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8

2000.06.15

보약 먹은 한국팀, 약물검사에 ‘혼쭐’

  • 입력2006-01-10 1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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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약 먹은 한국팀, 약물검사에 ‘혼쭐’
    1998년 11월 타이 방콕에서 대한야구협회 임원들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한국 야구사상 최초로 프로-아마 드림팀이 구성돼 금메달을 목표로 호기 좋게 방콕까지 왔건만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 터졌기 때문.

    사실 아시아경기대회는 여러 모로 중요한 대회였다. 금메달 획득도 좋고, 국제 대회 우승도 좋지만 대표팀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선수 선발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국제대회 우승시 병역면제가 주어지는 ‘떡고물’을 최대한 고려해 자연스럽게 병역문제가 걸려 있는 선수들 위주로 대표선수가 구성됐다.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말이 드림팀이지 왼손 투수는 단 한명도 배치하지 않는 등 아킬레스건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경기를 치르면서 자연히 해소됐다. 아무리 일본 아마추어의 실력이 탄탄하더라도 프로가 끼여 있는 한국팀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프로선수가 참가한 대만도 역시 한 수 아래였다.

    문제는 전력 확보를 위해 차출한 프로 선수들에게서 엉뚱하게 불거져 나왔다. LA다저스의 박찬호, 현대의 괴물 타자 박재홍 등이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합류 전 복용했던 약물과 주사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아시아경기대회 전 제주도 합숙훈련에서 쌀쌀한 날씨 탓에 가벼운 감기를 앓았다. 휴식을 취해도 별 차도가 없자 모교에서 운영하는 한양대학병원에서 감기약을 지어 먹었다. 또 박재홍은 오른쪽 발목을 페넌트레이스 도중 심하게 다친 뒤 속칭 데포 주사를 맞고 경기에 임했고 팀 동료 최원호는 피로회복제를 다량 복용했다.

    그러나 대한야구협회 임원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결승전을 앞두고 문득 생각이 났다. 당시 김병우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는 부랴부랴 한국으로 연락해 현대팀 지정병원과 한양대병원에 의사 소견서를 부탁, 팩스로 받았다. 이것으로 안심할 수 있었을까.



    선수들에게 “방콕 오기 전 한약을 먹은 일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고 심지어 방콕까지 팩으로 싸온 선수들도 있었다. 아뿔싸. 때마침 한국에선 스테로이드를 함유한 무허가 한약상이 적발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김전무는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다. 이쯤 되면 도핑테스트에 안걸리는 게 이상한 일로 보였다. 금메달의 꿈은 날아가고 한국대표팀은 불명예를 뒤집어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준결승을 마치고 한국 일본 대만 중국 4개팀 선수단은 도핑테스트를 위해 제비뽑기로 선수 중 한명을 선정했다. 한국대표팀에선 이병규(LG)가 뽑혔다. 그는 천만다행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시드니올림픽 예비 엔트리 61명의 소변 샘플을 모아 KIST로 보냈다. 1998년 11월 도핑테스트 때 워낙 마음을 졸였던 탓이다.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더라도 도핑테스트만큼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가겠다’는 게 한국 야구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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