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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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미국인보다 시디롬이 낫다

  • 정철/ 정철언어연구소 소장 www.jungchul.com

    입력2005-01-28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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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들 중에는 무조건 미국인 교사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인에게 영어를 배워도 아이들의 영어가 욕심처럼 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 같은 곳에서 하루종일 영어로 생활하며 몇 년 이상 산다면 몰라도, 기껏해야 일주일에 서너 시간 가량 미국인 선생과 만나는 정도로는 학습임계량(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학습량)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습량이 적을 때는 한 번 공부한 것은 그대로 머릿속에 새길 정도의 강력한 방법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미국인 수업을 듣는 것보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듣게 하여 머릿속에 깊이 새기는 방법을 쓰는 편이 실제 학습효과가 훨씬 크다. 이렇게 같은 소리를 반복해 들려줄 때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컴퓨터 시디롬이다. 물론 비디오나 녹음 테이프를 쓸 수도 있지만 녹음기는 반복할 때마다 되감아야 하고, 또 그때마다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어려워 자칫 수업 리듬이 깨지고 아이들의 주의 집중이 흐트러지기 쉽다.

    컴퓨터를 쓰면 간단히 마우스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같은 소리를 수백 번이라도 반복할 수 있어, 마치 바위에 글자를 새기듯이 목표 문장들을 통째로 아이들 머릿속에 새길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우리 연구소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실험을 오랫동안 해보았는데 기대 이상의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이 힘도 들이지 않고 배운 내용을 통째로 암송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음도 컴퓨터에서 나오는 미국인 발음과 똑같이 할 수 있었으며 잘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이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학교용 시디롬을 만들었다. 연구소 재정이 휘청거릴 정도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여 완성했는데, 교실 수업용으로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이라며 국제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아이들 머릿속에 입력시킬 영어자료들을 단계적으로 구성하고, 그것을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로 꾸민 다음,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영화로 만들었다.

    수업은 이 만화영화를 한 토막씩 보면서 시작하는데, 그냥 구경하는 것이 아니고, ‘숨은 그림 맞추기’ 등의 재미있는 퀴즈게임을 하면서 소리를 반복해 듣는다. 이 게임이 끝날 때쯤이면 그 대화 내용을 머릿속에 통째로 입력하여, 미국 아이들과 똑같은 발음으로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이렇게 영어감각을 머리에 통째로 입력하면, 기억을 강화하고 응용력을 높이기 위한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의 활동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업이 너무 재미있고 박진감 있어, 아이들의 학습 성취도가 놀랄 만큼 높아질 뿐만 아니라, 시디롬을 수십 번씩 들려주다 보니 교사 자신의 발음도 미국인과 똑같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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