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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김심’의 뜻은…

내년 1월 강행인가 연기인가… 민주당 대선 주자들 득실계산 분주

  •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전당대회 ‘김심’의 뜻은…

전당대회 ‘김심’의 뜻은…
오는 4월3일 민주당에서는 대권 예비주자인 이인제`-`김근태 최고위원 사이에 일종의 ‘대권 대회전(大會戰)’이 벌어진다. 지난 2월22일 전북도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예비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김근태 최고위원은 서울 63빌딩에서 대규모의 ‘한반도 경제발전연구재단’(이하 한반도 재단) 발족식을, 이인제 최고위원은 잠실 체육관에서 ‘전당대회 규모’의 후원회 행사를 갖는 것.

한반도 재단 발족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김위원은 3월6일 부산에서 “재단에 부산 출신 인사들도 다수 포함할 계획”이라며 “이 재단은 내년 대선 출마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정세 및 통일문제 연구소를 지향하는 한반도 재단이 사실상의 ‘대권 캠프’임을 밝힌 것. 4월3일 창립대회에는 조순 전 서울시장이 ‘21세기 한국 경제의 미래와 정치 리더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인제 위원의 후원회 행사는 사실상의 ‘대권 출정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 1만 여명의 ‘후원자’를 동원해 ‘이인제 파워’를 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를 위해 현재 이위원 캠프는 가칭 ‘스피드 코리아’라는 새로운 구호를 만들고, 이를 개념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이처럼 여권 각 예비주자들의 ‘각개약진’이 과열 양상을 띠는 가운데 내년 1월 전당대회 문제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언급이 새로운 파장을 형성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최고위원 회의에서 “전당대회 일자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컨센서스(합의)를 모아달라”면서 “여러분들이 결정해서 건의하면 그것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8·30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 및 소속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김대통령이 “당권과 대권에 관계된 전대는 2002년 1월 열릴 것”이라고 말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차기 대선 후보는 2002년 1월 전당대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못박은 입장과 말의 느낌상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일단 ‘전대 개최 시기 문제는 최고위원들에게 위임할 테니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의 방임적 태도가 느껴지는 것.



특히 이같은 태도에서 김대통령 레임덕의 시작을 읽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정말로 전당대회에 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일까.

내년 1월에 대선 후보를 선출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김대중 정부 임기 후반의 모든 정국 운영은 천양지판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내년 1월에 대선 후보가 결정된다면 그 후보가 거의 전권을 갖고 내년 6월의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얘기가 된다. 각 자치단체장에 대한 공천권도 상당 부분은 그 후보가 갖게 된다. 이 경우 김대통령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다. 김대통령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또한 대선 후보가 직접 나서서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수도권 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야당에 내줄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김대통령은 내년 1월에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고 강조했었다. 이 때의 김대통령은 어떤 복안(腹案)을 마련해 놓고 있었던 것일까.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는 내년 1월과 7월 두 차례의 전당대회를 치르는 안을 김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월 전당대회에서는 새 대표만 인준하고, 대선 후보는 7월에 결정하자는 것. 즉 6월 지방선거까지는 김대통령 주도로 치르는 것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예방하고, 대선 후보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방안이다. 이 방안에 의한 새 대표로는 역시 한화갑 최고위원이 가장 무난하고 적절하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동교동계가 당의 중심에서 선거를 치러야만 원활한 ‘지원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1월 전대에서 새 대표와 대통령 후보가 동시에 선출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새 대표로는 한화갑 최고위원이 유력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보자면 김대통령은 위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일 수도 있다. 의약분업 정책이 최대의 실패작으로 부각되는 등 통치력의 외연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1월 전대 강행은 더욱 더 통치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17일 언급이 ‘원칙적인 입장 표명’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당내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이 과열로 치닫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컨센서스’를 강조한 것일 뿐, 이를 존중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김대통령은 전대 개최 시기에 대한 예비주자들의 입장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합의해 특정 시점을 도출해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꿰뚫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김중권 대표가 지난 10일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전대가) 2002년 1월쯤 열릴 것’이라고 다시 강조한 것은 이미 김대통령과 그 문제에 대한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야당이 자신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김대통령의 말 뜻을 깊게 살펴봐야 한다. 야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노기는 보통 수준이 아니다. 독하게 작심하면 자신의 레임덕은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 의원도 “대통령 후보 결정 문제는 전임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YS는 마지막까지 대선 후보 결정 시기를 늦추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고, 자신의 뜻대로 대선 후보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었나. 현철씨 문제로 레임덕이 급격하게 오면서 완전히 엉망이 되었고 후보 결정에 대한 장악력과 통제력을 상실했다. 레임덕을 늦추기 위해 대선 후보를 늦게 결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움직임도 한 변수가 된다. 권 전 위원은 조만간 마포에 사무실을 열고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단체장 후보자들을 물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옥두 전 사무총장이 최근 “최고위원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보다 무엇이 될 것인지에 집착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도 권 전 위원 활동 재개를 위한 명분축적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권 전 위원이 지방선거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지방선거와 이어지는 대선 구도에도 혼선이 생겨날 수 있다. 대선 구도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지방선거를 계획해야 하는데, 일사분란한 작업이 깨지면서 원심력이 흩어질 수 있는 것. 이를 감안하면 내년 1월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가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

현재 여권의 예비주자들은 전당대회에 대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표’ 참조). 이인제`-`김근태 최고위원은 김대표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전대를 치르는 것이 불리하다고 보고 이를 늦추자는 입장이다. 특히 김대통령의 힘이 점차 약해지는 하반기가 되어야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듯하다. 이위원측은 막상 선거가 닥치면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도 ‘킹 메이커’ 노릇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점차 공세적인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그 성격에 관한 한 결정권자는 역시 김대통령이다. 김대통령의 잠시 에둘러 가는 듯한 말로 인해 논란이 분분해졌지만, 내년 1월 전대 개최에 대한 당규 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닌 이상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내년 1월에 결정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주간동아 2001.03.29 277호 (p10~11)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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