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6

2000.06.01

고삐풀린 개발 ‘물의 몸부림’

지금 상태로도 자정능력 한계 넘어…대규모 아파트 단지, 오염 가중 ‘뻔할 뻔’

  • 입력2005-12-0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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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삐풀린 개발 ‘물의 몸부림’
    1998년 팔당호 수질이 BOD 2.0ppm에 가까워지자 정부는 한강 상류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수질개선대책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팔당호 유역에 적용시켰다. 이 조치의 핵심은 수질오염 물질 발생 자체를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팔당호에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이 조치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2년만에 다시 수도권 상수원의 수질오염 논란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강 유역에는 개발의 삽질이 한창이다. 그러나 한강 유역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한강은 자정능력이 크지 않은 강이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수질오염 물질의 많은 부분은 상수원에 유입될 무렵이면 미생물이나 산소에 의해 분해돼 안전한 물질로 전환된다. 또 침전 등을 거쳐 발생량의 일부만 수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이 갖고 있는 자정작용의 결과다. 자정작용의 정도는 그 지역의 강수량이나 강수의 계절적 집중도, 오염물질이 발생된 뒤 상수원에 유입되는데 걸리는 시간과 거리, 국토의 경사, 암석이나 토양의 성질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많은 사람들은 한강은 수량이 풍부하므로 자정능력도 당연히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강의 약점은 한 둘이 아니다.

    ○한강은 고인 물이다

    우리 나라의 대규모 상수원들은 대개 댐에 의해 조성된 인공 호수에 저장된 물이다. 댐 건설로 생긴 호수는 수심이 깊고 물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게 된다. 수심이 깊은 곳에는 대기 중의 산소가 유입되지 못하고 광합성이 제한되어 자정작용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호수 바닥에 축적되어 있던 오염물질이 방출돼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런 호수에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수질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친다. 팔당호는 일종의 호수다. 수심이 깊거나 규모가 큰 편은 아니어서 하천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팔당호 상류의 충주호와 소양호가 물을 오랫동안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수질관리에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가 쓰레기를 몰고 온다

    팔당호 유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1400mm 정도로 우리 나라의 평균 강수량보다 200mm 정도 많고 낙동강 유역보다는 400mm 정도 많다. 이 많은 강수량은 열대성 저기압이나 태풍의 내습 시기에 집중된다. 그래서 많은 양의 물이 땅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흐르게 된다. 육지에 버려진 오염물질도 지표면으로 흐르는 물과 함께 빠른 시간내 상수원으로 유입된다. 이런 이유로 큰 비가 온 뒤 팔당호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로 넘쳐난다. 유럽의 경우 강수량이 우리 나라의 절반 정도이고 월별 강수량이 비슷하다. 유럽에선 빗물이 씻어 내린 오염물질의 많은 부분은 토양에 스며들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정작용을 받으면서 상수원으로 유입된다. 그러나 팔당호는 다르다. 따라서 팔당 상수원에 인접한 지역에서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한 뒤 정화하는 계획은 그 효율성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흙 속의 농약은 물에 녹는다

    팔당호 유역은 국토의 경사가 매우 심한 지역이다. 땅이 경사져 있는 곳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오염물질도 떠내려가지만 토양 자체가 침식돼 하천은 황토색이 된다. 여름철에 한강의 물은 오랫동안 황토색을 띠는데 그것은 상류의 농경지, 특히 밭에서 흘러들어온 토양 알맹이 때문이다. 이 토양 알맹이는 밭에 있을 때는 농작물의 뿌리를 생육시키는 기초가 된다. 농약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토 입자들로서 농업 생산을 유지하는 자산인 것이다. 그러나 물에 들어오면 사정은 정반대가 된다. 함유하고 있는 비료성분이나 농약은 물에 녹아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홍수는 육지에 쌓인 더러운 물질을 씻어내 육지를 깨끗하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의 경사가 심하고 강수량이 계절적으로 집중되는 데다 하천 곳곳에 대형댐이 건설되어 있는 환경에선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이 된다.

    ○수변구역이 없으면 자정작용이 줄어든다

    상수원 유역, 특히 호수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지역에 숲을 조성하고 경사가 심한 농경지는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토양을 관리하여야 한다. 팔당호 상류 한강변에 도입한 수변구역은 오염물질의 양을 줄이는 효과와 함께 발생된 오염물질이 수변구역을 통과할 때 침전, 여과, 분해 등 자정작용을 받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팔당호에 인접한 지역에 주택이나 채소재배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그동안 도입된 여러 가지 수질개선 노력의 효과를 줄이는 일이 된다.

    ○유역면적이 팔당호 면적의 650배

    한강에 건설된 댐들은 한강 본류에 있기 때문에 유역면적이 넓어 수질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팔당호의 경우 호수로 물을 흘려보내는 육지(유역면적)가 팔당호 면적의 650여 배나 된다. 팔당호가 양질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팔당호 인접지역뿐만 아니라 상류지역 전체를 관리해야 한다.

    한강의 댐들은 건설되기 전에 지류의 하안(河岸) 부분이 모두 호안(湖岸)으로 되어 있어 호수의 크기에 비해 호안이 길다. 이럴 경우 호수 인접지역이 위락지, 농경지 등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수질관리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요인이 된다.

    ○한강은 비료를 제대로 정화시키지 못한다

    팔당호 상수원 유역은 화강암지역이다. 특히 북한강유역에는 화강암지역이 매우 넓게 분포되어 있다. 팔당호 물의 중요 공급지의 하나인 소양호 유역도 대부분 화강암 계통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북한강에서 공급되는 물은 낮은 ‘알칼리니티’를 나타낸다. 비료성분 중 하나인 인산이 강물에서 유입된 뒤 없어지려면 침전에 의한 자정작용을 받아야 한다. 이때 물에 들어있는 알칼리니티가 소비된다. 그러나 팔당호 상류 지역이 대부분 화강암질 암석이어서 팔당호에선 인산의 자정작용이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팔당호의 수질대책이 어떠해야 할지 자명해진다. 자정능력이 제한적인 한강을 깨끗한 상수원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이 강의 성격을 바꾸기는 힘들다.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자정시킬 대상을 줄여주는 것이다. 강 주변에 오염원을 두지 않아 오염물질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게 최선책이다.

    한강은 자정기능이 크지 못하기 때문에 한번 훼손되면 복원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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