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6

2000.06.01

얄미운 上司 잘근잘근 씹어볼까

직장인들 불만사이트서 ‘나홀로 화풀이’ 인기…스트레스 줄이고 재미도 “솔솔”

  • 입력2005-12-05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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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얄미운 上司 잘근잘근 씹어볼까
    샐러리맨들의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는 것은? 술? 담배? 적어도 ‘불만공화국’(www.bullman.co.kr)을 드나드는 직장인에 따르면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멍청한 상사와 부하들’. 특히 꼴불견 상사는 부하직원을 병들게 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무리 불만이 쌓여도 단지 상사이기 때문에 함부로 치받지도 못하는 직장인들. 이들이 요즘 사이버세상에서 “우리의 정신을 썩게 하고 육체까지 파고드는 멍청한 상사와 부하들, 이참에 그들의 죄상을 낱낱이 세상에 밝힙시다”라며 목청을 드높이고 있다. 비록 가상공간상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직장상사의 수난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씹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직장인들이 사이버세상에서 맘껏 상사를 농락(?)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대리배설 욕구가 넘쳐나는 곳이 바로 김대리(www.kimdaeri.co.kr)와 샐러리맨(www.sman.co.kr/www. salaryman.co.kr) 사이트. ‘니나잘해’ ‘직장이야기’ 등의 코너를 들여다보면 상사를 향한 부하직원의 원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재수없는 그 새끼를 씹고 싶어’ ‘일 안하는 상사를 어떻게 하죠?’ ‘김부장 너 짜증나’ ‘윗사람들이란 새끼들이…’. 방문자는 “열 받고도 마음 속에 담아두신 말들~ 속 시원히 풀어놓으세요”라는 운영자의 격려에 힘입어 참았던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난 올해 스물아홉살의 아주 평범한 직딩. 근데 내 직속상관인 사람이 있어. 그 사람 서른일곱살이나 먹었는데 아주 노총각 히스테리가 심해… 게다가 아주 짜증나는 사람. 난 정말 그런 사람 밑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 스트레스다”(닉키) “울 회사 이야기입니다. 주말에 놀러간다고 그 주 월요일에 통보하면서 안 갈테면 월차라도 써라… 이런 식의 제 멋대로인 상사들 정말 싫습니다”(세휘) “팀장이 새로 왔는데 원리원칙 따지면서 융통성 없는 것에 돌아버릴 것 같다”(열 받은 이) “본래 허리가 안 좋아 수술을 받았고,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 중이다. 팀장에게 병원 간다고 외출계를 제출했더니 ‘남자친구를 잘못 사귀었어?’ 하며 애매모호한 웃음. 정말 죽이고 싶다”(속 터지는 인간) “나는 비서로 일한다. 소속이 기획실이다. 김부장이란 인간이 내 인사고과 점수를 준다. 기획실 직원들이 1등부터 바로 내 앞 등수까지 다 차지하고 난 언제나 꼴찌다. 목표를 달성해도 꼴찌고 달성 못해도 꼴찌다. 정말 일할 맛 안난다”(ruined) “열 받았다. 좋은 해외출장은 자기들만 가서 실컷 즐기고 ‘따까리’ 해야 하는 출장은 나를 보내고, 그것도 무슨 포상휴가 주는 것처럼 생색내면서… 그리고 너 머리 큰 실장, 넌 세상에서 혼자 똑똑하냐? 왜 사람 놀라게 뒤에 숨어서 내가 뭐하는지 훔쳐 보냐구, 짜샤!”(용대리) “맨날 야근하는 사원들 감시하려고 어쩌다 한번 야근하면서 꼭 몇만원짜리 밥 시켜 먹으려고 들어요. 우리는 야근식대가 1인당 5000원이란 말입니다. 그 밥값 메우느라 내가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사오정).

    상사를 향해 ‘니나잘해’라고 외치는 코너에 등장하는 직장상사 캐릭터 4명을 보면 직장인들이 싫어하는 상사 유형을 짐작케 한다. 각각 살모사 노새 봉팔이 존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들은 금융산자부 과장, 자재부 차장, 영업본부 이사, 총무부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먼저 “인간성이 좋다. 단 상사들에게만. 능력과 아부는 반비례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함. 승진 노하우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 찍힌 상사가 있다. “입만 열면 ‘내가 옛날에 말이야’로 시작해서 자랑만 늘어놓음. 그러나 지문이 없다는 소문으로 미루어 정리해고 대상 0순위. 회사에서는 식충이로 찍혔지만 ‘빽’이 좋다는 후문”으로 빈정거림을 사는 상사도 있다. 한편 “사람 쪼개는데 지존무상. 업무상 일처리에 빈틈없어 칭송을 두루 받지만 인간관계까지 연장되는 게 문제. 특히 부하직원들 사기 팍팍 죽이고 자기 잘난 것만 강조함. 무시무시한 냉혈동물. 100% 일중독증 환자” “세상의 모든 여자와 술은 나에게 맡겨라는 좌우명으로 일보다 노는데 정력을 쏟음. 특히 노는 자리에서 윗사람을 잘 챙겨 신임이 두터움. 생긴 것과 반대로 짠돌이. 부하직원에게는 밥 한끼 안 삼” 상사가 등장한다.

    최근 말로 풀어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직장인이 늘어난 탓인지 상사에 대한 화풀이 방법이 다양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비록 사이버상이지만 상사를 감옥에 수감시키는 교도소(myhome.hananet.net)가 등장한 것. 부하직원에 의해 체포(?)된 상사는 교도소에 들어서는 순간 ‘죄수명’과 ‘죄목’을 부여받는다. 감옥에 갇히기 전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똥침고문 전기고문 고무줄고문 테이프고문 펀치고문이다. 고문이 끝나면 일명 감방(게시판)에 갇히게 되는데, 감방마다 상사를 고문한 이유, 고문당한 사연이 각양각색이다.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보다 훨씬 더 울퉁불퉁하게 생긴 놈이 있다. 지 할 일 지가 하기엔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지 꼭 날 시킨다. 시켜놓고 고맙다고 한 적 한번도 없다. 재수 왕이다”(투덜이) “너(사장)를 믿고 일한 내가 한심스럽다. 그리고 회사 여직원들 좀 그만 건드려라. 내가 너 땜에 여지껏 고생한 것 생각하면 잠을 못 잔다. 너 그렇게 생활하다 언젠가 후회할 날 올 것이다”(어느 착한남) “상사라는 작자들은 왜 그리 자기만 잘난 거죠? 아랫사람 이해해 주진 못할망정 꼭 지만 잘났어. 인간아, 그리 잘났으면 대통령하지 왜 맨날 갈구고 난리야”(황현철) “난 공무원. 상사가 약속을 안 지키네. 권모술수와 반 협박으로 지 맘대로 했네. 처음엔 측은지심으로 도와주려고 했던 마음을 순 이용만 해먹고 지 잘났다고 큰소리만 치네. 정근 좌천 휴직 등 지 맘대로 할 수 있다 큰소리네. 꼼짝 못하는 난 이리저리 끌려 다닐 수밖에 없네”(바보) “그 인간은 어지간한 쫌생이다. 불쌍한 인간. 그리고 잘난 척 왕자다. 학벌을 따지는 그런 벌레… 이 벌레가 혼자 출장 다녀와서 2인분을 받아갔다. 난 경리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흑흑~ 나쁜 놈, 회사에 불어벌라. 이 정도면 그를 고문한 충분한 이유일 거다. 기회가 되면 자주 그를 고문하고 싶다. 더 기회가 되면 실제로 똥침과 고무줄 튕기기, 펀치 등등을 해보고 싶다”(--;).

    가장 최근 업그레이드된 화풀이법은 ‘나 홀로 화풀이’가 아닌, e-메일을 통해 상사를 직접 한방 먹이는 수법이다. 불만공화국 사이트가 준비한 ‘왕펀치 퀵서비스’ 코너가 바로 그것. 이곳에 들어가면 왕펀치 다다다펀치 폭탄펀치 우편물펀치 캥거루펀치 등 선택할 수 있는 펀치메일 유형이 일곱 가지가 있다. 익명 또는 특정 ID로 배달된 펀치메일을 여는 순간 화면에 등장한 ‘불맨’(불만캐릭터)에 의해 상사는 영문도 모른 채 기습펀치를 받게 되는 셈이다.

    불만공화국 담당자 편경애씨는 “회원이 익명을 원할 경우 메일은 불만공화국 이름으로 배달된다. 메일을 받은 상사 중에는 자신이 불만을 산 이유가 궁금해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반면 메일을 보낸 부하직원에게 똑같이 복수하기 위해 펀치메일을 이용하는 상사도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지금까지 펀치메일을 받고 항의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단 한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그냥 애교나 재미로 받아 넘긴다. 대신 우리는 받는 사람 입장을 고려해 펀치메일의 수위를 조절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직장인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소개된 화풀이에 만족하지 않고 괴롭힘의 수위를 더욱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문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더 혹독한 고문을 만들어 주세요” “리얼한 비명소리를 듣고 싶어요” “방망이로 피나게 때리든지 물고문,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 그리고 사형수에게는 칼로 찌를 수 있게 해주십시오” 등이다. 부하직원들 눈 밖에 난 상사라면 절대 발 들이지 말아야 할 사이버세상이 바로 화풀이 관련 사이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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