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2

2000.05.04

“어머 꼭지언니네” “나 떴나봐”

  • 입력2005-10-17 1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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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꼭지언니네” “나 떴나봐”
    “자기 연기가 무척 마음에 드나 보지?” 영화 ‘아니키스트’의 시사회를 볼 때마다 어김없이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그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예지원은 아직도 ‘아나키스트’ 촬영 당시의 감동과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아나키스트’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영화다.

    ‘아나키스트’는 중국에서 올로케로 촬영됐다. 그는 ‘아나키스트’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주말드라마(KBS 2TV ‘꼭지’)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연일 촬영이 계속돼 몹시 피곤할 텐데도 그의 발걸음은 마치 구름위를 걷는 듯 가벼워 보인다. 행운의 여신이 자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는 즐거운 예감 때문일까.

    “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젠 많은 분들이 알아보세요. 드라마 촬영 때면 아이들이 ‘꼭지 언니’ 하며 달려와요. 인터넷에 제 얘기가 뜨는 것도 신기하고…. 정말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3월25일 첫 방영된 이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복고풍 드라마 ‘꼭지’에서 예지원은 22살의 처녀지만 어릴 적 사고로 지능이 8세 수준에서 멈춰버린 순진한 여자 ‘정희’로 출연하고 있다.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안타까우리만치 천진난만한 인물인데, 예지원은 자칫 저능아처럼 보이기 쉬운 이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처음에 감독님이 ‘정희는 절대 바보가 아니다’고 강조하셨어요. 여덟살 어린아이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드라마를 하는 동안은 누굴 미워하지도 않고, 제 마음을 조절해서 항상 좋은 생각만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예지원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다. 게다가 연기 경력도 짧다. 그 때문에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드라마 제작진도 이젠 그를 효녀 대접한다.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신선하고 청순해서 좋다”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는 반응이다.

    “연극 워크숍을 하기 위해 처음 무대에 오를 때였어요. 그 전까진 너무 떨렸는데, 무대에 올라 10분이 지나니 내려가기가 싫더라고요. 그때부터 연기자로 살겠다고 결심했어요. 어느날 콘서트에 갔다가 지금의 매니저 하용수선생님을 만났는데 ‘살 빼고 오라’고 하시기에 그날부터 지독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11kg을 뺐어요. 말라보인다고요? 아직 멀었어요. 더 빼야 해요.”

    틈날 때마다 재즈발레로 몸매를 다듬고 배고플 땐 물을 들이켜 허기를 달래느라 그의 커다란 가방엔 항상 물통과 무용복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엔 진짜 괜찮은 연기자가 되고픈 예지원의 꿈과 욕심도 함께 들어 있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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