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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여직원부터 잘라야 해요”

한국자금중개㈜ 시대착오적 성차별… 결혼하면 계약직, 임신하면 퇴직 강요

“한국에선 여직원부터 잘라야 해요”

“한국에선 여직원부터 잘라야 해요”
서울 소공동 한국자금중개㈜ 여직원들이 최근 대통령산하 여성특별위원회에 성차별시정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초 단위로 외환거래가 이뤄지는 첨단금융회사에서 중세시대 남존여비사상이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성직원들도 “우리 사회의 직장 내 성차별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노조를 설립했다. 도대체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국자금중개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여직원고용과 관련,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과거 정규직으로 채용된 여직원이라도 결혼을 하면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결혼한 여직원이 임신했을 땐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새로 채용하는 직원은 능력에 관계없이 남자직원은 정규직, 여자직원은 계약직으로 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사실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정규직 여직원 김은하, 박지혜씨가 결혼하자 99년 3월 이들을 퇴직시켜 계약직으로 재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16일 결혼한 김모씨도 회사로부터 ‘대기발령’이라는 충격적인 ‘결혼선물’을 받았다. 회사측은 “웬만하면 회사를 그만두라”며 사직을 종용했다고 한다. 또 출근하지 말라며 재택근무를 지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업무적으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럴 수는 없다”며 버티다가 12월 말 명예퇴직금을 받고 사직했다.

“여자로 태어나 아기 가진 게 비참”

99년 결혼한 김은하씨는 최근 임신했다. “회사측은 여지없었다. ‘임신했으니 규정대로 회사를 그만두라’며 사직을 강요했다. 계속 다니면 책상을 화장실 옆으로 옮겨 버리겠다고도 했다.”(김씨) 그녀는 지금 경영진의 눈총을 받아가며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오래 갈 것 같지 않다. 김씨의 계약기간이 오는 3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남성 과장은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될 때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때 여직원들의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자금중개는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시 남성 11명은 정규직, 여성 3명은 계약직으로 선발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학력 격차는 없었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초임호봉의 경우 6급 군미필 남성 대졸자는 29호봉, 6급 여성 대졸자는 25호봉으로 책정됐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1월8일 한국자금중개에 보낸 ‘남녀차별시정 촉구 공문’에서 “이런 인사정책은 헌법의 평등권, 근로기준법 내 균등대우원칙, 남녀고용평등법 내 모집-채용-해고 상 차별금지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정규직=남성, 계약직=여성’으로 바뀌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직원과의 대화 녹취문에서 이 회사 황영 사장은 “회사사정이 나빠졌을 때 한국사회에서는 여직원부터 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여성을 먼저 희생시키고 여성에게 먼저 불이익 주는 것이 한국 직장의 관행일까. 황사장의 생각은 한국 기업의 CEO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사고방식일까.

김은하씨는 최근 사장이 “난 임신한 여자가 회사 돌아다니는 꼴을 못 본다”고 말했다는 것을 한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녀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이 비참하게 느껴졌다”며 눈물을 떨궜다.







주간동아 2001.02.08 270호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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