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4

2000.10.12

파워 집단 ‘특우회’ 특별한 힘

‘연청’ 주요 인사들이 결성, ‘막후 친위대’ 역할…현역의원 5명, 공기업 등에 대거 진출

  • 입력2005-06-23 14:3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특별한 벗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특우회’(特友會)라는 조직이 있다. 민주당 기간 조직인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약칭 연청· 과거 민주화운동청년동지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특우회는 일반인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하지만 면면을 따져보면 상당한 파워 집단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들은 ‘연청’의 핵심 요원들로 민주당 김홍일 의원과 지근 거리에 있다. 국회의원은 물론 공기업 등에 진출한 사람도 많다.

    특우회원 가운데 16대 국회에 진출한 사람은 민주당의 배기선 조재환 배기운 김덕배 송석찬 의원 등 5명. 이 가운데 배기선 의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사장, 배기운 의원은 한국보훈복지공단 사장, 김덕배 의원은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특우회원들은 정권교체 뒤 주로 공기업으로 많이 진출했다(표 참조). 특히 공기업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감사를 맡은 사람들이 많다. 김성수 경기도 정무부지사, 엄대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염동연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 조동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감사, 안영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감사, 민상금 전 한국토지개발공사 감사, 이덕행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아카데미원장, 신극정 한국공항공단 감사, 장남진 농업기반공사 감사, 조만진 한국보훈복지공단 사장 등이 회원들이다.

    특우회의 회원 숫자가 몇 명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정확한 회원 숫자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한 회원은 “40∼50명쯤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우회가 생긴 것은 1996년 11월. 서울 마포에 있는 ‘홀리데이 인 서울’(당시 가든호텔)에서 창립 모임을 갖고 엄대우 전 연청 중앙회 부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연청 회칙 20조에는 ‘특우회는 임기 1년의 회장 1인과 부회장 약간 명을 두며 특우회에서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기운 조재환 의원과 조동회 염동연 신극정씨 등이 부회장이다.



    특우회의 창립은 아무래도 1997년 대통령 선거와 깊은 관련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80년 연청 창립 이후 주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조직화할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됐던 것. 마침 당사자들도 “우리끼리 뭉칠 조직을 하나 만들자”는 말이 있던 참이었다.

    특우회원들은 1997년 1월 서울 신촌 거구장에서 열린 연청 신년하례회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각오와 결의를 다진 뒤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부 특우회원들은 사무실도 내고 공개적으로 활동하자는 주장을 폈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다. 대신 각자 가동할 수 있는 인맥 등을 총가동해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말하자면 연청 뒤에서 ‘베이스 캠프’ 역할을 했던 것. 연청 회칙 20조는 특우회원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특우회는 본회 중앙회 및 지부회, 지구회의 핵심간부 출신으로 구성하며 본회 조직활동에 대해 자문 및 지원을 행한다’.

    연청이 1987년 평화민주당 창당의 모태가 되고 1992년과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큰 역할을 했던 점에 비춰볼 때 특우회원은 김대중 정권 탄생의 ‘막후 친위대’라고 할 수 있다. 연청 중앙회 기구표에는 특우회가 지도위원회나 자문위원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별도 조직으로 나와 있다. 특우회는 친목 조직인 만큼 평소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회원인 한 민주당 현역의원은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일이 발생했을 때만 모인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회장을 맡아왔던 엄 전 이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대 회장으로 유력한 사람은 배기운 의원. 배의원은 올해 안에 정식 절차를 밟아 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의원의 회장 취임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우회가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가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평소엔 잠잠 … 최근에 본격적인 움직임

    특우회원들의 공기업 진출이 많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오회(一梧會)와 견주기도 한다. 일오회는 15대 국회의원으로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 신청을 철회한 사람들의 친목 모임.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 채영석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 김명규 한국가스공사 사장, 양성철 주미대사 등이 일오회 출신이다. 전직 의원들인 일오회는 특우회와 달리 주로 공기업체의 장으로 진출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 모임이 선거 후 논공행상을 위해 상층부에 압력을 가하는 일종의 ‘로비 통로’로 비친다는 점은 같다.

    특우회 출신이든 일오회 출신이든 일부 특정 세력이 공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공기업 개혁을 외치는 정부의 기본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물론 여권에서는 김영삼 정부 시절과 비교할 때 그 인원이 매우 줄었고, 미국의 경우도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 측근들이 굵직굵직한 자리에 앉는다는 사실을 들어 이같은 비판론을 반박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대통령 측근이나 주요 부서를 ‘투사 경력’이나 ‘정당 경력’만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 뛰었다는 사실과 국정 운영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