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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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기업들 “아시아로 가자”

정부지원 받으며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서울서 박람회 개최 등 제품 알리기 분주

  • 입력2005-06-27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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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19일 프랑스-독일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알자스 지방. 우리에게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알퐁스 도데 소설의 무대로나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지방도시 중소기업인들이 이 지역 상공회의소에 모두 모여들었다. 바로 10월17∼20일 서울에서 열리는 ‘프랑스-꼬레(FRANCE-COREE)2000 박람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이다. ‘프랑스-꼬레 2000 박람회’는 한-프랑스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제3국 공동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열리는 대규모 전시 행사다. 서울에서는 5년 만에 열리며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가차 내한하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참가해 개막 테이프를 끊는다. 이 박람회를 앞두고 알자스의 중심도시인 스트라스부르 상공회의소에 모여든 20여명의 중소기업 사장이나 수출담당 임원들은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회사 소개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은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 수출에만 진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아시아시장에서 우리의 파트너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공작기계 제조업체 ‘위롱’의 질베르 피셔 사장)

    “이미 통신판매업체인 씨앤텔을 통해 한국시장에 다리미와 증기 청소기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일본에 이어 한국이 우리의 아시아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생활용품 제조업체 ‘도메나’의 파스칼 베슈멩 수출담당 이사)

    박람회 개막식 시라크대통령도 참석

    알자스 지방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프랑스 기업이 중소기업들이라는 사실이다. ‘프랑스-꼬레 2000 박람회’에는 TGV 열차로 널리 알려진 임직원 14만명의 알스톰(ALSTOM)이나 라팔 전투기로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진출을 노리는 다쏘(DASSAULT)항공과 같은 초대형 기업도 참여하지만 참가업체 대부분은 공작기계나 피혁제품 또는 주방기구 등을 생산, 판매하는 중소업체들이다. 적게는 종업원 100명에서 많아야 1500명을 넘지 않는 이들 중소기업은 대부분 선조로부터 창업과정을 거쳐 대대로 내려온 ‘가족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라스부르 상공회의소 올리비에 엡 무역 컨설턴트는 “한국 박람회 참가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며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과 합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자스는 인구 170만명에 불과한 작은 지방에 불과하다. 게다가 스트라스부르는 인구 26만명의 소도시. 그러나 유럽의회가 자리잡고 있고 한 시간도 안되는 거리에 취리히, 프랑크푸르트 등 4개의 국제공항이 위치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유럽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 중 하나인 셈이다. 게다가 금융 분야에서도 파리 다음으로 많은 숫자의 은행이 자리잡고 있는 등 산업중심지로서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인구 1인당 수출액으로 따지자면 프랑스 도시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경제계는 이들 지방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프랑스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전시회 및 산업기술진흥청(CFME-ACTIM)’이 역점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이 기구는 ‘반관반민’(半官半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예산의 절반은 재무성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절반은 회원사들의 출자로 구성된다. 특히 각종 산업박람회를 통해 투자진흥을 꾀해온 프랑스의 전통답게 외무성 산하로 박람회 조직업무를 맡던 CFME와 재무성 산하에서 산업기술진흥업무를 맡던 ACTIM이 조직 자체를 통합해버렸다.

    CFME-ACTIM은 프랑스 내에서 연간 200회에 이르는 각종 투자 유치 행사를 통해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외국기업들의 국내 진입에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는 공보실 성격을 갖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면서 외국의 전문가나 엔지니어를 초청하기도 한다. CFME-ACTIM은 지금도 연간 10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을 프랑스로 불러들이고 있다. 말하자면 프랑스 중소기업들에 글로벌 시장을 열어주는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CFME-ACTIM의 카펠레스 청장은 한국과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건축과 전자산업을 들었다.

    “건축 분야의 경우 한국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며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과 프랑스가 가진 영업능력을 합친다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에는 정부측의 조직적인 지원도 한몫을 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재무산업성의 레미 반 레드 과장은 “경제부처 내에도 지방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별도 부서를 마련해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한 분야에서 몇몇 중소기업이 연합하는 것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잔디깎기 기계를 생산하고 있는 에테시아는 전직원이 불과 120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알자스의 중심도시인 스트라스부르에서도 차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에테시아 공장에서도 회사 관계자가 이 제품을 한국에 한 대라도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분주했다. 주로 공공기관이나 병원 등의 넓은 잔디를 깎는데 사용하는 잔디깎기 기계가 녹지가 부족한 한국 실정에 맞어떨어질 리 없지만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 우리 회사를 알리고 싶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이 회사에서 생산되는 잔디깎기 기계는 여태까지 3분의 2가 유럽지역으로 수출되어왔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최근 들어 관심의 초점은 아시아시장이다.

    한국과 건축·전자산업 협력 원해

    특히 지난 94년 프랑스 산업성 장관이 제창해 시작된 ‘이니셔티브 아시아’ 캠페인은 아시아 대륙에서 프랑스 기업들의 산업 및 무역 영향력을 급속하게 증대해나가고 있다. 반대로 프랑스 지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에도 비슷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경기침체지역에 투자하거나 부실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면세 혜택은 물론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소해주는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프랑스 경제인들은 프랑스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시대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게 되면 늘 이러한 사실을 내세운다. 미국식 세계화에는 반대하지만 프랑스는 농식료품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수출국인 데다 탄탄한 중소기업 기반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이나 샹제리제 뒷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는 오리지널 명품 브랜드가 프랑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세계인들을 향해 프랑스인들은 ‘유럽식 산업정책’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와인과 패션과 향수가 프랑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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