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6

2000.06.01

우리 色과 만다라가 만났을 때

  • 입력2005-12-05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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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色과 만다라가 만났을 때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우리는 두 가지 삶의 형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세상에서 성공하여 많은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죽어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인생과, 험한 세상이 주는 가난 고독 질병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은 뒤, 그 지난한 몸부림이 인간정신의 빛나는 극점이었음이 드러나 오히려 죽은 다음에 그 가치를 평가받는 그런 삶 말이다.

    그것을 각각 ‘성공한 삶’과 ‘승리한 삶’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성공한 살리에리가 되느냐, 승리한 모차르트가 되느냐’하는 물음은 그래도 살아야 할 수밖에 없는 삶의 숙명 속에 놓인 우리 인간으로서 한번은 품어야 할 화두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발전과 성공의 속도에만 민감해져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양태를 보자면 ‘과연 예술을 통한 성공과 승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먼지투성이 작업실에서 얼룩투성이의 작업복을 입던 화가가 하룻밤 사이에 화려한 조명아래 연미복을 입고 샴페인을 터트리며 전람회를 여는 성공시대의 꿈. 톰 울프가 ‘현대미술의 상실’에서 지적했듯이 뉴욕의 화랑가를 어슬렁거리며 어떻게 하면 유명한 평론가와 대규모의 화랑주 눈에 띄어 단번에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몰두하는 그 수많은 젊은 작가들의 허망한 꿈도 이런 속도 중심주의 시대가 만들어 놓은 장밋빛 가치관이리라.

    예술세계, 그것은 약육강식의 정글스토리이며 인기가 부침하는 쇼비즈니스의 세계와 다름없다. 이제 우리에게도 ‘아트스타’ ‘아트매니지먼트’, 더 나아가 ‘아트로비’라는 말이 하나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속도의 시대에 유행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진지하고도 전통적인 작업을 지키고 있는 작가의 작업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얼마 전 개관한 인사동의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전성우의 ‘만다라 40년의 오늘전’을 보면 그런 전통적인 작업이 퇴보나 정체가 아닌 새로운 의미의 탄생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현대미술의 양대 지류 중 하나인 추상표현주의가 개화하고 정점에 도달한 전후 미국 미술계 최첨단의 현장에서 예술적 진실을 체득했던 전성우가 추구하는 세상은 동양 정신의 진수인 만다라. 그의 작품은 동양의 회화 전통과 서양의 추상 표현 전통이 성공적으로 융합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90년대 이후 집중해온 조선의 청화백자 빛을 구현한 청화(靑華)만다라를 비롯하여 한지릴리프작업, 각종 전통적이고 불교적인 소재들이 앗상블라주 된 만다라상자 등의 신작을 소개, 장엄한 만다라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담조(淡調) 색채가 작품마다 가득하다.

    쾌속과 급변의 시대 속에서 한 사람의 작가가 하나의 테마로 40년을 탐구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걸어온 40년의 수행도는 성공한 것일까, 승리한 것일까. 그는 성공했으며 앞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컬렉터였던 간송의 아들로서 그는 어떤 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수없이 보아왔고, 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생명 혹은 진실을… 6월4일까지. 문의:인사아트센터(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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