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0

2001.02.08

중년기 쉰 목소리 ‘후두암 주의보’

초기 치료 놓치면 후각·성대 잃을 수도 … 흡연자 발병확률 높아 특히 조심

  • 입력2005-03-16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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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기 쉰 목소리 ‘후두암 주의보’
    우리가 목구멍이라 통칭하는 인두는 비인강(코 뒤쪽의 공간)과 구강인두, 후두인두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후두인두의 앞쪽에 위치한 후두는 목 중앙의 약간 돌출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후두는 코로 흡인한 공기가 지나는 호흡 통로인 동시에 음식을 삼켜 식도로 보낼 때 부속기관인 ‘후두개’(후두 덮개)가 후두를 덮어 음식물이 폐나 기관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후두가 가진 또다른 고도의 기능은 소리를 내는 발성기능인데 이는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렇듯 중요한 후두에 발생하는 후두암은 국내 남성 암질환 중 아홉번째를 차지할 만큼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50, 60대 흡연자에게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데 이는 여성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쉰 목소리=후두암 경보음

    중년기 쉰 목소리 ‘후두암 주의보’
    후두암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의들은 흡연, 음주, 대기 중에 섞인 각종 화학물질, 중금속, 먼지 등의 흡입을 대표적 위험인자로 꼽는다. 이중 흡연이 가장 관계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20배 이상 높은 발병률을 보이기 때문.

    후두암에 걸리면 암세포가 생긴 후두 부위에 따라 증상이 약간씩 다르지만 맨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목소리 변화다. 40대 이상의 흡연자에게서 특별한 이유없이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후두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증상은 발병 초기에 나타나므로 환자 본인이나 가족,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비교적 조기진단이 잘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일도 적다.



    후두암 중에서도 성대에 국한된 초기 암의 경우 방사선 치료로 80∼90%의 완치율을 보여 대다수 환자는 치료 후 큰 장애 없이 평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엔 레이저로 암세포 부위를 증발시키는 신치료법으로 보다 효과적인 치료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속되는 쉰 목소리를 피로와 스트레스 탓으로 무시하고 방치하다 후두암이 일정 단계 진전되면 호흡곤란과 함께 음식물을 넘기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 이 경우 후두를 부분적으로 떼내거나 전체를 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두 전체를 들어내면 후두의 모든 기능을 잃게 돼 갖가지 장애가 발생한다. 없어진 호흡 통로인 후두를 대체하기 위해 목에 기관공을 뚫게 되면 후각 상실과 더불어 발성기관인 성대도 사라진다. 즉 하루아침에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단 후두암 수술로 한번 잃은 자신의 목소리를 원상태로 되찾기란 불가능하다. 때문에 후두를 완전히 적출한 환자들은 몹시 당황하여 곧 심각한 대인기피와 자책감에 절망하고 결국 사회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현재 이런 발성장애 극복을 위한 치료법으로는 전기면도기처럼 생긴 ‘인공 후두’를 사용해 발성하는 ‘인공 후두 사용법’과 ‘식도 발성법’이 있다.

    인공 후두 사용법은 비교적 간단히 터득할 수 있으나 전적으로 기계를 목에 갖다대야만 소리를 낼 수 있고 작동 배터리의 특성상 사용공간 및 시간에 제약이 있으며 항시 한 손이 자유롭지 못한 불편이 따른다. 또 마치 SF영화에서 로봇이 내는 기계음과 유사한 소리만 나는 문제가 있고 방사선 치료로 목 부위 근육이 굳어지거나 두터워지면 사용이 어렵다. 구입가격(대당 110여만원, 장애인 등록 후 병원확인절차를 거쳐 구입시 일정액 국고보조 가능)도 환자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이에 비해 식도발성법은 공기를 식도를 통해 들이마신 뒤 복압(腹壓)을 이용해 식도 입구를 진동시켜 원하는 소리를 내 말을 하는 방법이다. 3, 4개월 재활교육을 받으면 기초적인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환자의 의지와 상태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대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교육을 받더라도 20∼40세 환자는 성공적인 식도 발성을 이룰 수 있는 반면 나이가 많을수록 성공률이 낮아져 60세 이상 환자는 반수만이 식도발성으로 말을 할 수 있다. 식도발성법은 배우는 과정이 힘들고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터득하고 나면 스스로 목소리를 내 언제 어디서든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전화통화와 간단한 노래도 할 수 있어 현재까지는 가장 좋은 음성장애 재활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점을 들자면, 정상인의 발성음에 비해 탁하고 목이 쉰 듯한 목소리가 나고 한 옥타브 낮은 발성을 하면 여성 환자도 남성의 목소리에 가까워진다는 것. 또 적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셔 소리를 내므로 오랫동안 말을 지속할 수 없고 수술 부위에 흉터가 크게 남아 있거나 복부 수술 경험이나 호흡기질환이 있을 때에는 배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후두 적출자를 위한 음성재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필자가 지도하는 음성 장애인 발성연구 모임인 ‘연성회’(延聲會)는 지난 93년 발족 이후 세브란스 안이비인후과병원과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한 학기당 12주 과정 교육을 1년에 두 차례 개설해 주 2회 모임을 갖고 같은 처지의 환자들이 서로 치료의지를 북돋우는 가운데 음성재활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과정 및 참가 문의:세브란스 음성재활교실 (02)361-8599, 8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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