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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광우병 환자 나올라

광우병 창궐 영국서 93년부터 4년간 육골분 수입… “한국 안전지대 아니다”

5년 뒤 광우병 환자 나올라

5년 뒤 광우병 환자 나올라
지난 1월31일 독일 정부는 광우병 전염을 막기 위해 무려 40여만 마리의 소를 도살하기로 결정했다. 서유럽을 뒤흔든 광우병 파동 속에서 단 한 건의 광우병 사례도 보고되지 않아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던 독일. 그러던 것이 지난해 말부터 불과 한달 새 5건의 광우병 소가 발견되는 등 총 26건의 광우병 사례가 보고되면서 독일 내 육류 소비는 70%나 곤두박질쳤다. 독일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서라도 ‘광우병 패닉’에서 자유로워져야 축산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달 말, 유럽의 광우병 파동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던 우리나라 역시 광우병 망령에 휩싸이게 되었다. 광우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동물성 사료성분, 이른바 육골분(肉骨粉)과 혈분(血粉)이 광우병 파동이 난 뒤에도 계속 수입돼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게다가 광우병이 인간에게 옮은 것으로 보이는 변이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vCJD) 환자로 의심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일반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도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양 →소 →인간 종을 넘어 전염

5년 뒤 광우병 환자 나올라
사실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해서 이름처럼 미쳐 날뛰는 것은 아니다. 대신 전신마비와 시력상실을 보이다가 결국 죽게 되는데, 광우병의 정식 의학용어는 우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ies)이다. 뇌조직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애초에 이 해면양뇌증은 양에게서 나타나는 스크래피(scrapie)가 제일 먼저 발견되었는데 감염된 양들이 피가 날 정도로 등을 울타리에 긁어대 ‘긁는(scrape) 병’이란 뜻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 병이 양에서 소로 옮아간 것일까. 영국에서는 80년대 초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의 뼈와 근육 등을 분쇄한 동물성 사료를 먹이곤 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양의 스크래피를 일으킨 병원체가 소에게로 전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스크래피나 광우병 같은 전염성 해면양뇌증(TSE)이 인간에게도 있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파푸아뉴기니 고원지대에 사는 원주민 집단에서 나타나는 쿠루(Kuru)다. 죽은 이의 뇌를 먹는 이 종족의 특이한 장례풍습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병에 걸리면 사지를 가누지 못하고 언어장애를 보이다 발병 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이 외에 CJD나 치명적 유전성 불면증 등도 모두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병이다.

전유럽을 광우병 공포로 몰아넣었던 계기는 96년 광우병에 걸린 소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보이는 CJD 환자가 발견되었다는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 특히 기존의 CJD가 50∼60대에 발병해 6개월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반면, 이때 발견된 vCJD는 증세가 더 천천히 진행되고 20∼30대의 젊은층에서 발생, 무서움을 가중시켰다. 현재 vCJD로 사망한 사람은 영국 83명, 프랑스 3명, 아일랜드 1명뿐이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는 영국의 쇠고기를 수입한 나라들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프루시너 교수의 1982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양의 스크래피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프리온이란 새로운 물질에 의한 것이다. 프리온이란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로서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이 있는 단백질’이라는 뜻. 보통 때는 별 해를 끼치지 않고 분해되는 이 단백질은 일단 변형이 되면 주변의 다른 단백질까지 같은 모양으로 변형시킨다. 이렇게 변형된 프리온 단백질들이 서로 엉키게 되면서 뇌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변형 프리온은 일반 단백질과 달리 섭씨 100도 이상 가열하는 통상적인 조리법에서 파괴되지 않고 127도 이상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해야 한다. 스크래피에 걸린 양의 뇌를 갈아 쥐에게 주입한 결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다는 프루시너 교수의 연구결과는 프리온이 다른 동물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양에서 소로, 다시 소에게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종을 뛰어넘는 전염 사술’은 이렇게 해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들어온 육골분은 어디로 갔을까. 사료업계에 따르면 99년까지 해마다 2500∼6000t의 육골분이 미국에서 수입되어 각종 동물성 배합사료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주로 개나 고양이 등 잡식성동물의 사료로 사용하였으며 광우병 감염이 우려되는 영국 등 유럽지역의 것은 수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농림부의 공식 견해. 그러던 와중에 영국에서 광우병이 한창 문제되던 시기에 영국산 동물성 사료가 국내에 수입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12월11일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광우병이 창궐하던 93년부터 4년간 영국산 육골분을 수입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도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처음 확인해 인터넷에 공개한 오명돈 교수(서울대 병원 내과)는 “소가 문제의 사료를 먹었다면 광우병이 나타나는 데 5년, 이를 사람이 먹고 vCJD가 발병하는 데 다시 5∼30년이 걸린다”면서 “따라서 아직 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동물성 사료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진 뒤에도 유럽산 소 혈분 등이 수입되었다는 점. 최근 농림부는 광우병 발생지역으로부터 쇠고기, 골분, 혈분 등 부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를 내린 98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랑스 독일 등으로부터 소혈분 및 소, 돼지 혼합혈분을 모두 197t 수입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 소라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발표도 이어졌다. 미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양계장으로 가야 할 육골분 사료가 소 사육농가로 잘못 갔으며 1222마리의 소는 마리당 5.5g의 육골분 사료를 먹었다는 것이다. 또한 소 부산물로 만든 아교나 젤라틴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약품, 치과 재료, 수술재료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마가린과 같은 유제품도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광우병 발생국가를 여행한 사람의 헌혈까지 금지하는 추세이고 보면 결국 광우병 발생국의 소 부산물과 이를 원료로 한 제품에 대한 엄격한 수입금지조치가 가장 현실적인 방편인 셈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불안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가장 위험한 부위는 뇌와 등골이므로 근육은 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 현재 vCJD는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외에 발병한 곳이 없으며 쇠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도 한 건의 사례조차 보고된 바 없다. 국립보건원의 조사 결과도 국내에선 아직 vCJD 환자는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또 다른 공통된 입장. 육골분 수입에서 보더라도 정부의 조치에는 허술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우병과 이로 인한 vCJD에 대한 모든 정보는 철저히 공개되어야 집단 히스테리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엄청난 피해를 본 뒤, 전문가들로 구성된 광우병 위원회의 조사연구를 토대로 신속한 정책결정을 내리고 이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은 우리 관계당국이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공교롭게도 우리에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주간동아 2001.02.15 271호 (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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