나 등산에 견줄 만하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장비도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빙어낚시처럼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선장이 목 좋은 곳에 배를 띄우면, 물밑으로 길이가 150cm쯤 되는 낚싯대를 드리우기만 하면 된다. 선상이 비좁기 때문에 긴 낚싯대를 드리울 수가 없다. 고기가 없으면 안 잡히고, 고기가 많으면 잘 잡힌다. 낚시꾼의 실력보다는 선장의 실력에 따라서 그날의 조황(釣況)이 달라진다. 이 점이 선상 낚시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새벽 4시 반에 인천 남항부두를 출발한 배는 자월도와 영흥도 사이쯤에 다다르자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처음 나선 바다낚시 길이다. 희뿌연 연무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웅, 뱃고동이 길게 울리고 엔진소리가 잦아들자 낚시꾼들이 뱃전으로 몰려나왔다. 그러고는 제각기 아이스박스를 놓아둔 자리에 터를 잡고, 낚싯줄을 풀기 시작했다. 수심은 35m쯤 됐다. 뱃전에 나앉은 사람이 얼추 40명은 넘어 보였다. 뱃머리에 앉은 사람이 6명, 배의 왼편 통로에 앉은 사람이 15명이다. 서로 어깨를 맞대다시피 한 채 앉아 있었고, 그 사이에는 한 사람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때인 조금과 주말이 겹쳐서 바다낚시에 나선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물밑에서는 기별이 없다. 5분쯤 지나자 첫 신호가 왔다. 그러나 낚싯줄을 감아 올리는 손에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뼘도 안 되는 볼락이다. 선장이 뱃고동을 부웅 부웅 연달아 두 번 울리자 낚시꾼들이 재빠르게 줄을 감아올렸다. 이동신호였다. 다시 포인트를 찾아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이동한 뒤에 부웅 하고 다시 뱃고동이 울리자 모두들 맹렬하게 낚싯줄을 풀었다. 이번에는 다섯 사람 건너 한 명꼴로 손바닥만한 크기의 우럭을 낚아 올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수걸이로 위안을 삼을 뿐 그다지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후 두세 번 더 이동해 낚싯줄을 드리워도 별 성과가 없자, 선장은 30분쯤 더 항해를 하겠다고 안내방송을 했다. 그러자 다시 사람들이 선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배가 다다른 곳은 덕적도 옆의 소야도였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침공하기 위해 서해를 건너다가 정박한 섬이다. 소야(蘇爺)는 ‘소씨 노인’이라는 뜻이다. 소야도 주변은 암초지대라 고기들이 많이 회유(回游)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장비·저렴한 비용 장점

오전 10시가 넘자, 제법 우럭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세 사람 건너 한 사람꼴로 손맛을 보고 있었다. 나라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뱃전을 둘러보니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선장의 배려로 주방아주머니의 낚싯대를 빌려서 낚싯줄을 풀었다.

내 낚싯대에 첫 신호가 오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0g 정도 돼 보이는 볼락이 낚싯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올라왔다. 나로서는 완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미끼도 없는 낚싯줄로 망둥어를 낚은 이후, 처음으로 낚아보는 바닷고기였다. 불쌍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볼락을 다시 바다 속으로 보내주었다.

초보도  ‘짜릿한 손맛’ 기막혀!

남해안 백도의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배는 오전 내내 10∼20분 간격으로 쉬지 않고 장소를 이동하며 소야도 주변을 맴돌았다. 미끼로는 미꾸라지와 갯지렁이를 썼다. 미꾸라지는 유선회사에서 제공한 것이고 갯지렁이는 취향에 따라 낚시꾼들이 사 가지고 온 것이다. 미꾸라지는 우럭 미끼고 갯지렁이는 노래미 미끼다. 서해 선상 낚시에서 주로 노리는 것은 우럭과 노래미와 광어다. 철에 따라 백조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주요 표적은 우럭이다.

내 낚싯줄에 두 번째로 걸려든 것도 우럭이다. 그러나 손맛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경험이 없어 고기가 물린 것인지 수초에 엉킨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옆사람 낚싯줄과 엉킨 줄 알고 낚싯줄을 감아 올려보면 우럭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큰 놈이 걸린 줄 알고 맹렬히 감아 올려보면 옆사람의 낚싯줄이다.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생기는 병폐였다.

한 시간에 한 마리쯤 잡았을까, 고기 잡는 맛이 쏠쏠했다. 옆에 앉은 사람이 팔뚝만한 우럭을 건져올릴 때면 나도 전의가 불타올랐다. 뱃전에서 탄성이 터져나와 가보면 팔뚝만한 노래미가 올라오고 과일 접시만한 광어가 퍼덕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낚싯줄엔 손바닥만한 우럭만 걸렸다. 잡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잡히는 물고기의 크기가 약간씩 커지기는 하는데, 옆에서 워낙 큰 고기를 잡는 통에 내 것은 한없이 작아 보였다. 대어를 잡는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낚싯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고패질을 하면서 납추를 들었다 놨다 했다. 30m 물밑에서 텅텅 하면서 바다 바닥을 치는 납추의 느낌이 손에 전해졌다. 연신 그 동작을 반복했더니 어느 순간, 낚싯줄을 따라 내 팔이 30m 물밑으로 쑥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물고기와 낚싯대가 부러질 만큼 팽팽한 실랑이를 두 번 벌였지만 결국 나의 패배로 끝났다. 온 신경을 낚싯줄에 모으고 있어도 고기가 미끼를 문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고기가 미끼를 물고 바위 틈으로 들어간 뒤에야 낚싯줄을 잡아당기려 드니 낚싯줄이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놓친 고기는 또 얼마나 커 보이던지…. 그래도 오후 5시까지 우럭 다섯 마리에 노래미 세 마리를 잡았다.

남항부두에 돌아오니 저녁 7시였다. 15시간 동안 배를 타고 10시간 정도 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었다. 4시간 동안 제주행 여객선을 탔을 때는 무척이나 지루했는데, 낚싯배를 탈 때는 지루한 줄도 몰랐다. 명상이라도 한 것처럼 텅 빈 시간 속에 앉아 있다 온 것 같다. 그런데 내 손에는 물고기까지 들려 있지 않은가. 나는 집에 전화를 걸어 무사히 뭍으로 귀환했음을 알리고 매운탕 재료를 준비해두라고 일렀다.





주간동아 399호 (p92~93)

허시명 / 여행작가 storyf@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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