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3

2001.03.01

온정으로 추위 녹이는 ‘고아들의 친구’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

    입력2005-02-15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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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정으로 추위 녹이는 ‘고아들의 친구’
    샐러리맨도 이웃을 도우며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금만 자기 것을 희생하면….” 서울 교보생명보험㈜ 비서팀 박경호씨의 말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5월부터 매월 셋째 토요일을 ‘휴무일’로 정했다. 한 달에 한 번 쉬는 토요일이므로 이 회사 직원들에겐 소중한 여가시간이다.

    그러나 비서팀 직원들은 이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난다. 서울 하왕십리 화성영아원 0∼4세 고아 40여명의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서다. 이 일은 월 1회 토요휴무제가 시작된 이래 10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돼 왔다.

    2001년 2월10일 오전 9시20분, 화성영아원에 비서팀 박오일 팀장, 박경호 박태영 김경오 조혜진 최윤실 한연선씨가 들어오자 아이들은 이들의 품에 먼저 안기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날은 네 살 박수진양과 세 살 문호동군의 생일. 비서팀 직원들은 이들에게 고깔모자를 씌워주며 케이크 과자 과일로 생일잔치를 열었다.

    비서팀은 아이들을 목욕시키거나 장난감, 만화 비디오테이프, 기저귀 등의 물품을 영아원측에 제공한다. 가장 큰 선물은 ‘앨범’. 박오일 팀장은 “방문할 때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찍어 개인앨범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4세가 지나면 다른 시설로 가야 한다. 이때 이곳에서의 추억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앨범을 함께 보내준다고 한다.

    봉사에 강제성은 전혀 없다. 직원들 대부분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박경호씨는 “한달 한 번 쉬는 토요일을 희생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최윤실씨는 중학교 때 이 영아원에서 자원봉사한 적이 있어 애착이 남다르다. 그녀는 평생 이곳에서 봉사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이날은 오전 6시쯤 일어나 부지런히 케이크와 과일 등을 준비했다. 비서팀 직원들은 돌아갈 때 한 사람씩 몰래 빠져나간다. 한꺼번에 나가면 아이들이 “가지 말라”며 울음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비서팀 일행이 영아원 밖으로 나오자 아이들은 창문에 옹기종기 머리를 붙이고 서서 이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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