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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보고’ 남극 비밀을 벗겨라

세종기지 15周年 16차 월동대 연구에 박차 … 쇄빙선 확보 ‘기지 확대’ 가장 큰 과제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자원의 보고’ 남극 비밀을 벗겨라

‘자원의 보고’ 남극 비밀을 벗겨라

① 2월17일 열린 세종기지의 15주년 기념 파티. 인근 기지에서 방문한 외국인 대원들의 모습도 보인다. ② 16차 월동대원들이 세종기지 주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③ 세종기지 대원들의 식사는 한국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14일에 대원들이 모여 만두를 빚고 있다.

”펭귄들의 생활은 유난히 사람과 비슷한 데가 많다. 그래서 펭귄 가족을 보면 더욱 한국에 있는 내 가족이 그리워진다.” 한국에서 무려 1만7240km나 떨어져 있는 곳. 지구상의 마지막 청정구역 남극에서는 이 시간에도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바로 남극대륙의 끄트머리, 남셰틀랜드 군도 킹 조지 섬에 위치한 한국의 세종과학기지(이하 세종기지)가 그곳이다.

1988년 준공된 세종기지는 2월17일로 15주년을 맞았다. 16차 월동대원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세종기지에서 상주하고 있는 김선정 총무는 “세종기지의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외국 기지의 대원들을 초청해서 생일파티를 열었다”고 전해왔다. 칠레, 우루과이, 러시아 등 인근의 기지대원 21명이 찾아와 축하해주었다고. 그러나 파티를 끝낸 세종기지는 더욱 적막해졌다. 남극의 여름을 맞아 세종기지에 머물렀던 60여명의 연구인력이 이날을 마지막으로 모두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제 올 12월까지 세종기지에는 16명의 월동대원만 남게 된다.

“세종기지는 대사관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국외에 진출한 유일무이한 기관입니다. 현재는 영유권 분쟁이 잠정적으로 중지되어 있는 상태지만 앞으로는 분명히 남극의 각종 자원에 대한 소유권 다툼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개발할 수 없는 남극에 여러 국가들이 앞다투어 진출해 있는 것은 먼 장래에 남극의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이유가 크지요.” 세종기지를 진두지휘하는 김예동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본부장의 설명이다.

“석유 매장량 최소 500억 배럴 이상”

세종기지의 대원들은 남극에서 어떠한 활동을 할까? 세종기지의 가장 큰 목적은 과학적 조사와 연구다. 현재는 98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의해 2048년까지 남극의 지하자원 개발이 금지되어 있다. 오직 과학적인 목적에 의한 연구활동만이 허용된다. 춥디추운 남극에 무슨 자원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파악된 것만 해도 남극은 가히 ‘자원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남극에 있는 크릴새우의 양은 최소한 매년 1억2000만t을 잡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잡히는 어획량이 매년 7000만~8000만t 수준인 것에 비교해보면 엄청난 수치죠. 단백질이 풍부한 크릴새우는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남극에는 대륙붕 석유와 가스 자원이 묻혀 있습니다. 남극의 석유는 최소 500억 배럴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김본부장은 ‘남극의 자원은 현재 개발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라고 설명한다. 아직 남극 진출의 역사가 짧은 우리로서는 당장 개발이 허용된다 해도 이런 자원을 활용하는 데에 무리가 있기 때문.

‘자원의 보고’ 남극 비밀을 벗겨라

세종기지는 남극 대륙의 끄트머리에 있는 킹 조지 섬에 자리잡고 있다.

세종기지의 연구분야는 크게 생물학, 지질 및 지구물리학, 고층대기학의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연구요원 역시 이 세 가지 분야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의 연구내용은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미국은 아직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남극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의 정확한 양까지 조사해 놓았다는 소문도 있다.

현재 파견되어 있는 16차 월동대원들은 남극의 여름인 지난해 12월에 이곳에 도착했다. 이들은 올 12월까지 1년간 기지를 지키며 각종 연구활동을 벌인다. 16명의 대원들 중 대장과 총무를 제외한 연구요원은 5명, 나머지는 의료, 중장비, 전기발전, 기상 등을 담당하는 지원요원이다. 한 해 동안의 식사를 책임질 조리사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에 기상요원으로 남극에 다녀온 기상청의 함태진 연구원은 “남극에서는 무얼 먹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거기서도 한국과 똑같이 먹는다. 대원의 생일파티를 하면 케이크나 갈비도 먹고 조금씩이지만 술도 마실 수 있다. 다만 싱싱한 야채와 과일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고 전한다. 식량은 1년치를 한꺼번에 가져가 냉동해 보관하기 때문.

세종기지의 대원들은 각자 맡은 연구분야에 따라 기상을 측정하거나 지진, 중력, 지구자기량 등을 측정하고 각종 고정장비를 운영하며 하루 일과를 보낸다. 근무시간은 한국과 똑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책이나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한다. 전용문 16차 월동대원은 “2월15일에는 정월대보름 맞이 족구대회도 열었다”고 전했다.

세종기지 인근에는 7000여 마리의 펭귄이 사는 ‘펭귄마을’이 있다. 펭귄들의 생태를 연구하는 것도 세종기지의 임무 중 하나다. 상상과는 달리 펭귄마을에 가까이 가면 양계장에서 나는 냄새 같은 배설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2월10일에 펭귄마을에 가보니 두 달 전 부화되었던 아기 펭귄들이 벌써 많이 자랐더군요. 이 펭귄들은 겨울이 되어 바다가 얼기 전에 펭귄마을을 떠날 겁니다. 그런데 올해는 눈이 늦게까지 내려 펭귄의 부화 시기가 약간 늦어졌어요.” 이동일 16차 월동대원의 설명이다.

남극 월동대원들은 1년 계약으로 공채를 통해 선발한다. 매년 봄에 실시되는 공채의 경쟁률은 최소 10대 1이다. ‘경찰도 병원도 없는’ 남극에서 1년을 보내려면 건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신체검사는 필수. 물론 각 분야의 전문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일단 남극에 가면 대원들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서 최소 5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최소 10대 1 경쟁 뚫고 선발 능력 우수

‘자원의 보고’ 남극 비밀을 벗겨라

⑥ 세종기지 근처에 펭귄들이 나타났다. ⑦ 한자리에 모인 세종기지 16차 월동대원들. ⑧ 세종기지 내부의 모습. 대원들은 기지 내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현재까지 세종기지에서 특별한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 다들 긴장 속에서 살아서인지 의외로 아프거나 다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에도 동상에 걸리는 대원은 별로 없다. 의사가 있지만 병원에 가려면 가까운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까지 배와 비행기를 이용해 가야 하므로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영국 기지에 불이 나기도 했다. 또 2년 전에는 러시아 대원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유빙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결국 헬기가 이들을 구조했다고. 최근 세종기지에서도 고무보트를 타고 나간 대원들이 방향을 잃어버려 헬기에 의해 구조된 일도 있었다. 특히 겨울에는 길을 잃으면 위험하다. 남극의 겨울은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암흑천지다.

그러나 대원들은 여름보다는 겨울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남극에서 귀국한 한 연구원은 ‘겨울이면 사람 가슴 높이까지 눈이 와 빨간 지붕의 세종기지 외에는 사방이 모두 하얗게 변한다. 그 풍경이 그리워서 남극에 다녀온 사람들은 기회가 되면 남극에 또 가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세종기지의 숙원사업은 기지 확대다. “엄밀하게 말해 세종기지는 남극대륙에 있는 기지가 아닙니다. 남극을 한반도로 가정한다면 킹 조지 섬은 마라도쯤에 해당되는 위치거든요. 남극대륙에 기지를 새우려면 쇄빙선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는 쇄빙선이 없습니다. 다만 올해 해양수산부가 쇄빙선 건조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서 기대가 큽니다.” 신민철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지원팀 팀장의 말이다.



주간동아 374호 (p66~67)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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