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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껍데기 대학원은 가라

“대학원 갔다가 나중에 어쩌려고…”

순수학문 공부도 좋지만 현실적 미래 불투명‥교수조차 진학 권할 수 없는 현실

“대학원 갔다가 나중에 어쩌려고…”

“대학원 갔다가 나중에 어쩌려고…”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후학에게 더 나은 공부의 진전이 있을 것을 말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 언젠가는 내 조카가 찾아와서 철학과 대학원을 간다고 하기에 “왜 가려고 하느냐”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냐” 등의 아주 상투적인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학문보다는 그의 현실적인 미래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부모의 반대를 겨우 설득하여 내가 대학원에 갈 때만 해도 석사학위만 마쳐도 곧장 교수가 되는 것으로 부모님은 알고 있었다. 사실 그 당시는 그런 프리미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대학원에 입학하고 16년 만에 겨우 교수라는 직장을 얻었으니, 지금은 부모님도 대학원 가는 것이 그리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알고 계시다.

이제는 대학원 가는 일이 너무 흔해서 교수 되려고 대학원 진학한다는 것은 옛말이 되었고 더 나은 취업이나 승진에 대비하기 위하여, 어떤 이들은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해 진학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럼에도 순수학문을 위해 대학원 공부를 하려는 후학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공부는 대부분 현실적인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기껏해야 “이제 너 혼자만의 공부를 개척해야 하니 열심히 해 보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혼자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말도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에는 석박사 과정 중에, 혹은 다 마쳤지만 학위는 유보하거나 포기한 후배들이 꽤 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성격이 곧다는 점이다. 실력이 모자라서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두뇌한국21(BK21)이니 (대학원)연구중심대학이니 해서 대학원생들 전공지원의 편향성이 뚜렷해지고 서울에 위치하는 몇몇 대학에 대학원 진학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원에서도 학벌이나 돈의 위력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와 더불어 지도교수의 권위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더하면 더했지 줄어든 것 같지 않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타교 대학원 진학으로 BK21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편파적인 실험실 분위기 때문에 1년도 못 돼 대학원을 그만두었다.

이런 일은 특수한 사례로 그치는 것이 아닌 듯하다. 요즘 들어 부쩍 논문지도와 관련한 지도교수들의 권력 위세 때문에 공부를 더 이상 못하겠다는 대학원생들의 호소와 비판이 늘어만 가고 있다. 그것도 공개적인 통로로써, 본인은 물론 교수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말이다. 대학원생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그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열심히 한다고 학위 따는 것도 아니고… 학위 프리미엄도 ‘옛말’

대부분의 교수는 자기 마음에 드는 제자가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마음에 든다는 것이 꽤나 주관적이어서, 대학원생들이 공부 외의 일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나도 교수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대학원생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태도를 갖는 교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노골화되지는 않더라도 대학원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들 알고 있는 예를 들어보자. 성추행의 기준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수치심과 피해의식을 가졌냐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수는 대학원생에 대하여 편파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도 원생들이 그런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교수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교수들끼리의 술좌석에서 한 적이 있었다. 반 농담이었겠지만,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더러워서 교수 못하겠네, 누군 대학원 안 다녀봤나.”

맞다. 지금의 교수들도 대학원에 다녔을 때의 초발심을 잃지 않는다면 원생들의 학문과 인생에 그렇게 무관심할 수 없다고 본다. 순수학문인 경우 대부분 학문이 인생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학문을 구실 삼은 교수의 작은 횡포가 원생들에게는 큰 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1.02.15 271호 (p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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