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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잡는 발기부전 치료제

불법 제조해 대량 시중 유통 … 사용자들 성기능 상실 등 부작용 심각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거시기’ 잡는 발기부전 치료제

‘거시기’ 잡는 발기부전 치료제
인천에 사는 김모씨(48)는 지난 1월 초 ‘좀더 강한 남성’이 되려다 성기능을 완전히 잃었다. 전단 광고를 보고 의료기 판매상에게 구입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성기에 주사해 36시간이나 발기가 지속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뒤로 멀쩡했던 사람이 도리어 발기부전 환자가 된 것. 평소 성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던 그는 성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의료기 업자의 광고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요즘 김씨 같은 중년 남성들이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의 ‘제물’이 되고 있다. 최근 고통 없이 약물을 성기에 직접 주입할 수 있는 개인용 자동주사기가 개발되면서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가 기승을 부리는 탓이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일종의 ‘정력제’나 ‘최음제’처럼 생각하는 많은 중년 남성들은 주위 소문만 듣고 주사약을 투여했다가 발기 지속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지만, 소문이 날까 두려워 ‘쉬쉬’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김씨는 부인과 결별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성불구자로 만든 장본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발본색원한 경우다. 그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곳은 G 메디칼 인천 지사. 의료기 판매업 허가를 받은 이 업소는 지난해 10월 이후 지방 일간지와 팸플릿을 통해 ‘비아그라를 제패할 한국의 ×××’ ‘단추만 누르면 남성 우뚝’ ‘5분 만에 2시간 0K’ 라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언뜻 보면 발기부전 치료제를 성기에 주입할 수 있는 의약품 주입기(만년필형 자동주사 주입기)를 선전하는 듯했지만 정작 내용은 그게 아니었다.

‘의사의 한번 처방으로 필요할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사용’ ‘주사액은 택배로 고객이 계신 곳까지 배달’…. 광고의 내용을 보면 주사기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발기부전 의약품의 판매가 주목적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김씨는 이 업체에게 “절대 안전하고, 의사가 만든 것이라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주사기를 7만원에, ‘포믹스’라는 주사제를 0.7mg 1앰풀당 2만원씩 3개를 구입했다.

‘거시기’ 잡는 발기부전 치료제
그가 맞은 ‘포믹스’란 주사약은 전주에 있는 A비뇨기과 의원의 의사인 강모씨(38)가 혈관확장제 4가지를 섞어 만든 것으로, 각각의 약품이 의사 처방 없이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전문 의약품. 이런 의약품을 당국의 허가도 없이 제 마음대로 섞어 판매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의료기 판매상에게서 ‘얼마나 지속하고 싶으냐’는 질문만 들을 수 있었을 뿐, 그나마 광고 문구에 나오는 의사의 ‘한번 처방’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G사의 판매업자들과 의사 강씨는 지난 4월3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약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경찰의 확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 초까지 김씨와 같은 방법으로 이 업체에게서 ‘포믹스’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산 사람이 650명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주로 40대와 50대 초반인 이들 중 진짜 발기부전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자신의 피해사례에 대해 ‘함구’로 일관함으로써 경찰의 정확한 피해 실태 파악조차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남부경찰서 방모 형사는 “김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동료 의사가 구속되어서인지 비뇨기과 의사들이 협조해 주지 않는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대학병원 비뇨기과 남성 클리닉 교수들은 한결같이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의 피해자들이 최근 들어 속출한다고 귀띔한다. S 대학병원의 한 비뇨기과 교수는 “이런 황당한 치료제를 썼다가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환자가 한 달에 10여 명은 된다”고 털어놨다. 다만 어디서 어떤 약품을 사서 썼는지에 대해 환자가 답변을 회피해 정확한 불법 판매의 고리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피해자들의 이런 태도는 발기 지속증, 성기의 섬유화 등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게 이들 교수의 주장이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이대 목동병원에는 경구용 비아그라 알약을 갈아 마취제와 섞어 만든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성기에 주입했다가 18시간 동안이나 발기가 지속되어 응급실을 찾은 60대 환자도 있었으나,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런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의 판매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이다. G사가 문을 닫은 지 꼭 한 달 후인 지난 5월2일 인천의 한 지방신문에는 G사와 주사기 종류만 다를 뿐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은 P사가 광고를 버젓이 게재하였다.

‘남성 희소식’(발기부전, 조루, 치료효과, 만년필형 자동주입기)이라는 광고는 국내 의사가 개발한 발기 유발제를 만년필형 주사기에 넣어 맞으면 발기부전과 조루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한번은 의사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문구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P사측은 정체불명의 주사약을 구입자의 얼굴 한번 보지 않은 채 전화주문만으로 배달해 주었다.

자신을 의료기 판매상으로 소개한 이 업체의 사장은 “언제부터 발기부전 증세가 나타났느냐” “어느 정도 지속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자신의 계좌번호를 불러준 후 돈을 입금하면 주사기와 발기부전 치료제 앰풀 2개를 즉시 배달해 준다고 했다. 가격은 주사기와 주사제를 포함해 10만원선. 앰풀 1개당 2만원의 추가비용을 내면 언제든지 원하는 양의 주사제를 더 보내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그러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원하면 언제든지 의사와 상담할 수 있으며, 그 의사가 약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즉 비뇨기과 의사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과 곽병태 감시계장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해 판매 허가를 받은 발기부전 치료약품은 전혀 없다”며 “의료기 판매업자는 물론, 의사라 하더라도 허가받지 않은 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며 의약분업 이후에는 더 더욱 있을 수 없는 행위(약사법 위반)”라고 못박았다. 그는 당장 이들 업소와 의사에 대한 단속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병-의원을 취재한 결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모 비뇨기과 의원은 실제로 의료기 판매상과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자신들이 만든 주사제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직접 판매하였다. 혈관확장제를 섞어 만든 주사제를 의사 상담 한 번 거친 후부터 환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계속 배달해 준 것. 의사 진단을 거쳤다 해도 주사액은 이미 제조한 약품임이 틀림없었고, 불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3번 쓸 분량의 주사액을 주면서 앞으로 더 구입할 분량을 고려해 장기처방을 내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 의원의 상담직원은 “의사 상담을 한번 거치면 주사량이 정해지기 때문에 계속 그대로 맞아도 전혀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뇨기과 의사가 직접 제조”

과연 그럴까. 이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정우식 교수는 “비뇨기과에서 처방하는 혈관확장제는 단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으므로 주사맞을 때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양을 조절하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성기능 장애뿐 아니라 생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그는 “의사가 매번 처방을 했어도 의약분업이 시행중인 상황에서 이미 약품을 제조한 점을 고려하면 의원에서 주사제 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다른 비뇨기과 의사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왜 나에게만 죄를 묻습니까.” 지난 4월3일 의료법 위반으로 구속된 비뇨기과 전문의 강모씨가 구속 당시 한 말이다. 강씨의 ‘항변’은 여전히 무허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파는 의사가 꽤 많고, 그만큼 그로 인한 피해자도 많을 것임을 시사한다. ‘강한 남성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의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기 전에 당국의 단속이 절실하다.



주간동아 2001.05.24 285호 (p48~49)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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