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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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인기 능가하는 ‘독설가 여장부’

  • < 심규선/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ksshim@donga.com >

    입력2005-01-24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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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 인기 능가하는 ‘독설가 여장부’
    지난4월26일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첫 내각에서 가장 관심을 끈 사람은 외상에 임명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7)의원이다.

    그녀는 일본 정치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독설가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외동딸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다나카 의원은 고이즈미 전 후생상이 자민당 총재 후보로 나서자 자칭 ‘응원단장’을 자임하며 고이즈미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외상 등용은 그에 대한 ‘보답’이라는 시각도 많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은 다나카 의원의 입각은 찬성하되 ‘외상 카드’에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강한 개성이 외상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재가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처럼 강력한 외교를 기대한다”며 반대론을 물리쳤다는 후문이다.

    사실 그녀의 평소 인기는 고이즈미 총리보다 훨씬 높다. 2000년 5월과 지난 2월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그녀는 ‘다음 총리가 되었으면 좋은 정치인’ 1위에 올랐다. 다른 신문이나 잡지 조사에도 언제나 1, 2위를 다툰다. 여론조사에서 그녀의 유일한 라이벌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다. 그녀의 외상 입각으로 ‘여성 총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입’에 있다. 누구도 그녀의 입에 걸리면 성한 사람이 없다. 소속한 파벌도 없어 그녀의 화살이 날아가는 곳은 제한이 없다. 모리 전 총리를 ‘뚱보’라고 부르기도 하고, 경제에 밝았다는 다케시타 전 총리를 ‘경제 문외한’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대표적인 별명이 된 ‘헨진’(變人·이상한 사람, 괴짜)이라는 것도 그녀가 붙인 것이다. 그녀의 독설을 통해 국민은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분석이 많다.

    다나카 의원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고교시절을 보내고 와세다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2년간 극단에서 일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총리시절 외유를 할 때는 반드시 수행해 국제감각을 익혔다. 지난 95년 정계에 입문해 내리 3번 당선했다. 무라야마(村山) 총리시절 초선의원으로 과학기술청 장관에 발탁되어 화제를 뿌렸다. 남편도 중의원 3선, 참의원 1선의 중진 정치인이다.

    그녀는 지난 2월 일본인을 구하려고 선로에 뛰어들어 숨진 한국 유학생 이수현(李秀賢)군의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아 조문을 하기도 했다. 그때 “같은 또래의 자식을 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녀의 외상 등용에 외무성은 전전긍긍한다. 그녀의 직설적인 성격과 입이 ‘화근’이 될지 모르기 때문. 그러나 일부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외무성의 위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강력한 리더십 ‘총리감’ 거명… 주위에선 언제나 ‘입’ 걱정

    외무성이 다나카 외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은 현재 역사교과서 문제와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일본 방문 등으로 인해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기 때문. 한 간부는 “총리나 외상의 언동이 새로운 불씨를 만드는 것은 정말로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나카 외상은 이미 ‘공인’으로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야스쿠니 신사 근처에 집이 있어 친근감을 느끼긴 하지만 과학기술청 장관 때도 가지 않았다”며 공식 참배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 첫 기자회견에서는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고 몇 번씩이나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되었다. 확실하게 공부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또 “가능한 한 외유는 자제하겠다. 외유를 하더라도 같이 가는 사람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중한 답변은 입각 전에는 거의 볼 수 없던 태도였다. 그러나 그녀가 언제까지 ‘신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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