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7

2001.03.29

가슴 뜨거운 사나이들 ‘友情’

  • < 신을진 기자 happyend@donga.com >

    입력2005-02-21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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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뜨거운 사나이들 ‘友情’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귀어온 벗’을 ‘친구’(親舊)라 했던가. 이런 사전적 의미에 걸맞은 진짜 ‘친구’를 우린 몇 명이나 가지고 있을까. 인터넷 동창회 ‘아이 러브 스쿨’이 광고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수백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모두의 마음속에 간직돼 있는 옛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단단히 한몫을 했을 것이다.

    몽롱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첫사랑, 끈끈한 추억의 점액질 속에 살붙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어린 시절의 친구들. 구름 같은 흰 연기를 뭉게뭉게 피워올리던 소독차의 꽁무니를 좇아 좁은 골목길을 달리고, 까만 교복 차림으로 롤러스케이트장을 누비던 그 시절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저 푸르게만 보이던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엇갈린 길을 걷기 시작하고, 어느새 돌아보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장동건, 유오성 주연의 영화 ‘친구’(3월31일 개봉)는 이렇게 함께 자랐지만 전혀 다른 인생 행로를 걷게 되는 네 남자의 이야기다.

    가슴 뜨거운 사나이들 ‘友情’
    준석(유오성), 동수(장동건), 상택(서태화), 중호(정운택)는 함께 있을 때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던 절친한 친구들. 플레이보이지를 보며 낄낄거리고 이소룡을 흉내내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은 스무 살이 되면서 누구는 대학생으로, 누구는 범죄자로, 누구는 마약중독자로 달라진 모습을 발견한다. 결국 어두운 범죄의 세계에 몸을 담그게 되는 준석과 동수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상택과 중호. 영화는 각기 다른 폭력조직에 들어가 급기야는 서로 적이 되는 준석과 동수의 이야기를 축으로 우정과 현실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그려간다.

    ‘스탠 바이 미’의 어린 시절과 ‘비트’의 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성인으로 성장했달까. ‘친구’는 단순한 성장영화도, 거친 액션이 돋보이는 누아르물도 아니지만 ‘낭만적 회고담’ 이상의 깊이와 색깔을 담고 있다. “내 마음 한구석에 묵지근한 아픔으로 남아 있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이 한번쯤 옛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곽경택 감독의 말처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한 이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와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슬쩍 물어오는 휴머니즘적 터치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조화롭고 고른 연기가 선사하는 영화적 재미도 만만치 않다. 영화계에서는 촬영 전부터 ‘공동경비구역 JSA’ 못지않게 드라마가 튼튼한 작품이라는 소문이 짜했고, 부산 올 로케이션 촬영과 검정 교복에 까까머리를 한 배우들의 흑백사진으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역시 소문대로’라는 평이 지배적. 특히 야비한 깡패로 변신한 미남 배우 장동건과 강렬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유오성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 197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2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세밀한 소품들도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친구’는 과연 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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