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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地自制는 고비용·저효율”

지자제 개혁 당위성 여야 공감대 형성… 정치 이해관계 얽혀 조기 실현은 힘들 듯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현행 地自制는 고비용·저효율”

“현행 地自制는 고비용·저효율”
지자제 개혁의 당위성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복과 낭비적 요소가 많은 고비용·저효율 지방행정체계의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기된다. 그렇다면 정치권과 정부는 행정구역 개편을 비롯, 지자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과연 어느 선까지 구체화할 것인가.

지난 2월23일 한 중앙일간지에는 ‘민주당이 지자제 개혁을 명분으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가 실렸다. 민주당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추미애 의원)가 7대 광역 대도시의 69개 자치구 통폐합과 전국 163개 시ㆍ군의 통폐합 등을 추진하기 위한 지자제 개선안을 마련했다는 것이 주 내용. 그러나 보도 직후 민주당측은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6월12일 추미애 의원의 한 측근 역시 “보도가 나온 이후 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몇몇 일선 자치단체장들의 항의가 있었다. 하지만 결코 추의원이나 당 차원에서 지자제 개선안을 만든 적은 없다”고 답했다.

비슷한 ‘해프닝’은 지난 5월에도 일어났다. 한나라당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허태열 의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지방행정체계 개편안’ 자료가 5월28일 언론에 유출되어 일제히 보도되자 다음날 한나라당은 당사 대변인실에서 “이 개편안은 현행 지자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당내 실무자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습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식 해명하며 적극적으로 파문의 최소화에 나선 것.

이 자료는 현재 시·도로 구분되어 있는 광역자치단체를 임명직이 수행하는 7개의 국가지방행정청(수도청·경인청·영서청·영동청·중부청·서남청·동남청)으로 전환하고, 전국 163개 시·군을 80개 전후로 통폐합해 3단계인 현행 지방행정체계를 2단계로 축소하는 등 가히 ‘혁명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지방행정청이 국가행정기관인 만큼 당연히 청장직을 임명직으로 한다는 부분은 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지난 6월13일 허태열 의원측은 “보도된 개편안은 당 지방자치위원회나 총재단회의 등 당내 공식기구에서 전혀 논의한 바 없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地自制는 고비용·저효율”
경위야 어찌 되었든, 현행 지자제가 시대상황에 부합하지 않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이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는 여야의 태도는 지자제 개편 문제가 얽히고 설킨 정치적 이해의 틈바구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난제임을 시사한다.



물론 지금까지 개편 시도가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민선자치 실시 이후 지자제 개편 논의나 연구는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심심찮게 거론해 왔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논의’와 ‘연구’ 차원에 머물렀을 뿐이다. 실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개편 시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지난 96년 10월. 당시 제15대 국회 신한국당 소속 이재오 의원(현 한나라당 의원)이 내놓은 행정구역 개편 시안은 지방행정 계층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췄다. 즉 서울시를 5개의 자치구역으로 분할하고 전국을 48개 광역자치단체로 나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안은 학자들 사이에서 지방자치 계층제의 문제점을 비교적 잘 적시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당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국민적 마인드가 형성되지 않은 데다 이후 곧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시안은 ‘그늘’ 속으로 묻혔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어느 당이나 자기 당이 집권할 때를 염두에 두고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민주당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중인 행정구역 개편안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측은 이를 부인한다.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회 권욱 수석전문위원은 “지자제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현 시점에서 개편 문제를 검토하진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답변과 달리 민주당과 정부는 지자제 개편이 현안이란 인식하에 이미 행정구역 개편을 포함한 지자제 개선방안을 적극 모색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는 지난해 5월경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지자제 개선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의뢰, 같은해 9월 건네받은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민주당과 함께 지자제 개혁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행자부는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국토연구원이 공동 참여한 이 연구에서 제시한 각종 개편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해 12월27일 ‘지자제 개선을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 다뤄진 분야는△자치행정의 책임성 확보 △지방의회제도 개선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 △대도시 자치구제 개선 △지방행정체계의 합리적 개편 △지방재정조정제도 개선 등 모두 6가지. 행자부는 또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본격적인 지자제 개선방안을 마련키 위해 행자부 조영택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자치제도발전추진단’을 구성, 지난 3월 자체 안(案)을 만들어 지금까지 민주당측과 6차례의 협의를 거쳤다는 것. 행자부에 따르면 민주당과의 논의 결과, 지자제 개선방안 중 지방자치법 개정 부분은 의원입법으로 발의하고, 지방재정제도 개선 부분은 행자부에서 행정부 안으로 발의하는 방침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민주당은 이에 대한 당론 확정을 서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구역 개편 주무부서인 행자부 자치제도과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 특히 행정구역 개편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전면적으로 이뤄지긴 힘들다. 다만 시장의 인사·재정 조정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도시 자치구제를 개선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정도는 이르면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늦어도 내년 지방선거 전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할 때 나머지 지자제 개선방안의 현실화를 추진하는 일은 현 정부하에서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행자부는 관측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그 근거로 현재 일본이 지자체 슬림화 및 효율화를 위해 3200개의 시(市)·정(町)·촌(村)을 300개로 통폐합하는 지자체 전면 재편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미 1950년대부터 추진해 왔음에도 아직 지지부진한 예를 든다. 이는 지자제 개편이 정부의 노력이나 의욕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희정 연구부장(행정학 박사)도 “지자체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가진 행자부가 독자적으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은 사회 파급력이 엄청난데다 정치권의 합의 도출 어려움, 개편 비용문제 등 수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어 현실적으로 조기 실현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누가 집권하든 행정구역 개편은 집권 초기부터 국정구조개혁 프로그램에 포함해 강력히 추진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지역 표의 향배를 살펴야 하는 정치권에서 선거를 포기하지 않는 한 행정구역 통폐합 문제를 이슈화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면적인 지자제 개혁의 윤곽이 언제쯤 드러날지를 점치기엔 아직 때가 이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와 같은 ‘부분적 개선’의 연속만으로는 결코 진정한 지자제 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2001.06.28 290호 (p24~25)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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