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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중국의 성문화’ & ‘노자와 성’

속살 드러낸 ‘만만디의 性’

속살 드러낸 ‘만만디의 性’

속살 드러낸 ‘만만디의 性’
중국 역사상 성 문화와 관련해 3개의 기현상(奇現象)이 있으니 창기(娼妓)와 거세한 환관, 그리고 전족이다. 앞의 두 가지는 다른 나라에도 있었지만 전족은 중국 고대의 독특한 현상이었다 (중국의 성문화).

저자인 상하이 대학 유달림 교수(사회학·아시아 성학회 부주석)는 전족을 하면 행동이 불편해 집안에서 고분고분 남자의 시중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 외에도 ‘낮에는 감상하고 밤에는 어루만지기’ 좋은 성적 도구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밖으로 드러난 부위가 아니라 숨어 있는 부위라는 것이다. 옷 속에 감춰진 유방과 신발 속에 숨어 있는 두 발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렇듯 유교수의 ‘중국의 성문화’는 군혼잡교(群婚雜交)가 성행하던 고대부터 일부일처제가 정립된 현대까지 5000년 중국의 성문화가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소개하고 있다. 그 속에 나타난 정조관념, 기생, 처녀 애호, 궁정의 음란, 이혼 등의 사례와 유래까지 곁들여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남풍(男風·동성애), 수간, 성도착, 동성애 등 이상(異常) 성행위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다뤘다.

상의 주왕이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걸어놓아 숲을 만들고, 남녀가 나체로 그 속에서 어울려 놀았다’는 기록이나 한나라 광천왕이 궁녀에게 나체로 숫양과 성교하게 하고, 역시 한나라 영제가 개와 사람이 짝짓도록 하고 즐긴 것은 결국 통치자들의 자연 본성이 기형적으로 발전해 정상적인 자극만으로는 성적 흥분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성문화’는 성행위가 수태와 번식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중세 유럽식 금욕주의의 반대 입장에서 쓴 책이다. 즉 고대 중국에서는 송대 이래로 성에 대한 속박이 가혹했다 해도 고대 유럽에서처럼 극단적인 혐오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함축적이고 우아한 태도로 성을 다룬 중국인의 여유 있는 자세를 강조했다.

회음사범전문학교 소병 교수(중문과) 역시 중국의 성문화를 다루었지만 대상을 좁혀 노자의 ‘도덕경’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도덕경’ 6장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계곡의 신(穀神)은 죽지 않으니 이것을 일컬어 검은 암컷(玄牝)이라 한다. 검은 암컷의 문을 하늘과 땅의 뿌리라 한다. 이어지고 또 이어져 영원히 존재하니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다.’

소병 교수는 곡신과 검은 암컷을 이해하지 못하면 노자 철학에 접근할 수 없으며 이것은 모두 생식 숭배, 즉 여성 숭배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노자’에만 매달리지 않고 고대 인도, 몽골, 터키, 그리스, 로마, 이집트, 페루,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의 토템 숭배 사상까지 다양한 민족의 문화와 유적을 동원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두 책 모두 ‘성’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쉽게 집어들었다가는 큰 코 다칠 정도로 방대한 사료와 저자의 해박함이 읽는 이를 압도한다. 두 권으로 된 ‘중국의 성문화’를 통해 성의 발전과정을 한번 정리한 뒤 ‘노자와 성’에서 숨겨진 암호를 철학적으로 풀이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방법이다.

‘만물은 음을 짊어지고 양을 포괄하니 텅 빈 가운데 기를 휘저어 조화를 이룬다.’

이 암호를 해독할 사람은…?

중국의 성문화/ 유달림 지음/ 강영매 외 4명 옮김/ 범우사 펴냄/ 상권 413쪽, 하권 378쪽/ 각 1만2000원

노자와 성/ 소병 지음/ 노승현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5000원



주간동아 2000.06.01 236호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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