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5

2002.03.14

카지노가 사람 잡네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19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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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가 사람 잡네
    지난 2월20일 오후 9시30분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 다이아몬드 주차장에 주차한 프린스 승용차 안에서 카지노 고객 김모씨가 히터를 틀어놓고 잠자다 질식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사망자 본인 과실이 크다’는 이유로 경찰과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강원랜드의 ‘비인간적 고객서비스’에 대한 ‘경고’였다.

    경찰은 “카지노를 사법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카지노측이 한 시간 단위로 카지노 건물 주변의 안전상황을 점검하도록 한 자체 규정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카지노를 찾는 고객 중엔 밤을 꼬박 새우며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차 안에서 히터를 틀고 잠을 청한다. 호텔비나 여관비까지 모두 털렸기 때문에 차에서 자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강원랜드 주차장은 국내에서 차내 질식 사망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아 ‘특단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강원랜드는 몇 시간 동안 김씨를 방치하는 바람에 김씨의 사망을 막지 못했다. 김씨의 아들은 “강원랜드가 진정으로 고객의 생명보호를 걱정했다면 ‘건성’으로 안전 관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카지노측은 ‘유감’이라는 말 한마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잠을 깨우면 화를 내는 고객이 많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안전관리 시스템으로는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현 규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사실상 ‘치외법권’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 경찰은 강원랜드 주변에 얼씬도 못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들락거리면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카지노에서 싫어한다. 그래서 카지노 쪽으로는 아예 안 간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그쪽 의견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각종 안전사고, 도박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범죄로부터 고객을 지켜줄 공권력은 카지노 내엔 없다. 김씨의 사망사고가 나자 “자기들끼리 알아서 다 한다더니…”라는 말이 경찰 내에서 나왔다.

    강원랜드는 추첨에서 당첨된 사람에게만 테이블게임의 좌석을 준다. 서서 게임을 하는 고객은 앉은 고객의 3배 이상이다. 문제는 30분 이상 자리를 비울 경우 좌석을 서 있는 고객에게 내줘야 한다는 점. 앉아서 게임을 하는 고객 중엔 이런 점에 부담을 느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계속 게임을 하는 고객이 많다.

    강원랜드는 “연말 메인 카지노가 완공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고객의 불편을 자신들 몸집 불리기 논리와 연결시키는 셈.

    공기업 강원랜드는 지난해 25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대신 ‘세계 최악의 환경을 가진 카지노’ ‘건강까지 망치는 곳’이라는 오명을 들었다. ‘고객보호’를 위해선 지금이라도 경쟁체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독점적 지위에 ‘도취’되어 있는 듯한 강원랜드에 또 다른 카지노 운영권까지 주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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