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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당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3세 미만 자녀 보육자 연금보험 납부 예외 규정 말썽…규정 몰랐던 젊은 가입자들 분통

‘난타’당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난타’당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저는 연금가입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오늘을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양심이 사망한 기일로 여기려 합니다. 공공기관의 양심이란 그 기관의 생명일 터, 이제 연금공단은 죽었습니다. 현고국민연금관리공단신위(顯考國民年金管理公團神位). 명복을 빕니다.’(ID 열 무지 받은 넘)

10월2일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www.npc.or.kr) ‘토론방’ 코너에 오른 한 가입자의 자극적인 항의글이다. ‘반대! 국민연금’이란 안티 사이트까지 상존할 만큼 연금제도 성토 분위기가 사실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공단 사이트를 ‘난타’하고 있는 가입자들의 공분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빗발치는 항의 원인은 하나로 집약된다. ‘3세 미만의 자녀를 보육중인 가입자는 12개월간 연금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는 국민연금법 조항 때문.

대다수 가입자들이 모르는 이 조항은 이를 우연히 알게 된 대구의 한 기업 연금담당자가 지난 9월 직원 400여명으로부터 납부예외신청을 받아 연금공단에 접수하는 과정에서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아직 없어 처리해줄 수 없다”는 거부에 직면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나게 됐다.

논란의 대상은 98년 12월 개정돼 지난해 4월부터 시행중인 개정 국민연금법 제77조의 2 제1항. 이른바 ‘연금보험료 납부의 예외’ 규정이다. 이 규정은 가입자가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할 때 그 사유의 발생기간만큼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7가지 사유 중 첫번째가 바로 ‘3세 미만 유아를 보육중인 경우’다.



문제는 이 규정을 일반 가입자는 물론 기업 연금담당직원, 심지어 상당수 연금공단 직원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납부예외자는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10월4일 ‘주간동아’가 연금공단측에 확인한 ‘3세 미만…’ 관련 납부예외자는 모두 6450명(사업장가입자 1141명, 지역가입자 5309명). 1668만여명(2000년 6월말 현재)에 이르는 전체 가입자 규모에 비해 엄청난 소수다.

“홍보를 안한 건 아니다. 99년 4월 ‘전국민 연금시대’ 돌입 후의 가입신고서와 기업 연금담당자들에게 배부한 연금실무편람엔 관련내용이 나와 있다. 다만 적극적인 홍보가 안된 점은 인정한다.”(연금공단 관계자)

그러나 이런 해명으로도 공단측이 비난을 면키는 어렵다. 납부예외자 중 21명은 누구보다 관련규정을 잘 아는 공단 직원들. 공단측이 일반 가입자들에게 ‘모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일관하는 사이 이들은 발빠르게 개정법 시행 당시부터 납부 예외를 인정받아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탈 많은 조항이 개정법에 포함된 이유는 뭘까. 공단측은 이 점에 대해 “납부예외제도는 육아로 인해 소득활동을 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가입자의 연금보험료 부담의무를 경감해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밝히고 있다. 개정과정에서 육아를 맡은 직장여성의 가계지출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주자는 여성단체들의 이의제기를 수용한 것일 뿐, 3세 미만 유아 보육 가입자 모두에게 납부 예외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공단측의 이같은 입법취지를 뒷받침해줄 명시적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법 해석상의 다툼이 불거지자 복지부가 지난 9월29일 유권해석을 내렸을 뿐이다.

“혼란은 인정한다. 그러나 입법취지로 볼 때 ‘소득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란 가입자가 육아휴직(무급)을 한 경우, 자영업 종사자가 육아로 인해 휴-폐업했을 경우에만 해당하므로 납부 예외는 엄격히 허용할 수밖에 없다.” 복지부 연금제도과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3세 미만 유아 보육 가입자 모두에게 이를 인정하면 사업장가입자는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납부예외규정을 ‘혜택’으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납부예외를 받게 되면 연금보험료율 9%중 사용자가 부담하게 돼 있는 부담금(4.5%) 혜택을 받지 못하고 납부예외기간은 연금액 산정시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연금액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 또 연금법시행령상 사업장가입자의 납부예외신청은 사용자(고용주)가 하도록 돼있어 사용자가 자칫 경비절감을 노려 근로자의 진의에 반해 납부예외를 신청하는 등 ‘제도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유권해석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유권해석도 석연찮기는 마찬가지다. 유권해석이 가입자의 불만이 한껏 고조된 최근 시점에서 부랴부랴 내려진 것인데다 문제의 조항에 대한 법 집행이 당초 입법취지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이 취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금공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납부예외자 중 상당수가 버젓이 ‘소득활동’을 하고 있는 ‘양심불량’ 가입자”란 사실을 털어놨다. 물론 이중엔 공단 직원도 일부 포함돼 있다. 결국 실사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1년6개월간이나 ‘준비 안된 모호한 조항’이 제멋대로 해석되고 집행된 셈이다.

현재 공단측은 기존 납부예외자들의 휴직발령 및 휴-폐업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는 한편 선의의 납부예외자에 대해서는 신뢰보호 차원에서 그동안의 납부예외기간을 인정해주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상태다.

공단측은 “앞으로는 소득활동이 없는 가입자만 철저히 선별해 납부예외를 인정해 줄 것”이라며 “10월분 연금보험료 고지시 이같은 사실을 적극 안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정법 시행 후 1년반이 지나서야 내려진 유권해석을 바라보는 가입자들의 불만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대략 20대 후반∼30대 초반까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 3세 미만 유아 보육자 중 국민연금 가입자는 전체 납부자의 30%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장의 경제적 부담 경감’보다는 국민연금의 ‘주인’으로서 공단측에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강제하려는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0월3일 주요 일간지엔 “국민연금공단이 올들어 8월말까지 1조2371억원의 주식평가손을 기록했으며 특히 손절매 규정을 위반해 4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추가 순매수하는 바람에 손실폭을 더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은 이제 ‘불신’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주간동아 2000.10.19 255호 (p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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