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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시드니 올림픽 결산

넘치는 화제, 풍성한 뒷얘기들

넘치는 화제, 풍성한 뒷얘기들

넘치는 화제, 풍성한 뒷얘기들
새천년의 첫 올림픽을 위해 시드니 하늘을 밝혔던 성화는 17일간의 임무를 다하고 사그라졌다. 때로는 코믹하기까지 한 열정, 수성에 바쁜 노장들의 다급함, 그리고 거세게 다가오는 신예들의 패기까지 모든 것이 한데 엉킨 2000 시드니 올림픽은 언제나 그렇듯 무성한 뒷얘기를 남기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참가한 1만6000여 명의 선수들에게, 전세계 60억 인류 공동체에게, 그리고 사랑스런 밀리, 올리, 시드에게…. 현지에서 이번 대회를 지켜보며 새겨두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본다.

■ 수영장의 두 남자 - 이언 서프와 모우쌈바니의 ‘극과 극’

시드니올림픽에서 수영은 입장티켓이 가장 비싼 종목 중 하나였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호주가 자랑하는 수영신동 이언 서프(18)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자란다는 1m95의 키와 190cm의 팔길이, 언뜻 오리발처럼 보이는 350mm의 ‘왕발’이 트레이드마크인, 말 그대로 대형선수다.

서프는 16일 시드니올림픽 수영 경영 첫날, 남자자유형 400m와 계영 400m에서 거푸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여 호주대륙을 ‘소피도’(서프의 별명) 열풍으로 달궜다. 성화 최종점화자로 화제를 모은 애버리진(원주민) 캐시 프리먼과 함께 단연 호주 스포츠계의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서프가 수영에서 전세계를 강타한 며칠 후, 그와는 정반대로 역시‘대단한’ 기니의 한 선수가 다시 한번 수영계를 발칵 뒤집었다. 취재기자들 사이에서 얼굴 생김새마저도 독특하다고 평가받은 에릭 모우쌈바니. 그는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고개를 물 밖으로 낸 ‘개헤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주위 선수들의 전신수영복 열풍에 아랑곳없이 동네아저씨 풍의 사각수영복을 입고 당당히 올림픽에 출전한 것이다. 수영 경력은 고작 9개월.



가급적 많은 나라 선수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올림픽정신에 따라 대회에 출전한 모우쌈바니의 예선 기록은 1분52초72. 다른 선수들에 비해 1분 이상 뒤진 기록이며 전날 페테르 반 덴 호헨반트(네덜란드)가 세운 200m 기록보다 7초나 뒤진 ‘진기록’이다. 그나마도 너무 힘들어 결승선 10m를 남기고 잠시 쉬었다가 레이스를 다시 시작, 시드니 아쿠아틱센터를 열광의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의 ‘역영’은 진정한 올림픽정신으로 추앙되어 전세계 보도진들의 카메라 세례를 한 몸에 받았고, 서프 등 동료선수들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한 수영복회사로부터 전신수영복을 선물받기도 한 모우쌈바니는 “2004년 올림픽에서는 기록을 절반으로 단축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시드니 올림픽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스포츠 거인 ‘러시아’의 퇴조다. 냉전시절 오히려 미국을 압도하며 양강 체제를 형성한 러시아가 이번 대회에서는 2위 자리마저 중국에 위협받아 체면이 말이 아니다. 더욱이 유도유단자이며 스포츠 애호가로 널리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 대책위원장에 직접 취임해 엄청난 포상금을 내거는 등 정상탈환을 선포하며 애를 썼기에 러시아의 몰락은 더욱 충격적이다.

특히 레슬링에서 ‘불패 신화’를 이어오던 알렉산더 카렐린의 패배는 날개없이 추락하는 러시아 스포츠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십년간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심지어 단 1점도 내준 적이 없다는 카렐린의 패배(그것도 미국선수에게)는 온 러시아를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소련연방의 해체와 함께 쇠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러시아 체육의 위대한 신화는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종합우승(당시 독립국가연합)을 마지막으로 96년 역대 최대 격차 2위를 거쳐 이번 대회에서 그 종말을 고하게 된 셈이다.

‘팍스아메리카’가 군사 경제 문화 정치에 이어 이제 스포츠계에서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번 올림픽은 많은 슈퍼스타들의 무덤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카렐린 이외에도 장대높이뛰기의 세르케이 부브카(우크라이나), 역도의 슐레이마놀루(터키), 육상 남자 800m의 윌슨 킵케터(덴마크), 1500m의 누레딘 모르셀리(알제리), 수영의 포포프(러시아) 등이 예상 외로 쉽게 무너졌다. 새천년을 맞이하여 바야흐로 세대교체가 선언된 것이다.

물론 복싱 헤비급의 사본(쿠바), 다이빙의 푸밍샤, 육상 1만m의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 등은 이름값을 했지만 여러 차례 위기를 맞고 신예들에게 쫓기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과 대비되는 것이 미국 육상의 남녀 간판스타 모리스 그린(26)과 매리언 존스(25). 이들은 4년 전 애틀랜타 대회만 해도 출전도 못한 무명선수였다. 4년 만에 이들이 육상의 꽃 남녀 100m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내며 최고의 스타로 등극, 구세대 슈퍼스타들과 바통터치를 한 것이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미국선발전에서 탈락(7위)하며 육상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은 그린은 당시 주경기장 관중석에서 도너번 베일리(캐나다)가 100m에서 세계신기록(9초84)으로 우승하는 것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4년이 지난 시드니. 그는 세계선수권 3관왕, 100m 세계기록(9초79) 수립에 이어 마침내 올림픽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다시 한번 흘렀다.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초의 여자육상 5관왕에 도전했던 존스는 목표달성 실패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외모와 기량을 통해 ‘제2의 그리피스 조이너‘로 큰 인기를 끌었다. 84년 LA올림픽 당시 조이너의 모습을 보며 세계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를 꿈꾸었던 소녀는 16년 만에 마침내 꿈을 이룩한 것이다.

■ 개-폐회식 ‘코리아’ 동시 입장 ‘단일팀’ 구성 신호탄?

15일 열린 개막식에서 11만명이 넘는 관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갈채를 받은 나라는 개최국 호주를 제외하면 단연 ‘코리아’다. 개막을 사흘 앞두고 극적으로 동시입장을 결정, 세계에 한민족의 하나됨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 정치 지도자들의 결정 덕에 가능했던 동시입장은 그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또한 많은 향후과제를 남기고 있다.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와 월드컵의 공동개최, 각종 국제대회 단일팀 참가 등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이번 동시입장의 환희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다.

한편 남북 동시입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안의 파워게임간 관계에 관한 뒷얘기가 일본 언론을 통해 주장되어 흥미로웠다. 한국언론마저 따돌린 채 전격적으로, 그것도 IOC총회 개막식날 동시입장 발표가 이루어진 것은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사마란치 위원장이 후임자로 낙점한 김운용 대한체육회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회장의 활동력에 이번 동시입장의 여운이 겹쳐 당분간 남북체육교류는 활성화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0.10.12 254호 (p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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